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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박남춘(왼쪽) 후보와 한국당 유정복 후보
▲ 인천시장선거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박남춘(왼쪽) 후보와 한국당 유정복 후보
ⓒ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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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인천발 KTX에 한 방 맞은 민주당 '절치부심'

4년 전 지방선거 때 초반 열세이던 당시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는 '인천발 KTX'를 1호 공약으로 발표하고 전세를 뒤집었다. 인천발 KTX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시민들 가슴을 파고들었다.

당시 민주당은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깎아 내렸지만 여론은 좋았다. 사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인천발 KTX에 당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리고 인천발 KTX는 현실로 다가왔다.

이번 인천시장 선거에서도 철도 공약이 화두다. 민주당 박남춘 후보와 한국당 유정복 후보는 나란히 철도 공약을 들고나왔다. 박남춘 후보는 제2경인선 건설과 서울2호선 청라 연장을, 유정복 후보는 경인선 지하화화 인천대순환선(인천3호선) 건설을 제시했다.

우선 박남춘 후보는 서울2호선을 신도림과 홍대에서 부천을 거쳐 계양구를 지나 서구 청라까지 연결하겠다고 했고, 인천역에서 신연수를 지나 남동공단과 도림동, 장수서창을 거쳐 광명, 구로까지 연결하는 제2경인선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송도-부평-서울-마석 구간을 지하 50미터에서 달리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을 조기 착공하고, 공항철도와 서울9호선을 직접 연결하고, 인천1호선과 서울5호선의 검단신도시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정복 후보의 대표 공약은 경인전철 지하화다. 유 후보는 경인전철을 지하화하면서 GTX-B 노선 공사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했다. 사업비는 약 7조원 규모인데, 지상부 토지 개발로 4조~5조원 충당하고 나머지는 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또 GTX-B노선과 동시 공사로 사업비를 약 7000억원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유정복 후보 또한 홍대에서 부천을 거쳐 서구 청라까지 연장하는 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인천대순환철도 건설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순환선은 서구-동구-중구-남구-연수구-남동구-부평구-계양구를 크게 순환하는 노선이다.

민주당 박남춘 후보는 4년 전 민주당이 KTX에 크게 한 방 먹은 기억을 살려 대규모 제2경인선 신설과 서울2호선 청라연장을 들고 나왔고, 유정복 후보는 이에 질세라 경인전철 지하화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들고 나왔다. 사실상 두 후보가 '철도대전'을 벌이는 셈이다.

이처럼 철도 공약은 이번 인천시장 선거를 달구는 화두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 인천시 대변인이 7일 <인천시 '사통팔달 철도망' 구축…"집 가까이서 전철을"> 제하의 보도자료를 발표해 관건선거 논란이 야기됐다. 민주당 박남춘 후보 측은 "공직자는 선거 중립 의무를 철저히 준수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남춘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제2경인선 신설과 서울2호선 서구 청라 연장 노선 안내도.
▲ 제2경인선 민주당 박남춘 후보가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제2경인선 신설과 서울2호선 서구 청라 연장 노선 안내도.
ⓒ 사진출처 박남춘 선거운동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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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대변인, 유정복 후보 공약과 발언 그대로 인용

시가 발표한 보도자료는 철도교통 담당 부서 명의의 보도자료가 아니고, 대변인 명의로 나왔다. 그리고 보도자료 내용은 그동안 유정복 시장이 꾸준하게 발표했던 내용이며, 이번 선거에서도 유정복 후보가 인용하는 내용들이다.

시 김창선 대변인은 "인천시가 오는 2021년 인천발 KTX 개통을 추진하는 등 사통팔달의 철도망을 구축해 300만 시민이 집 가까이서 전철을 이용하는 철도혁명시대를 연다"며 "인천은 1899년 국내 첫 철도인 경인전철이 개통된 이래 120년 만에 철도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고 인천시 철도 정책을 추켜세웠다.

