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판씨네마(주)


*주의!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양육권 조정을 위해 판사 앞에 선 앙투안(드니 메노세)과 미리암(레아 드뤼케르). 이혼한 두 사람의 변호인이 입장을 발표하고 판사의 질문에 답하는 장면을 건조하게 담는 것에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이 장면을 통해 관객은 미리암과 아이들, 죠세핀과 줄리앙이 앙투안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얻고 그가 어쩌면 가정폭력의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하게 되지만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확신할 수는 없다.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진실들은 제한적으로 드러나고 관객은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무엇이 진실인지 계속해서 저울질을 하게 된다.

판사는 앙투안이 아들 줄리앙(토마스 기오리아)과 격주로 주말을 함께 보낼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린다. 아들을 보고 반가워하는 앙투안의 모습이 짠하다가도 아빠를 보고 경직된 줄리앙의 모습에서 관객은 아직 보여 지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에 뭔지 모를 불안을 가지게 된다. 영화는 원인을 보여주지 않고 현상만을 보여주며 관객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앙투안과의 접촉을 피하려는 미리암과 포기하지 않고 다가가려는 앙투안 사이에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위태로운 거짓말들을 하는 줄리앙. 도대체 앙투안이 무슨 짓을 했기에 미리암은 전화번호를 계속해서 바꾸고 말도 없이 이사까지 가버리며 그토록 그를 배척하는 것일까? 앙투안의 말대로 아버지로서의 권리까지 뺏으려는 것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다.

ⓒ 판씨네마(주)


ⓒ 판씨네마(주)


관객은 클로즈업된 인물의 표정만 보여주거나 반대로 인물은 가린 채 주변 상황만 보여주는 영화의 제한된 정보를 조합해서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소란스러운 공간에서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게 하고 롱테이크로 촬영된 대부분의 장면들이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들지만 이는 영화 후반부의 폭발적인 카타르시스를 위한 준비운동과 같다. 처음에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저울질 하던 관객의 마음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한 쪽으로 기울고 영화를 보는 내내 품었던 의심은 후반부에 간담이 서늘해지면서 해소가 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가정 폭력에 대해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는 독특한 영화다. 영화의 시작이 양육권 조정을 위한 심리 장면이라는 점은 중요하다. 양측 변호인들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정보들을 쏟아내면 그 정보들을 조합해서 판사는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판결을 내린다. 판사가 취하는 정보와 관객이 취하는 정보가 다르지 않게 감독은 이야기를 끌고 가고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차단함으로서 인물들과 관객을 분리시킨다.

연기로 영화계에 입문한 자비에르 르그랑 감독은 이 영화의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는 중단편영화 <모든 것을 잃기 전에>를 2012년에 완성하고 5년 후인 2017년, 그의 장편 데뷔작인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완성했다. 영화의 스타일을 주제의식에 맞춰가며 가정폭력이라는 소재에 새로운 접근 방법을 가진 이 영화는 감독이 굉장히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게 영화를 보면서 느껴질 정도로 완성도 높다. 2017년 베니스 영화제 은곰상을 비롯해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이 영화는 오는 21일 개봉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강지원 시민기자의 브런치 계정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프랑스 영화 양육권 가정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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