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세월호 참사 재판을 두고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재판부를 기획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목적 가운데 하나는 '대외적 홍보 효과'였다. 세월호 참사를 대법원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활용하려 한 것이다. 또 특정 법관에게 재판을 맡게 해 재판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5일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양승태 사법농단 관련 내부 문건 410개 중 98개 문건을 비실명 파일로 공개했다.(관련 기사: '사법농단' 문건 98개 모두 공개합니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는 인용되지 않은 미공개 파일 8개 중 세월호 참사 관련 문건도 포함됐다.

여태껏 없던 특별재판부 신설 고려... "대외적 홍보 극대화"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140505)세월호 관련 적정 관할 법원 및 재판부 배당 방안' 문건을 보면, 법원행정처는 신광렬 당시 인천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가 재판장인 특별재판부를 신설할 방안을 검토했다.

그에 앞서 재판부를 일반사건 배정 원칙대로 배정할 경우에는 인천법원에서 맡게 될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우려가 없다"라며, 단점으로 "사법부가 세월호 사건에 특별한 관심과 노력을 강구한다는 대외적 홍보 효과가 전혀 없다"라고 평가했다. '대외적 홍보 효과'가 세월호 사건 배정에 중요한 고려 지점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특별재판부 신설의 장점에 대해 "사법부가 세월호 사건에 대해 관심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대외적 홍보 효과 극대화 가능"이라고 적었다

5일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세월호 관련 문건
 5일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세월호 관련 문건
ⓒ 대법원 제공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보고서에 언급됐듯 "특정 사건의 처리를 위한 특별재판부 구성"은 전례가 없었다. 또, "특별검사 기소사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 정치권에서 이해득실에 따라 기존 재판부 배제 목적으로 특별재판부 구성을 주장하는 일종의 포럼 쇼핑(forum shopping)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당시 법원행정처는 신 부장판사를 놓고 다른 방안을 고민했다. 신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수석재판부에 세월호 사건을 배당하는 안이었다.

법원행정처는 기존에 있는 형사재판부를 두고, 형사재판 경험이 6개월밖에 안 되는 신 부장판사에게 사건을 배당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당시 수석재판부는 파산과 가사 쪽의 파기환송 사건만 담당하고 있었고, 심지어 배석판사들은 형사재판 경험이 없었다.

법원행정처도 이를 우려해 단점으로 "형사사건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 우려된다. (수석재판부의 형사재판 배당은) 지금까지 선례가 전무해 향후 법원의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5일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세월호 관련 문건
 5일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세월호 관련 문건
ⓒ 대법원 제공

관련사진보기


형사재판 경험 거의 없는 재판부에 배당? 영향력 행사 의혹도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 준비절차가 2014년 6월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선장 등 4명,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또는 유기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 등 피고인 15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 세월호 선원 첫 공판준비기일 이준석(69)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재판 준비절차가 2014년 6월 10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 11부(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선장 등 4명,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 또는 유기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11명 등 피고인 15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그러나 상대적으로 형사재판 경험이 많은 일반 형사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하는 것보다 '사법부 홍보효과'가 크리라 판단했다. 법원행정처는 이 방안을 위해 '인천지법 수석재판부 배당 시 대외적 명분과 설득 논리'를 만들었다.

보고서에는 "재야에서 작위적 사건배당에 대한 비판 제기 가능성이 낮고, 비판을 제기한다고 해도 사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론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오히려 단편적 시각에 기한 부적절한 비판이라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대외적 반응을 예측했다.

또, 사법부 내부 반응을 고려해 "각급 법원 사무분담 내규 등에 '대형 재난사고' 등의 경우에 한정하여 수석재판부에 배당할 수 있도록 명문화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적었다.

이 같은 내용으로 인해 법원행정처에 여러 차례 근무한 신 부장판사를 통해 대법원이 세월호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신 부장판사는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재직하면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을 구속적부심으로 석방해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류하경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를 대법원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기회로 삼았다는 것은 국민정서상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라며 "또 재판 배정의 일반 원칙이 있음에도 법원행정처 출신의 법관에게 배정을 고려했다는 것만으로도 재판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사건은 보고서 내용과 달리 광주지법에서 1심이 진행됐다.


태그:#세월호, #양승태, #대법원, #법원행정처, #특조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