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FIFA 러시아월드컵의 개막이 보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여전히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일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출정식을 겸한 국내에서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에딘 비슈차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는 등 수비가 크게 흔들리며 1-3의 완패를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은 서로 정예 멤버가 아닌 상태에서 경기를 치러 대표팀의 현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런 데 반해 스웨덴전을 대비한 평가전이었다는 점에서 보스니아전 패배는 많은 우려를 낳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그리고 대표팀이 현재 처한 상황이 어떤지도 제대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또다시 실패로 끝난 3백 포메이션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꺼내든 카드는 3백 포메이션이었다. 지난해 FIFA U-20 월드컵에서 3백 포메이션을 통해 성공을 맛봤던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서도 월드컵 본선에서 성공의 열쇠로 꺼내든 카드는 3백 포메이션의 정착이었다. 또한 3백 포메이션은 플랫형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스웨덴전을 대비한 신태용 감독의 필승카드였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가진 평가전에서 3백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을 때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3백 포메이션으로 임한 경기에선 단 1승도 거두지 못했고 가뜩이나 조직력을 가다듬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마당에 3백 포메이션이 하루 아침에 조직력이 가다듬어지는 일은 아니었다. 결국 수비불안이 고조되고 뒷공간이 허물어지는 등 수비가 급격히 무너지며 수비에서 쉽게 실점을 허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보스니아전에서 꺼내든 신태용 감독의 3백 포메이션은 또 한번 실패를 맛봤다. 상대의 측면공격과 좌우 측면전환 속에 수비라인이 깨지는 데다 측면에서 너무 쉽게 크로스를 허용하는 등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게다가 롱패스 한방에 수비 뒷공간이 허물어졌고 이러한 패턴으로 3골 모두 헌납했다.

이재성의 동점골 장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한국 이재성이 보스니아 토니 슈비치를 피해 드리블 후 슛하고 있다.

▲ 이재성의 동점골 장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한국 이재성이 보스니아 토니 슈비치를 피해 드리블 후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비가 불안하니 공격이 제대로 진행될 리가 없었다. 그나마 이재성을 비롯해 손흥민, 황희찬이 전반전에는 뭔가 기회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였으나 후반전에는 공격의 실마리를 좀처럼 풀지 못하면서 공격의 위력 또한 더욱 반감됐다.

3백 포메이션이 정착하기 위해선 조직력이 그만큼 다듬어져야 하는 것도 물론이지만 3백의 스토퍼 2명을 비롯해 측면 윙백들의 활약 역시 더욱 중요한 포메이션이다. 특히 측면 윙백의 활약이 더욱 중요한 것이 공격을 나섰다가 상대가 공격으로 나오면 빠르게 수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보스니아전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윙백 플레이어들의 활약은 3백 포메이션에서 무리가 뒤따르는 것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김진수 빠진 왼쪽 수비 어쩌나

2000년대 들어 10여년간 축구대표팀의 왼쪽 수비를 책임졌던 이영표가 떠나면서 왼쪽 수비포지션은 여전히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자리를 거쳐간 선수만 해도 박원재, 윤석영, 박주호, 홍철, 김진수, 김민우까지 있지만 모두가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렇게 이영표의 은퇴 후 7년여 동안 제대로 된 주인이 생기지 않은 축구대표팀의 왼쪽 수비 자리는 신태용 감독이 부임한 이후 김진수가 굳건한 신임을 받으면서 서서히 주인을 찾아가는가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에서 김진수가 부상을 입으며 월드컵 출전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이 계획이 꼬이게 됐다. 신태용 감독은 그래도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고 김진수를 발탁함과 동시에 K리그1 상주상무에서 활약하는 홍철과 김민우를 발탁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까지 보여줬다(사실 김민우는 3백 포메이션에서의 활용을 고려해 발탁했다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김진수가 대표팀 소집 이후에도 회복 속도에 있어 진전이 없는 상황에 이르자 월드컵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렇다면 남은 선수인 홍철과 김민우가 이 공백을 메워야 하지만 온두라스, 보스니아전에서 이들의 활약은 물음표만 남았다.

4-4-2 포메이션으로 나선 온두라스전에서 선발로 출전한 홍철은 장기였던 크로스 능력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등 공격적인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하며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이날 후반전 투입된 김민우 역시 교체투입 후 활발한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 부족한 모습.

