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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아들(김강현, 7세)이 척수성 위축증(SMA)을 앓고 있습니다. 워낙에 희귀병이라 저도 예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병입니다. 척수성 위축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과 가족들의 고충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리고 싶어 옆에서 보아온 강현이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합니다. -기자말

 위루관 수술 후에도 계속해서 열이 났다
 위루관 수술 후에도 계속해서 열이 났다
ⓒ 하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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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들어본 단어, '근육병'

7년 전, 친한 동생 유경이의 5개월 된 아이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를 전해들었습니다. 전해주는 사람도 자세한 병명을 알지 못했고, '아이가 잘 움직이지 못한다'고만 얘기했습니다. 나중에 검사결과를 듣게 들었고 병명도 알게 되었습니다. 척수성 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아래 SMA). 생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검색해보니 척수와 뇌간의 운동 신경세포 손상으로 근육이 점차 위축되는 신경근육계 희귀질환이라고 했습니다. 메디포뉴스 등의 기사에 따르면 "염색체 내 돌연변이로 인해 생존운동신경세포1(Survival Motor Neuron 1, SMN1) 염색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운동신경세포의 건강과 기능을 유지하는 생존운동신경세포 단백질(SMN 단백질) 생산량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적절한 양의 SMN 단백질이 생산되지 않으면 척수 내 운동신경 세포가 퇴화하고, 이로 인해 전신 근육이 점차 약해지고 위축"되는 겁니다.

또 "SMA에서 가장 위중한 유형은 1형으로 신생아들에서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는데, 이 경우 SMN 단백질을 거의 생성하지 못해 근육이 온전히 발달되지 않으며 스스로 호흡하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려워 만 2세가 되기 전에 사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세상에 무슨 이런 무서운 병이 있는지. 강현이가 하필이면 가장 위중한 1형이라고 하였습니다. 엄마 품에 안겨서 방긋방긋 미소를 지어주던 예쁜 강현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전화도 못 해보고 페이스북으로 소식만 간간이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강현이의 가래가 심해지고 숨을 쉬지 못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서울대병원에 병문안을 갔습니다. 

 강현이가 병원에 온 아빠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강현이가 병원에 온 아빠와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 하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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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 재입원...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다

워낙에 밝은 성격인 유경이는 힘든 내색 하나도 하지 않고 굉장히 덤덤해 보였습니다. 강현이는 기관 절개를 하고 기계에 의존해 호흡하고 있었습니다. 기관 절개를 했기 때문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음식을 삼키지 못하니까 코로 유동식을 공급하기 위해 콧줄을 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를 보고 방긋 웃어줍니다.

조그만 온몸에 주렁주렁 줄을 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기가 찼습니다. 유경이는 매번 그 줄들을 꼬이지 않게 정리하느라고 바빴습니다. 곧 퇴원한다고 하여 그나마 안심하고 병실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퇴원을 한 후 불과 며칠 후 강현이가 또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먹다가 토하고 폐렴이 와서 다시 입원한 겁니다. 퇴원하고 하루 이틀 후에 또 열이 나서 재입원... 처음 입원한 후 6, 7개월간 유경이와 강현이는 거의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강현이의 아빠와 누나도 주말이면 병원에서 지내다 돌아갔습니다.

흡인성 폐렴이 너무 자주 오니까 병원 측에서는 위루관 수술(배에 구멍을 뚫어 위로 음식물을 바로 공급하는 수술)을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강현이가 너무 마르고 몸무게가 나가지 않아서 어느 정도 살을 찌워야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먹은 것을 자꾸 토하니 살이 점점 빠졌습니다. 어느 날 가서 보니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강현이의 다리가 너무 앙상한 겁니다. 그때는 유경이가 속상할까 봐 티를 못 냈지만 너무 놀라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느 날 유경이가 저한테 물었습니다.

"언니, 제가 돌아가서 일할 자리가 있을까요?"

저는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다 순간 아차 싶었습니다. 유경이는 SMA 환우회에서 만난 엄마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는데 그즈음 강현이 또래의 한 아기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얘기를 들은 모양이었습니다. 순간 눈물이 쏟아지려고 해서 "너는 강현이를 열심히 돌봐야지 무슨 소리야" 대답하고 화장실 가는 척 병실을 나왔습니다.

그 뒤에도 병원에 있는 동안 아이들이 하늘나라로 갔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유경이의 얼굴에 깊은 그늘이 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제 앞에서는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병문안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강현이의 몸무게를 늘려야 위루관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삼키지 못하고 계속 토를 하니 도저히 살을 찌울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그 상태에서 위루관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위루관 수술을 하고 나니 얼굴을 가리고 있던 콧줄이 없어져서 시원하다고 유경이가 좋아합니다. 그러나 그 후에도 강현이는 계속 열이 나기를 반복했습니다.

