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리그팀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스페인 리그팀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사임한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 레알마드리드 홈페이지


지네딘 지단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확정지은 후 나흘 만에 돌연 사임을 발표하여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지단 감독은 지난 5월 31일(한국 시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레알을 떠날 것을 공식 발표했다. 지단 감독은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사임의 이유를 밝혔지만 당분간 다른 구단을 맡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고 일각에서 제기된 불화설 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지단 감독은 자타공인 레알의 역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중 한 명이다. 현역 시절 '마에스트로'로 불리우던 당대 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서 월드클래스급 스타들이 즐비하던 레알의 '갈락티코' 1기에서도 가장 빛나는 존재감을 자랑하던 선수였고, 은퇴 후에도 2군 감독과 수석코치를 거쳐서 사령탑까지 오르며 레알과의 좋은 인연을 이어간 보기 드문 사례다.

'독이 든 성배' 레알에서 손꼽히는 기록 남긴 지네딘 지단

지단 감독은 지난 2016년 1월 4일 레알의 1군 감독에 부임했다. 전임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자 2군 감독으로 활약하던 중에 전격적으로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당시만 해도 아무리 슈퍼스타출신이라지만 지도자로서는 아직 변변한 경력이 없던 초보 감독이, 그것도 시즌 중에 레알 마드리드 같은 거대 구단을 제대로 이끌어갈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지단의 선임은 감독 본인과 레알 구단 모두에게 그야말로 신의 한수가 됐다. 지단은 레알의 감독직을 역임했던 지난 878일동안 불과 3시즌에 걸쳐 무려 9개의 우승트로피를 구단에 선물했다. 지단 감독이 1년 8개월 동안 벌어들인 우승 상금만 1억 940만 유로(약 147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챔피언스 리그 3연패는 두고두고 세계 축구 역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이다. 3회 우승은 밥 페이즐리-카를로 안첼로티와 함께 역대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 타이기록이자, 연속 우승은 지단이 유일하다. 유럽클럽대항전이 지금의 챔피언스리그 체계도 개편된 이후 3연패는 고사하고 2연패를 기록한 팀도 레알뿐이다.

또한 지단은 레알에서 선수-코치-감독으로서 모두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진기록도 세웠다. 감독 경력동안 각종 대회에서 총 7번의 결승전에서 모두 우승하며 '결승 불패'의 신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1군 감독 경력이 불과 2년 반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알렉스 퍼거슨-파비오 카펠로-주제 무리뉴-펩 과르디올라-유프 하인케스 등 유럽축구 역사에 손꼽히는 감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혹은 뛰어넘은 명장의 반열에 오르며 '스타 출신 감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등극했다.

지단의 또 다른 위대함은 누구보다 '멋있게 떠나는 법'도 잘 안다는 점이다. 지단 감독은 라울 곤잘레스, 이케르 카시야스 같이 레알 유스 출신 스타들도 어렵다는 '레알에서의 명예로운 현역 은퇴'를 이뤄낸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는 2006 독일월드컵 결승전 이탈리아전에서 마르코 마테라치와의 박치기 해프닝 같은 '옥에 티'도 있었지만, 조국 프랑스를 다시 한번 결승전까지 끌어올리며 현역 은퇴를 앞두고 월드컵 MVP까지 오른 활약은 지단이 전무후무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제 발로 걸어나간' 지단, 다른 빅클럽 진출할까

감독으로서의 퇴장도 '아름다운 이별'에 가깝다. 비록 올해 리그에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라이벌 FC바르셀로나에 일찌감치 우승을 내줘야 했지만 챔피언스리그 3연패 수성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이로 인하여 지단 감독이 당분간 레알에서의 장기집권이 가능해졌다는 분석도 많았기에 갑작스러운 사퇴가 더욱 이변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레알은 세계 최고의 명문팀이라는 명성 뒤로 '감독의 무덤'이라는 악명도 높다. 2000년대 이후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을 지낸 감독만 지단까지 총 14명이다. 이중 레알에서 3년 이상 지휘봉을 잡았던 감독은 비센테 델 보스케(1999.11~2003.6.)와 주제 무리뉴(2010.5~2013.6) 단 2명뿐이고, 그나마 이들을 제외하면 레알 감독의 평균 임기는 1년이 채 되지 않는다.

레알의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로도 불린다. 항상 최고만을 원하는 레알의 '일등주의'로 인하여 매년 리그와 챔스 우승트로피를 하나 이상 들어 올려야 하고, 보는 이를 즐겁게 하는 공격축구와 수준 높은 경기 내용까지 동시에 잡아야 한다. 극성스러운 현지 언론과 팬들의 시달림도 감수해야 한다. 파비오 카펠로나 카를로 안첼로티처럼 바로 전 시즌 우승을 이끈 감독이라도 다음 시즌 성적이 조금만 좋지 않거나 혹은 구단과의 관계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가차없이 내치는 구단이 바로 레알이다. 서류상의 계약기간은 레알 감독에게는 사실상 '공허한 휴지조각'일 뿐이다. 지단 감독도 올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리그에서의 부진과 여론의 압박으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의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지단 감독은 마지막 시즌까지 챔피언스리그 연속 우승이라는 선물을 남기면서 박수칠 때 떠나는 모양새가 됐다. 역대 레알 사령탑을 통틀어 이 정도로 화려한 업적을 남기고 무사히 '제발로 걸어나간' 감독이 또 있었나 싶을 만큼 이상적인 피날레였다.

비록 지단도 레알에서 장수 사령탑은 되지 못했지만 그가 앞으로도 레알의 역사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장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레알에서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증명한 만큼 바르셀로나를 떠난 이후 뮌헨-맨시티 등의 감독을 역임한 펩 과르디올라처럼 지단도 향후 빅클럽들의 러브콜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레알 입장에서는 앞으로 지단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게 또 다른 숙제가 됐다. 후임자로 호세 마리아 구티,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등 여러 감독 후보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지단이 레알에서 남겨놓은 아우리가 워낙 큰 만큼 누가 뒤를 이어받더라도 비교는 피할수 없을 전망이다.

여기에 레알은 핵심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레스 베일 등도 줄줄이 이적설이 거론되고 있어서 자칫 올여름 대대적인 팀 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5월 15일(한국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6-20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7라운드 세비야와 홈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4-1로 승리했다. 이날 호날두는 2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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