김 대변인은 "이 사업(인천발 KTX)은 4000억원을 들여 수인선 어천역과 경부고속철도 사이 3.4㎞를 연결해 인천 송도역, 초지역, 어천역 3개의 역을 만드는 사업"이라며 "이 사업이 완료되면 인천서 대전까지 1시간, 목포까지 2시간 20분, 부산까지 2시간 40분 정도 소요돼 인천을 포함해 수도권 서남부지역 시민 650만명이 혜택을 보게 된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또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 연장사업이 이르면 2026년까지 완료된다며 "국‧시비 1조 3000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지난해 12월 29일 국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사업 추진이 결정됐고 2020년 실시설계에 이어 2021년 상반기 착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업이 청라국제도시 주민들의 10년 숙원 사업"이라며 "시 공무원들이 170여 차례나 중앙정부와 관계 기관을 찾아가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이뤄냈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유정복 시장이 지난 5일 새얼문화재단 후보자 초청 강연 때 한 말과 같다.

이밖에도 김 대변인은 "송도와 서울역을 20분대로 연결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도 이르면 2025년 개통할 계획"이라고 했고, "2021년 인천공항철도와 서울9호선을 김포공항역에서 바로 연결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KTX 광명역 접근성을 개선하고 수도권 서남부권역 교통철도망 확충을 위해 인천2호선을 인천대공원에서 광명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서울 홍대∼부천 원종 노선(16.3㎞)을 인천 계양을 거쳐 서구 청라(12.3㎞)까지 연장하는 사업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오는 2020년 인천1호선을 송도랜드마크시티역까지 820m를 더 늘리고 2024년까지는 반대편 계양역에서 검단신도시까지 6.9km를 연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이 발표한 보도자료는 사실상 유정복 후보의 철도 공약 중 경인전철 지하화를 제외한 나머지 공약을 발표한 자료나 다름없다.

자유한국당 유정복 후보가 경인전철 지하화와 함께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인천대순환선(=인천3호선) 노선 안내도.
▲ 인천3호선 자유한국당 유정복 후보가 경인전철 지하화와 함께 주요 공약으로 제시한 인천대순환선(=인천3호선) 노선 안내도.
ⓒ 사진출처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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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복 후보 정책공약에 맞춰 연일 보도자료 배포"

시 대변인이 이 같은 철도 정책을 발표하자 민주당 박남춘 후보 측은 "공무원의 선거 중립은 헌법상 의무"라며 "의도가 명백한 선거개입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남춘 후보 측은 7일 발표한 보도자료뿐만 아니라 그 전에 발표한 것도 선거 중립 의무 위반이라며,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일부 부서가 중립 의무를 훼손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에서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발표한 보도자료들이 유정복 후보의 공약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 측은 "지난 6일 항만과가 '국내 유일 세계문자박물관을 내년 3월 착공해 2021년 하반기에 개관할 계획이며, 오는 2023년까지 월미도 갑문매립지에 국립 인천해양박물관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고, 5일에는 도로과가 '빠르면 오는 2024년에 인천 영종도~신도 연도교를 건설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 측은 "이 보도자료들은 공통으로 유정복 시장이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공약들과 내용상 맥이 닿아 있다. 장기 사업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고 있다"며 "또한 이들 보도자료는 시가 기자들의 취재 지원을 위해 1주일 전에 알려 주는 '주간 보도 계획'에 들어 있지 않다. 급조된 보도자료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 측은 "공무원의 선거 중립은 헌법상 의무다. 현재 해당 보도자료 작성자는 선관위에 고발된 상태"라며 "작년 말과 올해 초 시 공무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전례도 있다. 시 공무원들은 선거 중립 의무를 지켜줄 것을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창선 대변인은 "시정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대변인실의 일이다. 시 정책을 홍보하는 것을 문제 삼으면 안 된다. 시정을 홍보하는 일이기 때문에 기자들도 보도하는 것 아니겠냐"고 한 뒤 "그(박남춘 후보)쪽에선 불편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정 홍보를 위한 일이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시장선거, #경인선 지하화, #제2경인선, #박남춘, #유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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