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탈 팰리스 FC 이청용(자료사진)

크리스탈 팰리스 FC 이청용(자료사진) ⓒ 연합뉴스


'블루드래곤' 이청용은 2000년대 후반 한국 축구가 배출한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월드컵 본선 무대에 두 번이나 출전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며 박지성 이후 유럽 무대에서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선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이청용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에는 초청 받지 못했다.

이청용은 2일 발표한 신태용호의 23인 최종명단에서 탈락하며 통산 3번째 월드컵 출전의 꿈이 무산됐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발탁 여부를 놓고 '뜨거운 감자'였던 이청용을 1차 28인 명단에 포함시키며 마지막까지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청용은 장기간의 공백으로 인한 실전 감각 문제와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당한 허리 부상 등 악재가 겹치며 끝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경험 많은 베테랑 이청용, 그러나 지금 입지는

이청용의 공백은 대표팀으로서도 큰 손실이다. 이청용은 최종명단에 포함한 동갑내기 기성용, 구자철 등과 더불어 현역 중 가장 국제 경험이 풍부한 선수였다. 월드컵 본선 2회 출전과 A매치 78경기 출장의 경험은 베테랑이 부족한 신태용호에 큰 자산이 될 수 있었다. 이미 염기훈-이근호 등 월드컵 경험을 갖춘 고참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낙마하는 악재를 겪었던 신태용 감독으로서는 이청용 만큼은 되도록 데려가고 싶었을 것이다.

이청용 입장에서도 러시아 월드컵은 중요한 반전의 계기였다. 올 여름을 끝으로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계약이 만료되는 이청용으로서는 어느덧 30대에 접어드는 선수 생활 후반기에 접어들었다. 그에게 이번 월드컵은 유럽 리그에 다시 한 번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그런데 한편으로 대표팀은 이청용을 최종 명단에 뽑았더라도 고민거리였을 지도 모른다. 이청용은 이미 1차 명단에 포함될 때부터 '자격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소속팀에서 오랫동안 경기에 제대로 뛰지 못했던 선수를 '이름값'이나 '경험'으로 발탁한다는 것은 월드컵을 목표로 경쟁해 온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안타깝지만 이청용이 월드컵에 탈락한 것이나 유럽 무대에서 커리어에 위기를 맞게 된 일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일각에서는 이청용이 만일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친정팀 볼턴 원더러스 임대에 성공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청용은 지난 2월 겨울 이적 시장 마감을 앞두고, 볼턴으로 임대 성사 직전까지 간 상황이었다. 그러나 당시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한 전력공백을 우려한 팰리스에서 이청용의 이적에 막판 제동을 걸며 상황이 꼬이고 말았다.

볼턴 임대 갔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연습하는 이청용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이청용이 27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몸을 풀고 있다. 2018.5.27

▲ 연습하는 이청용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이청용이 27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몸을 풀고 있다. 2018.5.27 ⓒ 연합뉴스


우려한 대로 이청용은 팰리스에 잔류한 이후에도 사실상 출전 기회를 거의 받지 못했다. 팰리스 구단과 로이 호지슨 감독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는 점에서, 이청용의 상황이 불운했던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볼턴 임대 무산은 이청용의 침체기에서 단지 일부를 차지하는 사건이다. 이청용은 팰리스에 입단한 2015년 1월부터 사실상 3년 반 가까이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한 팰리스에 입단하기 전에는 2부 리그로 강등된 볼턴에서 수년간 시간을 보냈다.

이청용이 볼턴 임대 계약이 성사될 뻔했던 시기는 이적 시장 마감을 앞둔 2월 말이었다. 이청용의 친정팀 볼턴은 2부 리그에서도 고전하는 약체가 된 지 오래다. 볼턴 임대가 성사되었다고 해도 경기력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었을지는 의문스럽다. 정작 이청용과 마찬가지로 올 시즌 임대로 팀을 옮겨 나름 꾸준히 경기에 출전했던 지동원(다름슈타트)이나 석현준(트루아)도 끝내 최종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어쩌면 이청용의 탈락은 한국 축구에 진정한 '반면교사'가 되어야 할 장면이다. 이청용은 분명히 한때는 한국 축구 부동의 측면 날개로 많은 기여를 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이청용은 2010년대 이후로는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기대 만큼의 활약을 보여준 지 오래됐다. 평가전에서 이청용이 보여준 경기력은 역시 훈련과 실전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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