그리고 보스니아전에서 3백 포메이션의 윙백으로 출전한 김민우는 지난 시즌 수원 삼성에서 3백 포메이션의 윙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그때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 공격에선 템포를 살리지 못하는 데다 부정확한 크로스가 나오면서 공격의 맥이 끊기는 상황이 이어졌다. 수비시에는 공격으로 나갔다가 수비로 전환하는 속도에서 문제점을 노출하며 왼쪽 수비에서 모두 실점이 나오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표팀의 공격진은 이재성을 비롯해 황희찬, 이승우, 문선민 등은 측면에 배치되지만 중앙지향적 성향이 강한 선수이기에 이들과의 연계플레이를 통한 득점기회 창출, 양질의 크로스 공급등 공격의 활로를 열어줌과 동시에 빠른 수비전환을 비롯해 측면 공격수들과의 협력수비를 통한 수비강화를 해줘야 해 대표팀의 4-4-2 포메이션이든 3백 포메이션이든 측면 윙백의 활약은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다.

그나마 오른쪽 수비를 맡는 고요한과 이용은 공격수들과의 연계플레이를 통해 공격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왼쪽이 살아나지 않으니 한 쪽으로만 공격이 치우쳐 결국 공격루트가 단조로워지는 현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홍철과 김민우가 국내에서 치른 2차례의 평가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한 데다 왼쪽 수비를 맡을 수 있는 박주호 역시 한계가 뚜렷한지라 본선을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또 다른 고민을 낳았다.

체력 문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는 데는 장기간의 합숙과 거스 히딩크 감독의 빼어난 용병술 등이 있었지만 정말 큰 이유는 '체력'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약점이 기술이나 개인기가 아닌 체력이 약점이었다는 점을 인지하고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통해 월드컵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선수들의 체력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이는 포르투갈을 비롯해 이탈리아, 스페인등 유럽의 강호들을 물리치고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할 수 있었다.

보스니아와의 평가전에서도 체력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전반전에는 왕성하게 움직였지만 너무 무리한 탓인지 후반전에는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공수 전환속도 등을 비롯해 공격으로 나가는 속도 등에서 문제점이 노출됐다. 수비는 전환속도에서 약점을 보여 결국 역습에 추가실점을 내줬고 공격에서도 전반전 보여줬던 연계플레이를 통한 찬스메이킹 등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하지 못한 후반전이었다.

후반전에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낸것에 대해선 전반전에 오버페이스 하다시피 한 선수들의 움직임도 문제였는데 사실 이는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상대팀인 보스니아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홈에서 몬테네그로와 평가전을 치른 후 30일 입국해 단 하루 동안 적응훈련하고 한국과 경기를 치른 팀이다. 경기를 치르고 장시간 비행을 통해 한국으로 건너온 점, 시차적응, 이동에 따른 피로 등 후유증이 남아 있었던 보스니아였기에 오히려 체력적인 부담은 보스니아가 더 컸던 경기였다.

해트트릭 기록하는 보스니아 비슈차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보스니아 비슈차가 세번째 골을 넣고 있다.

▲ 해트트릭 기록하는 보스니아 비슈차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평가전에서 보스니아 비슈차가 세번째 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이러한 체력적인 문제는 열흘간 3경기를 치러야 하는 본선에서 문제로 작용될 공산이 크다. 열흘간 3경기를 치러야 하는 점과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기에 이동에 따른 피로 등이 겹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또한 우리의 상대팀인 독일, 멕시코, 스웨덴은 우리보다 전력이 우위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기에 이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으려면 한 발 더 뛰는 축구를 통해 그 격차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게 체력인데 보스니아전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체력 문제는 심각성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90분동안 3경기를 치러야 하는 체력이 선수들에게 있어야 하지만 아직 선수들의 체력은 거기까지 올라오지 못한 모양새다. 체력적인 문제를 극복해야만 월드컵에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보스니아전에서 보여준 신태용호의 현상황은 유쾌한 반란을 다짐했던 그 다짐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경기였다. 본선 첫 상대인 스웨덴과의 경기는 이제 보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갈 길이 먼 신태용호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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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축구대표팀 신태용 대한민국 보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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