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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피해자들의 구제책 마련과 진상규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 이희훈
'대법원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피해자들의 구제책 마련과 진상규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 이희훈
'대법원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피해자들의 구제책 마련과 진상규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 이희훈
"이런 사법부에서 무슨 재판을 받습니까."

재판을 권력과의 거래 도구로 취급한 '양승태 사법부'에 법률가들이 '사망 선고'를 내렸다. 5일 정오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 녹색 천막이 기습적으로 펼쳐졌다. 그 아래 검은색 양복을 입은 법률가 20여 명이 "사법거래 사법살인"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앉았다.

이들은 변호사와 법학 교수 등 115명으로 구성된 '대법원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 일동' 소속이다. 천막을 펼치기 전인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된 기자회견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관련자를 전원 구속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문건을 전부 공개하고, 사회적 중립 기구를 통해 이번 사태를 철저하게 규명하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장, 좌고우면할 상황 아니다"
'대법원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의 구제책 마련과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대법원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피해자들의 구제책 마련과 진상규명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치고 천막농성에 돌입하고 있다. ⓒ 이희훈
'대법원 사법농단 규탄 법률가'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의 구제책 마련과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사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 열흘이 넘었지만 강제수사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는 "사법농단으로 표현될 수 없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 벌어졌지만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각계 의견을 들어 형사상 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라고 입장을 밝힌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아직도 고발을 하느니 마느니, 문건을 공개하느니 마느니 판사 의견을 들어 결정하겠다고 한다"라면서 "모든 문건을 공개하고 진상을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면 국민이 사법부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승현 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긴 한숨으로 말문을 열었다. 조 교수는 "어처구니가 없고 억장이 무너진다"라면서 "법학을 공부해 법관이 되겠다는 학생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행동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모든 법학과 교수들 마음은 다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진상을 밝히는 일은 사법부에만 맡길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모인 법률가들은 '근본적인 개혁'만이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선 이번 사태를 "헌법 그 자체를 부정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는 "대법원장이 조직 안정을 위해 좌고우면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국민 신뢰를 얻고, 그를 바탕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바로 세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잘라 말했다.

한 교수는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는 한편 사건 관련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한 사람 또는 그를 중심으로 한 고위 법관의 농단이 아니다"라면서 "그에 협조한 수많은 법관이 있고 이런 사람들이 지금도 법대 위에 앉아서 국민의 잘잘못을 따지고 법의 이름으로 심판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서 "이제는 사법부가 권력으로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면서 "재판과 사법이 사유화되지 않도록 국민이 감시하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법관들, 뒷짐지고 방관하지 말라"
양승태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사법 피해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 며 양 전 대법원장 공동 고소-고발에 앞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양승태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사법 피해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양 전 대법원장 공동 고소-고발에 앞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양승태 전 대법관의 '재판거래 사법 피해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 하며 양 전 대법원장 공동 고소-고발에 앞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이덕우 법무법인 창조 변호사는 법관들에게 사법 개혁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태는 사법농단, 재판거래, 사법살인이라는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는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라면서 현직 법관들을 향해 "뒷짐 지고 방관하지 말아 달라"라고 했다. 이어 '줄탁동시(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어미와 새끼가 안팎에서 같이 알을 쪼아야 한다는 뜻... 편집자 주)'라는 사자성어에 빗대어 "민주공화국의 주인인 국민들이 밖에서 열심히 노력할 테니 판사와 사법 종사자도 더러운 껍질을 깨고 새 생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 노력해달라"라고 강조했다. 

한편 키코사건공동대책위원회와 KTX열차승무지부 등 17개 단체는 이날 낮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 등이 청와대와의 정책 거래를 위해 개별 사건의 독립과 공정성을 침해했다며 직권남용 및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수사를 요청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경기도 성남시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장으로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관해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라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태그:#양승태, #사법부, #김명수, #시국농성, #재판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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