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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철저 수사하라"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강정-밀양 공동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앞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대책위 주민과, 송전탑저지 경남 밀양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내 생명, 내 재산 지켜보겠다고 잠깐 나와 앉아 있었는데 잡아가데요. 그날 유치장에서 하루 잤습니다. 어디 있는지도 몰랐던 경찰서랑 검찰청에 가서 조사받았습니다. 그래도 판사님은 공정하겠지 믿었는데, 법원까지 이런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경상북도 밀양시 상동면 주민 김영자(63)씨가 정신없이 바쁜 농번기에 서울행 기차에 오른 이유다. 그는 7일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새벽 일찍 집을 나섰다.

송전탑 공사 반대 투쟁에 나섰던 김씨는 최근 공개된 '사법농단 문건'에 밀양송전탑 사건이 "정부 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로 기재됐다는 보도를 봤다. 지난 2013년 10월 주민들이 공사 강행에 반대하며 몸으로 막아서자 한국전력공사가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준 판결이었다. 반대로, 주민들이 불법공사라며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기각된 사례도 나란히 기재됐다.

해당 문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숙원사업을 위해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상을 벌이던 시기에 작성됐다. 문건은 이 두 판결을 "갈등 확산 방지와 분쟁 종식에 기여"한 사례라고 치장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기억은 정반대다. 첫 번째 판결 이후 80대 노인 3명을 포함, 총 69명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사법처리 됐다. 주민들은 이때를 두고 "한국전쟁보다 더 큰 고초를 겪었다"라고 말한다.

"재판부가 7개월 동안 질질 끌다가 기각해"
"양승태 대법원 철저 수사하라"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강정-밀양 공동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앞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대책위 주민과, 송전탑저지 경남 밀양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이날 기자회견에는 밀양주민 포함, 40여 명이 함께했다. 밀양 용회마을 주민 구미현(69)씨는 "그 일이 이제와 보니 사법부와 정권의 거래였다고 한다"라면서 "너무 억울하다. 한줌 의혹 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달라"라고 호소했다. "이건 나라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평밭마을 주민 한옥순(71)씨도 "법을 믿었는데 이렇게 짓밟힐지 몰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건에는 두 개의 가처분 판결만 언급됐지만, 주민들은 이후 검찰이 기소해 열린 재판 결과도 지나치게 편향적이었다고 의심한다.

이계삼 밀양756kV송전탑반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속옷만 입은 채 인분이 든 페트병을 경찰에게 던졌다는 이유로 85살 할머니가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라며 "평소라면 기소조차 되지 않을 일로 주민들이 경찰서로, 검찰로 불려 다니며 범법자 꼬리표를 달았다"라고 설명했다. 문건에 인용된 가처분 결과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7개월 동안 질질 끌다가 철탑 공사가 마무리될 무렵에 말도 되지 않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라고 주장했다.
"양승태 대법원 철저 수사하라"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강정-밀양 공동기자회견’이 8일 오전 서초동 대법원앞에서 제주해군기지 반대 강정마을 대책위 주민과, 송전탑저지 경남 밀양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사법농단 문건에서 또 다른 정권협력 사례로 언급된 제주 강정 마을 주민들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투쟁을 하다 보니 어느덧 팔순을 넘겼다"라고 소개한 주민 윤성효씨는 "이런 자리가 있다고 해서 제주도에서 자원해서 올라왔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인구 2천 명의 평온한 공동체가 국책 사업으로 10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라면서 "사법농단이라는 보도를 보고 치가 떨렸다. 관련자를 처벌해 정의를 세워달라"라고 강조했다. 이태호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강제 수사'를 거부하는 법원 내부 분위기를 두고 "강정마을에서만 700명이 검찰 수사를 받았다"라면서 "대법원도 떳떳하다면 수사를 받으라"라고 일갈했다.

두 개의 마을 주민들은 "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판결을 상고 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협력 사례로 자화자찬하고, 거래의 수단으로 여겼다는 사실에 참담한 분노를 느낀다"라면서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했다. 또 "제주 해군기지, 밀양 송전탑 건설 관련 판결을 전면 재조사하고 다시 심판해 의혹을 해소해달라"라고 촉구했다.

밀양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울중앙지검에 양 전 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달 안으로 고발장을 접수할 예정이다.
태그:#사법농단, #양승태, #대법원, #검찰수사, #밀양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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