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튼튼이의 모험> 중 한 장면.

영화 <튼튼이의 모험>의 포스터. ⓒ CGV아트하우스


제목만 놓고 보면 영락없는 전체관람가 아동 애니메이션 같다. 오는 21일 개봉을 앞둔 영화 <튼튼이의 모험>은 우선 15세 이상 관객이 볼 수 있는 영화다. 그것도 전라도 함평의 한 고등학교 레슬링 부를 소재로 한 휴먼 코미디 장르.

전작 <델타 보이즈>(2016)로 첫 장편 신고식을 치른 고봉수 감독은 당시 캐스팅했던 배우 김충길과 백승환, 신민재 등을 다시 섭외해 이번 영화를 찍었다. 평균 나이 33.3세라지만 그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외모의 배우들이 고등학생 레슬러로 분했다.

비주류가 전한 삶의 진실

재개발 문제로 시끄러운 작은 소도시에서 충길(김충길)은 레슬링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한다. 5년 간 운동을 했다지만 예선 대회는커녕 1승 전적조차 없는 선수다. 코치도 선수도 없는 학교 레슬링 부를 홀로 지키며 버스기사가 된 전직 코치(고성완)를 삼고초려 해서 복귀시키고, 막노동을 전전하고 있던 친구 진권(백승환)을 설득해 데리고 온다. 여기에 '블랙타이거'라는 정체불명의 불량서클에 몸담고 있던 문제아 혁준(신민재)이 대학입시를 위해 레슬링 부에 합류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캐릭터 설정에서 예상할 수 있듯 영화는 이른바 비주류들의 총집합이다. 지방 소도시, 비인기종목, 스포츠엘리트가 아닌 가난한 학생들은 그 자체로 어떤 애잔함을 준다. 전라남도 함평의 한 중학교에서 실제 있었던 일을 듣고 영화화 한 고봉수 감독은 이런 캐릭터들을 코미디 장르에 버무려 놓았다.

 영화 <튼튼이의 모험> 중 한 장면.

영화 <튼튼이의 모험> 중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그래서 더 짠하다. 각 캐릭터들은 저마다 다문화 가정이거나 편부모 가정의 구성원으로 자신의 삶에서 최선을 다한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 끈을 놓지 않는 학생들은 충분히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농촌 가정의 현실을 전격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이런 설정 자체가 현존하는 농촌 사회의 실상의 반영이기도 하다. 감독은 무심한 듯 이런 아픔을 이야기 곳곳에 흘려놓음으로써 관객이 웃고 즐기는 동안 한편으로는 묘한 현실감을 느끼도록 한다.

106분의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 쓰러져 가는 교내 체육관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약 2000만 원 남짓의 제작비가 들었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상업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펙터클함은 전혀 없다시피 하다. 한두 대의 카메라로 앵글만 바꿔가며 찍은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화면의 질감 역시 균일하지 못하다. 이런 기술적 약점을 감독은 재치와 익살, 그리고 날것의 연기로 보완해 놓았다. 배우들에게 실제 대본은 잊으라고 했을 정도로 감독은 각 상황에서 배우들이 마음껏 뛰어놀게 했으며, 배우들은 진심을 다해 자신이 맡은 인물로 분했다.

그 덕일까. 분명해 보이는 기술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튼튼이의 모험>은 영화적인 완결성을 갖는다. 그러니까 캐릭터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분명하고, 이들을 통해 드러내는 이야기 역시 진정성을 품고 있으며, 그것이 나름 일관된 구성 속에서 기능한다. 세련되진 않았지만 투박함 속에 재료들의 맛이 살아있는 소박한 요리를 먹는 느낌이다.

전문 배우와 일반인들의 컬래버레이션

 영화 <튼튼이의 모험> 중 한 장면.

영화 <튼튼이의 모험> 중 한 장면. ⓒ CGV아트하우스


앞서 언급한 배우들 외에 이 영화 곳곳엔 전문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게 버스기사로 전직했던 코치 역의 고성완씨다. 충길의 자극으로 다시 레슬링 부를 맡게 된 이후 학생들에게 지옥훈련을 맛깔나게 선사하는 코치는 한편으론 각 캐릭터들의 가정을 방문해 부모와 가족을 설득하는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기도 하다. 입은 거칠지만 동시에 허당 같은 모습 또한 갖고 있어 그 매력이 의외로 깊다.

고성완씨는 고봉수 감독의 삼촌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7211번 버스를 운행하는 버스기사인 그는 고 감독의 부탁에 못이기는 척 응했다. <델타 보이즈>에서 단역으로 깜짝 출연했던 그는 이번 영화로 주연에 버금가는 역할을 맡은 것. "영화가 투자도 안 되고 있다고 부탁해서 하기로 했는데 현장에서 항상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짓인가 생각하면서 연기에 임했다"던 그는 언론시사회 자리에서 "아무 생각 없이 연기했다"고 주연 데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극중 진권의 엄마, 진권의 엄마에게 연정을 품는 고물상 주인 등 주변 캐릭터들이 모두 실제로 그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다. 적은 제작비지만 제작사 측은 배우를 제외하고 장소 섭외나 이런 일반인들 출연에 대해서는 소정의 금액을 지불했다고 한다.

또한 고봉수 감독은 연출 외에 각본, 촬영, 편집까지 도맡았다. 공식적으로 <튼튼이의 모험>에 감독 말고 참여한 스태프는 단 한 명. 배우들도 연기만 한 게 아니라 본인들의 사비를 이 영화 제작비에 보탰다. 모든 구성원이 스태프이자 투자자가 된 셈. 

한편 영화 제목은 밴드 크라잉넛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고봉수 감독은 "그 노래 가사가 우리 영화와 가장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정한 것"이라고 알렸다. 영화 내에 실제로 크라잉넛의 노래가 등장한다.

한 줄 평 : 감독의 개성이 제대로 담긴 지금 시대에 소중한 한국영화
평점 : ★★★☆(3.5/5)

영화 <튼튼이의 모험> 관련 정보
 연출 : 고봉수
출연 : 김충길, 백승환, 신민재, 고성완 등
배급 : CGV아트하우스, 인디스토리
장르 : 코미디
러닝타임 : 106분
관람등급 : 15세이상관람가
개봉 : 2018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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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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