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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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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일 자신의 재임시절에 벌어진 법관 사찰, 청와대와의 재판 거래 의혹 등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그는 경기도 성남시의 한 전원마을에 자택 앞으로 기자들을 불렀다. 그러나 기자들이 대거 모이자 자택이 노출되는 걸 꺼려한 양 전 대법원장은 장소를 인근 대로변으로 바꿨다. 수십 명의 기자가 몰려 대로변 회견은 불가능했다. 결국 기자들의 항의 끝에 자택 인근 놀이터로 장소가 결정됐다(관련 기사 : 유체이탈, 책임전가, 자기모순 양승태 "대법원, 순수하고 신성하다").

"대법원장으로서 꿈도 꿀 수 없는 일" 그러나...

"법원이 또 다른 상처를 받고 내부 갈등으로 비칠까 염려돼 언급을 피해 왔다"는 양 전 대법원장이 이날 스스로 밝힌 기자회견 이유는 "분명히 해야 할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고 말씀드린다"라며 표면적으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그동안 제기된 핵심 의혹들을 모두 전면적으로 부정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장으로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에 관해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라며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서 방향을 왜곡하고 그걸로 거래를 하고 그런 일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법관을 뒷조사했다는 의혹에는 "그런 게 있었다면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정책에 반대한 사람이나, 특정한 성향을 나타낸 사람이나, 법관에게 불이익을 준 적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수 차례 "조사단의 결론도 (내 의견과) 같은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특별조사단은 이번 사건을 명백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라고 결론 내렸다.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관들을 사찰한 문건이 실제로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또 십여 건의 판결을 박근혜 청와대와의 '협상'에 활용한다는 계획의 문건도 나왔다. 특별조사단은 이를 "법관의 독립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크게 비난받을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특별조사단은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보고서에는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법원 안팎에서 '셀프 면죄부'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특별조사단은 "형사적 조치가 없다고 한 부분은 우리의 불찰"이라며 "충분한 검토 여지가 있다"라고 입장을 바꿨다. 아마도 양 전 대법원장은 이 부분을 아전인수로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특별조사단은 법적 결론을 내릴 권한이 없다. 양 전 대법원장도 그걸 잘 알 것이다.

"인기인 된 것 같다"며 웃음까지 보여

설령 보고서에서 범죄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단 결과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당시 사법부 수장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진솔한 사과 대신 "대법원 판결은 순수하고 신성하다. 대법원의 재판 신뢰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라며 오히려 자신을 향한 비판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또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사태의 심각성과는 동떨어진 여유로움도 내비쳤다. 그는 놀이터에 모여 있는 기자들 사이로 들어오면서 카메라 셔터소리가 터지자 "너무 인기인이 된 것 같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법원행정처가 법관을 사찰했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을 판사들, '재판 거래' 의혹이 제기된 사건 피해자들의 고통, '최후의 보루'라고 여겼던 법원의 부패에 망연자실한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무성의하게 느껴지는 모습도 있었다. 그는 회견을 시작하면서 "조사 결과를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고 있지 전체를 다 보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문건의 내용과 관련된 질문에는 "무슨 문건인지 알아야 이야기할 것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국정농단'에 비견되는 '사법 농단'의 책임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조사결과나 문건의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나왔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은 "평생 법관으로서 42년 지냈고, 법원이야말로 제 인생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조직"이라던가, "재판 독립 원칙을 금과옥조로 삼는 법관으로서 42년 살아온 사람이 어떻게 남의 재판 관여하고 간섭하고 그런 일을 꿈을 꿀 수 있겠나"라는 식의 항변을 했다. 이번 사건은 그가 법관으로 있었던 기간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그가 '금과옥조'로 여긴 '재판 독립의 원칙'을 무너뜨린 문건이 나왔지만, 그는 그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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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정적인 이 장면

결론적으로 양 전 대법관은 자신의 권위에 기대 이번 사태를 무마하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태도는 그의 자세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회견 초반 편안한 자세로 서 있다가 기자들의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손을 허리춤에 올렸다. 그러자 양복 양 끝단이 뒤로 젖혀졌다. 마치 무언가 단단히 따지려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특별조사단 조사에 응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내가 가야 합니까"라고 되물었고, "여러 개의 컴퓨터를 흡사 남의 일기장 보듯 완전히 뒤집었다. 그런데도 왜 사안을 밝히지 못했을까? 더 이상 뭐가 밝혀지겠나"라며 조사 자체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지는 질문에는 "말꼬투리를 잡지 말아라"라며 답변을 피했고, 문건 작성 지시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기자를 향해 "언론사 사장이 질문하는 분 컴퓨터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알고 있느냐"라며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사태 심각성과 동떨어진 '여유', 아직도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은 대답들, 그리고 허리춤에 올린 손. 이러한 모습들은 양 전 대법원장 스스로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듯하다. "대법원장으로서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란 그의 항변에 공감할 확률을 높이는 데 하등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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