병원에서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며 퇴원을 권했습니다. 그때 유경이는 그 말이 마치 의사가 강현이를 포기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합니다.

 병원에 온 누나와 반갑게 인사하는 강현이
 병원에 온 누나와 반갑게 인사하는 강현이
ⓒ 하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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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헌신으로 건강해진 강현이

퇴원한 후 친언니의 소개로 강현이를 한의원에 데리고 다니면서 뜸과 기치료를 받았는데 강현이의 혈색이 바뀌고 열이 내렸다고 합니다. 꾸준하게 한의원을 다닌 결과 감기에도 안 걸리고 튼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툭하면 감기에 걸려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강현이가 조금씩 건강해지면서 생활이 안정화되었습니다. 그때 한의원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고 합니다.

"집안 분위기가 아이에게 좋은 기운을 준다. 화목하게 지내라. 강현이는 그대로 강현이다. 그대로 아이를 받아줘라. 낫는다고는 보장은 못 해주지만 살아있는 동안 아프지 않고 지내면 되지 않겠느냐."

그 말이 유경이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플까 봐 집에만 데리고 있던 강현이를 데리고 산책도 하고 가족 여행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강현이가 더 건강해질 수 있게 운동도 다니고 많은 것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다른 이들에게는 당연한 것일 수 있지만 병원에서 살던 시절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이모들이 마음합쳐서 낸 책 [강현이의 풍선여행]
 이모들이 마음합쳐서 낸 책 [강현이의 풍선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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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이네 집에서 모임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인간관계가 좋은 엄마 아빠 덕분에 강현이는 이모 삼촌 복이 많습니다. 이모 삼촌들이 놀러 가서 강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글솜씨, 그림솜씨 있는 이모들이 마음을 모아 '강현이의 풍선여행'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올해 7살이 된 강현이는 살이 아주 튼실하게 올랐습니다. 이제는 일주일 일정이 꽉 차 있습니다. 수영 수업도 받고, 병원 가서 재활치료도 받습니다. 일주일에 이틀은 유치원 선생님이 방문 교육하러 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가족들의 눈물나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저걸 어떻게 다루나 싶은 의료기구도 척척 다루고 거의 초인적인 체력으로 강현이와의 일정을 소화해냅니다. 저러다가 쓰러지는 것 아닌가 걱정됩니다. 그런데도 강현이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기 위해 유경이는 마음이 바쁩니다.

약 나왔다지만 보험등재는 아직... 희망고문 언제 끝나나

그러던 중 SMA 환자들을 위한 약 스핀라자가 개발되어 한국에도 들어왔다는 희소식을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아기 때부터 임상을 시작해서 걷게 된 아이들도 있고 한국에서 임상을 한 아이들도 호전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습니다. 약값이 너무나 비쌌기 때문입니다. 1년에 여러 번 꾸준히 맞아야 효과가 있다는데 한 번에 1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약이 없다면 몰라도 버젓이 한국에 들어와 있는데 맞지 못하는 이 현실에 가족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약값이 너무 비싸서 보험 등재를 해달라고 올해 4월에 부모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도 편지를 썼습니다. 장관에게서 최대한 빨리 등재하겠다는 회신이 왔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희귀질환 보험 등재 기간이 굉장히 길고 허가율도 낮다고 합니다. 이미 보험 등재를 끝내고 치료를 시작한 나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모들의 박탈감은 더해졌습니다. 희망고문이 따로 없습니다.

호주에서는 이미 보험 등재를 끝내고 18세 미만의 모든 SMA 아이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본은 약이 들어오고 6개월 만에 보험 등재가 돼서 아이들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유럽 등도 보험 등재가 속속들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SMA는 진행성 질환이다 보니 아이들의 상태가 언제 나빠질지 알 수 없습니다. 부모들은 하루하루 애가 탑니다. 하루라도 빨리 맞아야 효과가 좋다고 하는데 도대체 언제쯤이나 등재가 될지...

유경이는 지금도 어느 순간 길을 가다가 '강현이가 없어지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면 숨쉬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지금 강현이에게 내가 뭘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놀아주다 보면 나쁜 생각이 없어진다고 합니다. SMA 가족들은 이런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국에서 관례나 경제적 논리를 따지지 말고 하루빨리 아이들을 치료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강현이의 4살 생일잔치. 많은 지인들이 찾아와 축하해주었다.
 강현이의 4살 생일잔치. 많은 지인들이 찾아와 축하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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