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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에서 혼다의 어코드 기자단 시승회가 열렸다.
▲ 혼다, 10세대 신형 어코드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에서 혼다의 어코드 기자단 시승회가 열렸다.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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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녹사태'로 곤혹을 치룬 혼다코리아(아래 혼다)가 브랜드 얼굴인 중형 세단, 어코드로 시장 신뢰 회복에 나선다. 더욱 젊은 감각으로 돌아온 10세대 완전변경 신차로 소비자들의 마음도 돌리고, 판매 진작도 꾀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신형 어코드의 테마를 '압도적인 자신감'으로 정했다. 그만큼 제품에 자신이 있다는 말이다. 과연 혼다의 자신감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경험해 봤다.(관련기사: '와신상담' 혼다, 신형 어코드로 명예회복 나서나)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의 현대블룸비스타에서 10세대 신형 어코드의 기자단 시승행사가 열렸다. 이날 시승을 위해 준비된 차량은 2.0 리터(L) 터보였다. 어코드에 터보 엔진이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2.4L와 3.5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었다. 2인 1조로 이천의 반환점까지 편도 약 55km의 거리를 오갔다.

출시 행사에서 만난 신형 어코드의 과감한 외관 변화에 상당히 후한 점수를 줬던 터라 실제 도로 위의 모습이 상당히 궁금한 상태였다. 앞 모습을 제외하고 세련된 옆태와 뒷태가 마음에 들었었다. 2인치 커진 19인치 휠과 패스트백 디자인을 적용한 옆모습은 기대만큼 예뻤다. 매끈한 선을 구현하기 위해 혼다는 새로운 레이저 용접 기법을 적용했다. 천장과 필러 사이를 메우던 검은색 몰드를 빼고, 구분선을 최소화 했다.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에서 혼다의 어코드 기자단 시승회가 열렸다.
▲ 혼다, 10세대 신형 어코드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에서 혼다의 어코드 기자단 시승회가 열렸다.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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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대는 언제나 100% 충족되는 법이 없다. 뒷 모습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씨(C) 형상의 후면등과 가운데가 볼록한 트렁크 문, 그 위를 가로지르는 선 등의 조합은 뒷부분이 좁아 보이게 한다. 전체적으로 각 부분이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반면, 후면등과 반사판의 불빛이 고양이 수염같아 귀여워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전면부는 혼다의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인 '솔리드 윙'이 더 얇아지고 날렵해지는 대신 옆으로 길어졌다. 2.0 터보는 그릴의 하단부를 다크 크롬으로 마무리 해 1.5보다 역동적인 느낌을 전달하도록 했다. 세대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한눈에 호감이 가는 얼굴은 아니다. 뒤따라 오는 차량의 전면 디자인을 바라보면서 '일본인들이 추구하는 미, 가장 선호하는 미는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갔다.

실내는 묘하다. 2018년와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이 혼재돼 있다. 부분적으로 이전 세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과하지 않은 크롬과 나무 무늬 장식이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 문 안쪽에서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데, 중간중간 변화를 거치지 않은 옛 것이 남아있다. 실내등과 안전벨트의 플라스틱, 뒷좌석 팔걸이 등이 그러하다. 돌출형 8인치 엔터테인먼트 화면은 뒤로 뉘어져 있어 운전석에서도 정보 전달이 확실했다. 시승차에 틴팅이 돼 있지 않아 햇빛이 강했는데도 눈부심 없이 내비게이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에서 혼다의 어코드 기자단 시승회가 열렸다.
▲ 혼다, 10세대 신형 어코드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에서 혼다의 어코드 기자단 시승회가 열렸다.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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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난 어코드는 그동안 알고 있던 어코드가 아니었다. 묵직하고 조용했던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반응이 빨라지고, 가벼워졌다. 2.0L 터보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 재미있고 역동적인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다. 최고출력 256마력, 최대토크 37.7kg.m의 주행성능을 제공, 운전자가 이를 만끽할 수 있다. 자체 제작한 10단 변속기는 다목적차량(MPV)인 오딧세이에 처음으로 들어갔지만 어코드가 더 찰떡 같은 궁합을 뽐내며 변속기의 성능을 더 제대로 활용한다.

