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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너무나 상투적인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이나 사범대학을 나온 사람은 물론, 일반적인 교육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대해 한두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교육의 내용과 방법이 아무리 훌륭할지라도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교사이며, 교사가 밝은 기운으로 학생들과 함께 수업할 때 가장 좋은 수업이 나옴을 말해주고 있다. 미래사회를 이끌어나갈 인재를 만들어내는 데 교육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때, 그 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주체인 교사가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존재하고 어떤 자질을 요구 받는지와 관련된 문제는 그 사회의 지속가능성 여부를 결정지을만한 중요한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2018년, 대한민국에서 교사는 어떤 존재인가? 교육이 나라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바와 공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일선에서 교육을 완성하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또, 당사자인 교사들도 다양한 걱정과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텨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2018년 5월은 교사들에게 너무나도 힘든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스승의 날(5월 15일)이 있는 달이어서 교사들이 행복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교육을 해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5월에 있었던 교사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은 자신의 본분을 다하여 성실하게 제자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에게 여러모로 씁쓸함을 많이 남겨주었다.

'내가 선생님에게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말은?', 왜 하필 스승의 날에...

MBC 라디오 프로그램 <2시의 데이트 지석진입니다>가 스승의 날을 맞아 '내가 선생님에게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말은?'이라는 주제를 선정해 사연을 모집하고 방송을 진행했다. 또, 그 사연들을 읽어나가며 웃음을 보여 많은 교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다른 날도 아닌 스승의 날에 이런 주제를 제안한 스텝, 그것을 진행한 진행자, 그것을 허락한 방송사 모두가 하루하루 열심히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교사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최근, 김영란 법 시행과 교권 추락으로 교사에 의해 '스승의 날 폐지'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올 만큼 교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는 시국이었기에 이러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주제선정은 교사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었다. 만약, 어버이날에 '내가 부모에게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말은?'이라는 주제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고 생각해보면 그 심각성은 쉽게 인지할 수 있다.

물론, 그만큼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한 교사들이 문제이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교육현장을 보면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며,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학생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참스승'도 그에 못지않게 많다. 최소한 스승의 날 만큼은 교사의 긍정적인 부분을 함께 나누어 교사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대구 현장체험학습 교사 벌금형... 과도한 교사의 책임

스승의 날 3일 후인 지난달 18일, 또 한 번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기사가 소개되었다. 현장체험학습을 가던 중 6학년 학생을 휴게소에 남겨 둔 교사가 아동복지법 위반혐의로 기소되어 벌금형이 선고된 것이다. 물론, 아직 최종판결이 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판결이 최종심까지 유지될 경우 이 교사는 향후 10년간 교육계에 종사하지 못한다. 너무나 가혹하다.

이번 사건에서 교사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상황 자체가 너무나 큰 돌발 상황이었고, 교사가 고의적으로 아이를 위험에 빠뜨리려고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직을 떠나야 한다는 판결은 너무나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체험학습은 교사에게 너무나도 큰 부담이 되는 행사이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등 일정이 긴 경우에는 학급 당 인솔교사가 2명이 가는 경우도 있지만, 당일치기의 체험학습 같은 경우 일반적으로 교사 1명이 한 반 전체, 약 20~25명 정도를 홀로 인솔해야 한다. 우리는 초등학생 어린이 2명의 자녀와 부모가 멀리 여행을 가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대구에서 천안의 독립기념관까지 가는 먼 여정을 버스로 이동한다면 그 부담감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교사는 아이들의 안전지도, 건강상태 확인, 체험학습 장소에서의 여정, 학교 관리자와의 소통 등 다양한 상황에 홀로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상황이라면, 아이 한 명이 아프거나 멀미를 하는 등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안전문제 때문에 쉽게 버스를 멈추고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교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기자도 수차례 체험학습을 가봤지만, 아무리 주의사항을 이야기 하고 휴게소나 출발전후에 화장실을 갈 수 있도록 안내를 해도 다급한 상황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이 뉴스가 보도된 후, 교사들에게는 일명 '체험학습 공포'가 찾아오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가르치고 있는 우리 반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으며, 현장체험학습에서 발생하는 모든 안전사고가 고스란히 그 책임을 담임교사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나 학생 모두 즐거워야 할 '행복한 소풍'이 이제는 '공포의 소풍'이 되어버린 현실이 너무나 서글프다.

교사의 자존감 회복을 위해 모든 교육주체가 노력해야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이 행복하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아이들은 자신의 일상생활 중 절반 정도를 학교에서 보낸다. 그만큼 학교생활이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며 매일 만나는 친구와 담임교사는 가장 의미 있는 타인이 된다. 특히, 초등학교는 전과목을 담임교사가 가르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학교생활 중 담임교사의 비중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아이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의미를 차지하는 담임교사가 불행하다면 어떨까? 아마 우리 아이도 학교에 있는 시간이 그리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교사의 행복은 교사 자신뿐만 아니라 반의 아이들, 그들의 부모들과 주변 가족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우리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2018년 5월은 지나갔다. 많은 교사들이 여러 사건들로 상처를 받았지만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도 행복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교사 스스로 힘을 내야만 한다. 또, 체험학습이나 학교의 행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 사고에 대해 무조건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사회 구성원들이 인식해야 하며, 이것에 대해 학교교육의 또 다른 주체인 학교, 교육청, 학부모,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발생한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태그:#교사, #대구 체험학습, #스승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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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이 가득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교육이야기를 전하고자합니다. 또, 가정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한 아이의 아빠로서 사람사는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바둑과 야구팀 NC다이노스를 좋아해서 스포츠 기사도 도전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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