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동구청이 31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에 세워져있던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에 항의하던 시민들과 구청,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동구청이 31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에 세워져있던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에 항의하던 시민들과 구청,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일본 정부의 강력한 요구를 받아들인 정부가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되어 있던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로 철거했다. 시민들은 철거를 막기 위해 저항했지만 1500여 명의 경찰력까지 동원한 행정대집행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이로써 시민들이 일제 강제 동원 피해 조선인들을 기리기 위해 자발적 모금 1억여 원을 모아 지난 1일 세운 노동자상은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강제 철거되게 됐다.

노동자상 설립을 주도한 적폐청산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위(아래 노동자상특위)와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정부 측 대표는 이날 오전까지도 노동자상의 위치를 놓고 협의를 벌였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동자상을 일본영사관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야 한다는 태도를 유지한 정부 측과 절대 이동할 수 없다는 노동자상특위의 의견은 막판까지도 평행선을 달렸다.

동구청이 31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에 세워져있던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에 항의하던 시민들과 구청,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동구청이 31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에 세워져있던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에 항의하던 시민들과 구청,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결국 미리 예고한 대로 동구청은 직원을 동원해 오후 2시 노동자상 철거를 시작했다. 노동자상 철거 소식을 듣고 달려온 100여 명이 격렬히 저항하고, 일부는 노동자상을 끌어안았지만 경찰은 이들을 힘으로 뜯어냈다. 일부 시민들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오열했다.

지게차에 들려 1톤 트럭에 실린 노동자상은 경찰 순찰차와 오토바이의 보호를 받으며 이동을 시작했다. 이를 저지하려는 시민들은 도로까지 뛰어나가 이동을 막으려 했지만 경찰은 이들을 밀쳐내며 차량의 이동을 도왔다.

정부는 강제 철거한 노동자상을 남구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임시로 보관한다는 계획이다. 노동자상특위는 반환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에게 칭찬받은 한국 정부...국제법 위반 논리 설득력 있나?

동구청이 31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에 세워져있던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에 항의하던 시민들과 구청,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동구청이 31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에 세워져있던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에 항의하던 시민들과 구청,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정부의 노동자상 철거는 일본 정부의 요구를 충실히 반영한 조치이다.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 노동자상 설치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던 일본 정부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뜻이 그대로 반영됐다. 아베 총리는 지난 9일에는 노동자상 설치를 막고 있는 한국 정부의 행동에 대해 높게 평가한다며 계속 노동자상 설치를 막아줄 것을 거듭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본 정부의 논리를 받아들여 그동안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을 노동자상 설치 불가 근거로 들어왔다. 해당 협약 제 22조는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할 특별한 의무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관의 안녕과 품위 유지라는 모호한 규정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해석하는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다.

동구청이 31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에 세워져있던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에 항의하던 시민들과 구청,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동구청이 31일 오후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에 세워져있던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을 강제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철거에 항의하던 시민들과 구청, 경찰이 충돌을 빚기도 했다.
ⓒ 정민규

관련사진보기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비엔나 협약의 공관 보호 의무는 외국공관 측이 구체적인 생명이나 위협을 느껴서 도저히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의 해악을 끼칠 정도를 의미한다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면서 "일본은 노동자상까지 설치되는 것은 과하다고 보겠지만, 해외에서는 영사관의 업무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소녀상 설치가 비엔나협약 위반이라고 일본이 주장하자 "(소녀상이 협약) 위반인지는 국제재판소가 이 문제를 다루지 않는 이상 현재로서는 명확한 답은 없다"면서도 "해석상 대한민국의 국제법 위반이 인정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창록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일본의 국제법 위반 주장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일간의 강제징용 문제를 풀지 않으면 이러한 갈등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분들이 살아계실 동안 하루빨리 배상을 받도록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