시승 내내 터보 엔진이라면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터보 래그(Turbo lag)를 느끼지 못했다. 터보 래그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실제 가속까지 시간차를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저속에서부터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탄력 있게 치고 나간다. 또, 저속에서 기어 단수가 내려갈 때 약간의 느낌이 나지만 운전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

최고 단수인 10단은 주로 엔진회전수가 1500알피엠(RPM) 언저리에서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을 할 때 사용한다. 권영기 상품기획팀 과장은 "실질적으로 10단까지 쓰는 일은 적지만, 단수를 높임으로써 기어비를 촘촘하게 설계해 부드럽고 신속한 가속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에서 혼다의 어코드 기자단 시승회가 열렸다.
▲ 혼다, 10세대 신형 어코드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에서 혼다의 어코드 기자단 시승회가 열렸다.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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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면 조용한 어코드가 나지막하게나마 성난 엔진 소리를 들려준다. 스티어링휠(운전대)도 살짝 묵직해진다. 계기반의 화면도 바뀌고, 주변을 두르고 있는 조명도 빨간색으로 변한다. 풍절음(바람소리)이나 엔진소음 등의 유입은 어코드답게 아주 잘 잡았다. 이를 위해 회사는 반대 부밍을 쏴주는 마이크(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ANC)를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 천장에 하나 더 설치했다.

대신 노면소음이 이전보다 잘 들린다. 권 과장에 따르면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디자인과 주행성능 측면에서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기존보다 편평비(타이어 고무의 두께)는 작지만 휠의 크기는 더 큰 타이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50이었던 편평비가 40으로, 17인치가 19인치로 달라졌다. 1.5 터보에는 이전과 동일한 17인치에 편병비 50의 타이어가 들어간다.

시승의 80% 가량이 고속도로 주행으로 진행돼 운전대의 조향감과 반응성을 높인 듀얼 피니언 이피에스(EPS) 시스템을 경험해볼 기회는 없었다. 이전 세대는 싱글 피니언 EPS가 적용됐었다. 주행 모드마다 다른 승차감을 제공하는 어댑티브 댐퍼 시스템의 차이도 직접 느끼기에는 시승 구간의 환경이 다양하지 않았다.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에서 혼다의 어코드 기자단 시승회가 열렸다.
▲ 혼다, 10세대 신형 어코드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에서 혼다의 어코드 기자단 시승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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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센싱은 조금 더 다듬어야 한다.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속도를 유지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은 업계 평균 수준이었다. 부드럽게 속도를 줄여주며 안전 거리를 확보했다. 반면, 차선 유지 보조장치(LKAS)는 개선이 필요하다. 차선 중앙이 아닌 왼쪽으로 자꾸만 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차선을 이탈하면 스티어링휠에 진동을 줘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켜줬다. 경고음은 없었으며 계기반과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경고 문구를 띄웠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1.5 터보 차량을 보러 왔다가 2.0 터보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그래서 당초 전략과 달리 2.0 터보에 힘을 실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5월 25일까지 한 달 가량 접수 받은 사전예약 대수는 1800대 수준. 이중 가솔린의 60%는 1.5터보다. 하이브리드는 올 7월부터 고객에 판매한다. 

회사는 10세대 어코드를 '고객이 자신감을 갖고 탈 수 있는',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차량으로 개발했다고 했다. 짧은 시승이었지만 주행감성은 그럴 만 했다. 역시 기술의 혼다였다. 하지만 브랜드 경쟁력과 제품에 대한 신뢰성은 과연 운전자들이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인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업계 및 시장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독일 업체의 실내-외 디자인에 일본의 엔지니어링과 내구성 조합의 차라면 완벽하다는 말이 있다. 신형 어코드를 타면서 이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에서 혼다의 어코드 기자단 시승회가 열렸다.
▲ 혼다, 10세대 신형 어코드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양평에서 혼다의 어코드 기자단 시승회가 열렸다.
ⓒ 최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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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어코드, #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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