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확실한 '예방 주사'였다. 월드컵 조별 라운드 1차전 스웨덴전 가상 파트너로 선택된 보스니아가 위력적인 역습을 뽐냈다. 그들은 스웨덴과 유사한 경기 패턴을 보여주며 대한민국(아래 한국) 대표팀이 보완해야 할 부분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줬다.

한국은 1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아래 보스니아)의 평가전에서 1-3 패배를 당했다. 전반 28분 만에 비슈챠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한국 대표팀은 2분 뒤 곧바로 이재성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으나, 후반전 안일한 수비 대응으로 비슈챠에게 2실점을 더 허용했다. 이날 경기 승리로 유쾌한 출정식을 마치고 본선길에 오르고자 한 계획도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이번 보스니아와의 평가전은 '스웨덴전 모의고사'와 다를 바가 없었다. 바로 보스니아와 스웨덴의 경기 스타일이 닮았기 때문이다. 두 팀 모두 수비에 힘을 두고 경기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장이 크고 힘이 좋은 포백을 필두로 단단한 수비벽을 형성해 실점을 최소화하고 있다. 수비가 안정된 이후는 역습으로 상대의 숨통을 끊어내는데 강점을 보인다. 한국 대표팀이 얼마나 역습 허용을 최소화하고 전방 압박과 날카로운 공격을 가져가느냐가 이날 맞대결의 승부처였다.

역습 세 방에 뚫려버린 스리백

이번 경기에서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역시 변형 스리백이었다. 지난 온두라스전에서 포백으로 경기를 시작했던 신태용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후반전 3-5-2 포메이션으로 전형을 바꾸는 변화를 시도했고, 연달아 득점에 성공하며 스리백 효과를 톡톡히 봤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기성용을 최후방으로 내리며 유동적인 포지션 변화를 가져가려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스리백의 중심에 기성용을 위치시키며 수비의 불안감을 덜고 공격 시에는 뛰어난 빌드업으로 공격을 풀어나가겠다는 의중이었다.

해트트릭 기록하는 보스니아 비슈차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보스니아 비슈차가 세번째 골을 넣고 있다.

▲ 해트트릭 기록하는 보스니아 비슈차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보스니아 비슈차가 세번째 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의 스리백은 대체로 잘 돌아갔다. 단, 보스니아의 정상적인 공격 과정에서만 이었다는 것이 한계였다.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두터운 수비벽을 형성했다. 오반석, 윤영선, 기성용에 더해 윙백인 김민우와 이용도 깊숙이 내려서며 보스니아의 공격을 막았다. 센터백들은 190cm가 넘는 신장을 지닌 보스니아 공격수들을 상대로 투지 넘치는 공중볼 경합으로 제공권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전반 중반 이후 제코가 고립되며 별다른 활약을 가져가지 못한 것이 그 방증이었다. 한국 수비수들이 제코를 수비 반경 범위 안에서 놓치지 않으며 그의 공격력을 감쇄시켰다.

문제는 역습 상황이었다. 좋은 수비를 가져갔던 한국은 역습 세 방에 무너졌다. 수비수들이 반대쪽에서 침투해 들어가는 선수에 대한 마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뼈아팠다. 이날 해트트릭을 터뜨린 비슈챠는 손쉽게 득점을 가져갔다. 전반 28분과 후반 34분에는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정확한 슈팅으로 마무리 지었고, 전반 막바지에는 절묘한 침투로 추가골을 뽑아내기도 했다. 첫 실점 이후 반대로 넘어오는 크로스와 최전방으로 찔러 들어오는 패스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지만, 안일한 대처가 화를 불러일으켰다. 

스웨덴과 비슷하게 역습에 강점을 보이는 보스니아를 상대로 동일한 실점 패턴을 가져갔다는 점은 분명 해결 과제로 남았다. 스리백을 통해 수비 시 파이브백을 형성하며 많은 수비 숫자를 가져갔으나, 역습 상황에서는 그 수가 무의미했다. 공격적으로 나선 왼쪽 풀백인 김민우의 수비 커버가 빠르게 이뤄지지 못했고, 이는 곧바로 센터백들의 하중으로 이어졌다.

후반전에는 수비수들의 순간적인 집중력 또한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도 이번 경기 이후 "우리가 본선에 가서 사용할 플랜 B를 위해 스리백을 준비했는데, 시간이 짧았던 것 같다. 실험적으로 하다 보니 선수들의 보이지 않은 실수로 실점이 나온 것 같다"라며 수비 전술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체력 부담도 선결되어야 할 문제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이번 경기 가장 큰 패인은 상대의 역습을 잘 막지 못한 결과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체력 문제도 이 문제를 심화하는데 한몫을 더했다. 한국은 온두라스전과 같이 전반 초반부터 강한 전방 압박을 부단히 이어갔다. 전반까지만 하더라도 결과는 좋았다. 보스니아에는 베시치와 피아니치 등 빌드업과 공격력 모두 뛰어난 선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중원부터 강한 압박으로 그들의 공격 줄기를 끊어낼 필요가 있었다. 2선의 이재성과 정우영은 물론, 최전방의 손흥민과 황희찬도 이에 동참했다. 전반 30분 이재성의 동점골도 선수들의 줄기찬 압박이 있기에 가능했다.

이 압박이 지속된다면 대표팀은 후반전 다시 진영을 정비하고 점유율을 높여 공격으로 나설 수 있었다. 그러나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체력 고갈이 급격히 나타났다. 선수들의 발걸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보스니아 선수들은 지난 온두라스전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들은 뛰어난 탈압박을 통해 경기를 서서히 풀어나갔다. 한국 선수들이 부지런히 뛰어다녔지만 보스니아는 이를 역이용해 빠르게 공격 진영으로 올라섰다. 결과적으로 무리한 압박은 수비 뒷 공간 노출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5월 29일 몬테네그로와의 경기를 마치고 입국해 준비 시간이 짧았던 팀에게 체력적으로 밀리는 모습은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경기 이후 출정식을 마치고 마지막 훈련지인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이제는 실전이다. 우리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상대들은 분명 이번 평가전 상대인 보스니아보다 강한 상대들이다. 상대에 따라 다른 전술을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변화의 폭이 클 경우 함정에 빠지는 것은 오히려 한국이 될 수가 있다. 부상자가 속출하며 최대 전력치를 낼 수 없다는 애로사항이 존재하지만, 적절한 전술 수립과 체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번 평가전과 다를 것 없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한국 대표팀이다.

이재성의 동점골 장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한국 이재성이 보스니아 토니 슈비치를 피해 드리블 후 슛하고 있다.

▲ 이재성의 동점골 장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한국 이재성이 보스니아 토니 슈비치를 피해 드리블 후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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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평가전 대한민국 보스니아 경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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