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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친정집 내 방은 더.럽.다. 청소에 소질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고, 최저가 검색해가며 열심히 고민해서 산 물건들도 막상 택배로 받으면 상자를 열어보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건 버리기에도 정말 소질이 없어서 가치 없는 물건은 없는 것 같고, 꼭 버리고 나면 쓸 일이 생길 것 같아 참 많이도 소유하고 살았다. 나는 그 누구보다 '맥.시.멀.리.스.트' 였다.

대학 졸업 후 약 10년을 쉬지 않고 일했다. 몇 번의 이직이 있었지만 사이사이 하루도 쉬지 않고, 퇴직과 이직이 이어졌다. 다섯 살 때부터 웅변학원, 미술학원, 유치원을 거쳐 초, 중, 고등학교(대학교 때 약간의 자체휴강이 있긴 했지만) 모두 개근을 했다. '아파도 학교에서 아프라'던 부모님의 생각이 그랬고, 나 또한 친구들을 좋아해 야간 자율학습시간도 빠짐없이 엉덩이를 붙이고 있었다.

내게는 매일 등원, 등교, 출근할 곳이 있다는 것이 안정감이었고, 당연함이었다. 자의 반 타의 반, 거주지가 멀리 옮겨지면서 퇴사를 했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 나는 현재 전.업.주.부 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도 결혼 전 3년 정도 혼자 살 때도 결혼 후 내 살림이 되었을 때에도 정리정돈과 청소는 내겐 너무나도 벅찬 과업이었다. 요령도 없고 시간도 없고, 의지는 더 없었다. 그러던 내게 시간이 좀 생겼고, 요령도 조금씩 익혀가는 중이고, 의지도 불끈 생겨나는 중이다. 세상에서 제일 소질 없었던 것 같았던 살림살이 나는 이렇게 조금씩 극복중이다.

우선은 '미니멀 라이프'에 관련된 책을 참 많이도 찾아 읽었다(미니멀라이프에 관련된 책들은 비교적 간결하게 내용을 정리해놓아 쉽게 금방 읽힌다는 특징이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잠시나마 의지가 생겨나니까. 그러나 정말 잠시였다. 오히려 청소를 하려고 덤벼드니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느라 정리정돈과는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고 버리는 습관을 애써 익혀 버리고 또 버려보아도 더 늘어나는 것 같은 짐들에 둘러싸여 갔다.

뭐든 재밌어야 움직이는 나에겐 좀 더 구체적이고 흥미롭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도 '미니멀 라이프'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꾸준히 찾아보고 있었는데 소위 미니멀라이프 고수님들만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공간에 서툴지만 나도 용기를 내어 글을 올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정리를 해야겠지.

비움 후기를 공유하는 게시판에 자주 올라오는 냉장고 정리를 나도 해보기로 했다. 2인 살림에도 불구하고 늘 꽉 찬 냉장고를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 열심히 비우고 속이 시원해지던 경험이 있기에 냉장고 정리를 첫 글로 정했다.

냉장고 정리 애프터
▲ 냉장고 정리 애프터
ⓒ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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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거 아닌 것 같은 '청소 후 글을 올리겠다'는 마음가짐이 한 장의 사진과 업로드 용 게시물을 위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느 때보다 열심히 정리 하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살림의 고수 분들이 지켜보는 게시판이라는 생각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잘해보고 싶었다.

주방 애프터
▲ 주방 애프터
ⓒ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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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주방 청소까지! 사진으로 찍어보면 정리할 게 더 잘 보인다고 하더니 게시물로 올리기로 하니 의지가 더해져서 좋고, 사진으로 다시 보니 정리할 게 눈에 잘 보여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관심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지나치게 높은 병적인 상태'라는 뜻의 관심병. 각종 SNS로 실시간 나를 보여주기 좋아하는 내게는 어느 정도의 관심병이 있다. 둘이 사는 집이지만 청소를 깨끗이 하고 나면 막 자랑하고도 싶고, 얼마나 유지될 지도 모르니 기념으로도 남겨놓고 싶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두 번째 방법은 다음과 같다.

휴대전화 속 카메라의 '타임랩스'(영상 빨리 돌리기 촬영기법)를 활용하는 것.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2016) 일본드라마
▲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 (2016) 일본드라마
ⓒ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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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커뮤니티에서 추천 받아 접하게 된 일본 드라마 <우리 집엔 아무것도 없어>(2016)를 본 후 주인공 '마이'가 처음엔 청소와 정리정돈이 너무 힘든 사람이었지만 사소한 계기들을 통해 조금씩 미니멀리스트가 되어가는 과정이 꽤나 마음에 와 닿았다. 나도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한 공간 한 공간씩 조금씩 정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나는 드라마의 도입부처럼 영상으로 남겨보기로 했다.

미니멀라이프를 마음먹고, 서랍정리를 하겠답시고 한바탕 뒤집어놓았던 방을 타임랩스 촬영과 함께 정리해보았다. 스탠드에 휴대폰을 설치해 놓고, 타임랩스 촬영 클릭! 하나 했을 뿐인데 느린 손이지만 부지런히 쉬지 않고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벼르고 벼르던 방 정리를 끝낼 수 있었다.

▲ 관종의 미니멀라이프 청소법 타임랩스 촬영기법 활용하기
ⓒ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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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낑낑대며 거의 2시간 가까이에 걸려 정리했는데 촬영을 끝내고 보니 22초라는 짧은 시간의 기록으로 남았다. 느린 손도 감쪽같이 빠르게 보이는 효과와 함께 깨끗해진 방에 속도 시원 빨리 감아진 영상에 눈도 시원해졌다. 개인 SNS 계정에도 올리고 커뮤니티 사이트에도 업로드 했다.

짧은 시간에 '좋아요' 와 내가 평생 들어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말들이 댓글로 많이 달렸다. "정말 부지런하다", "1등 주부다", "대단하다", "대박이다" 등등 칭찬과 부러움의 댓글들이 이어졌다. 고수님들이 모였다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신기하고 재밌어 보인다", "좋은 방법인 것 같다", "2탄도 기대하겠다" 한다.

비포 앤 애프터 궁극의 미니멀라이프
▲ 비포 앤 애프터 궁극의 미니멀라이프
ⓒ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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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릴 옷들을 정리하며 버릴 옷과 몇 번 입지 않아 거의 새 옷 같은 버리기 아까운 옷들로 구분하고 생애 첫 중고 벼룩시장에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세탁하고 잘 다려서 설레는 마음으로 보내줄 예정이다. 책장도 함께 정리하며 다시 읽지도 않을 거면서 버리지도 못했던 책들을 하나씩 정리하기로 마음 먹었다.

앞으로의 계획 미니멀라이프 계획세우기
▲ 앞으로의 계획 미니멀라이프 계획세우기
ⓒ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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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사이 주변을 어지럽히고, 정리를 잘 못하니 지저분한 환경 속에서도 불편함을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내가 이제는 이 정리의 끝에 간편해지고 쉬워질 청소를 기대하며 나의 공간들을 정리해나간다.

문득 두 명이 살기에 집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든다. 비움 게시판 속 많은 후기들처럼 '나도 다음엔 평수를 줄여 이사 가야지' 하고 다짐하며 2탄은 어느 공간을 비울까 집안을 한 바퀴 둘러본다. 내 안에 숨어있던 살림 소질을 발굴해가며 오늘의 내가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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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에 신이나서 부지런해지는 게으름쟁이 '미스태리'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출판 담당 기자로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을 연재하며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ohmybook20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