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 리그 첫 승을 위한 U-19 대표팀의 분전은 인상 깊었다. 그러나 수비 불안은 계속됐고 전반전 리드를 잡고도 수비 집중력이 순식간에 무너지며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강인은 빛났다. 지난 프랑스와 맞붙은 1차전에서 특출난 플레이를 보여준 그의 활약은 이번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대한민국(이하 한국) U-19 대표팀은 31일(아래 한국 시각) 프랑스 살롱드프로방스에서 펼쳐진 2018 툴롱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토고와의 맞대결에서 1대 2 패배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한 한국 대표팀은 B조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전반 4분 이강인의 환상적인 선제골이 터졌지만, 전반 17분과 33분 덴키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이후 후반 20분 보코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맞은 한국은 상대를 끊임없이 몰아쳤으나 경기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7일 펼쳐진 프랑스와의 1차전에서 1대 4 대패를 당했다. 전반 1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2실점을 허용할 만큼 수비가 무너진 것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결과만 따지면 참패지만 사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은 U-19 대표팀이 나섰지만 프랑스는 U-21 대표팀이 주를 이뤄 기량 차이가 현격했다. 정정용 감독도 대회 시작 전부터 도전자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오는 10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2018 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을 앞두고 선수들의 기량과 조직력 점검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었다.

예상대로 경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돋보인 선수를 꼽자면 단연 이강인이었다. 2살 월반에 형들과 함께 뛰었음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예리한 왼발 슈팅과 화려한 개인기로 시선을 끌었다. 나이가 많은 형들과 호흡을 많이 맞춰보지 못했음에도 보인 경기력이라 더욱 고무적이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는 선발 출전했다. 4-3-3 포메이션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며 앞선의 공격수들을 지원했다.

전반 4분 선제골 포함, 번뜩이는 플레이 빛난 이강인

 U-19 축구대표팀에서 뛰는 발렌시아의 이강인

U-19 축구대표팀에서 뛰는 발렌시아의 이강인 ⓒ 대한축구협회/연합뉴스


이강인의 플레이는 토고 경기에서도 빛났다. 그는 전반 4분 만에 조영욱의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기록했다. 공을 잡고 빠르게 돌아서며 상대 수비수들을 벗겨냈고,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상대의 골망을 갈랐다. 전반 22분 수비 뒷 공간을 침투해가던 조영욱에게 침투 패스를 넣어주는 모습과 전반 38분 하프라인에서 공을 잡고 빠르게 올라가는 플레이는 그의 클래스를 완연히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이강인이 중앙에서 분전하며 경기를 풀어나가자 대표팀은 수월하게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지난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도 많이 보여줬다. 선수들이 불필요한 플레이를 줄이고 높은 위치에서 압박으로 상대를 몰아쳤다. 상대 수비수들이 공을 잡으면 이강인을 필두로 전세진과, 고재현이 함께 압박을 펼치며 상대 공격이 빠르게 전진하는 것을 막았다. 압박 이후에는 촘촘해진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미드필더진이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공격으로 전환해 나갔다. 

이후 한국은 연속된 실점으로 리드를 토고에게 뺏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한국의 공·수를 이끌었다. 이강인은 후반전 전술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갔다. 정정용 감독은 전세진과 조영욱을 빼고 중앙 미드필더로 정호진을 투입시키며 변화를 꾀했는데 이 둘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정호진이 수비 시 후방으로 내려갈 때는 이강인이 중원의 밸런스를 잡았고, 정호진이 공격 작업을 수행할 때는 그가 아래로 물러서며 혹시 모를 상대의 역습에 대비했다.

이강인은 이번 경기에서도 80분 풀타임을 모두 소화했다. 그가 터뜨린 환상적인 중거리포는 빛이 바랬지만 그가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임팩트는 결코 작지 않았다. 탈압박과 경기 템포 조절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았고, 경기 중간마다 터진 화려한 턴 동작은 모두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나이가 어린 선수라 이번 득점으로 자신감을 찾고 이후 경기에서 더욱 패기 있는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번 경기의 수확은 충분했다.

이강인은 활약하고 있지만, 수비 안정감 필요

 FC서울의 공격수 조영욱

FC서울의 공격수 조영욱 ⓒ 프로축구연맹/연합뉴스


한국 대표팀은 오는 6월 2일 오후 10시 스코틀랜드와 조별 리그 마지막 일정을 치른다. 지난 프랑스전과 이번 경기 패배로 사실상 4강 진출은 물 건너갔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성적에 따라 순위 결정전을 통해 순위를 가리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대표팀이다. 그리고 정정용 감독이 2018 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을 위한 팀 조직력 향상에 초점을 둔만큼 계속해서 발전하는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U-19 대표팀에는 오세훈, 전세진, 조영욱 등 나이에 맞지 않은 좋은 활약으로 올 시즌 소속팀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오세훈과 조영욱은 이날 경기에서 공격수로 나서며 상대 센터백과 경합하며 좋은 찬스를 만들어냈지만 결정력 부분에서 2% 부족함을 보여줬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전세진은 포지션 적응에 애를 먹으며 후반 21분 정호진과 교체되었다. 이후 경기에서 이강인에 대한 상대 마킹이 심해질 것은 자명할 터, 다른 공격수들의 활약이 필요해 보인다.

끊임없는 수비 불안도 선결되어야 할 문제점 중 하나다. 선수들끼리 합을 맞춰볼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수비에서 실수가 발생한다는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번 경기에서는 지난 프랑스전과 비교해 패스 미스 자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전방 공격수인 아고로와 클리제를 제대로 마킹하지 못하며 뒷공간을 끊임없이 노출한 점은 우리 수비가 제대로 된 수비벽을 형성하는데 어려움으로 남았다. 

수비수들의 적극성도 아쉬웠다. 양측 풀백들뿐만 아니라 센터백들도 공격 시에는 라인을 올려서 하프 라인 밑에서 공격을 지원했지만,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할 때 수비 라인으로의 복귀가 다소 늦었다. 그리고 상대 공격수들이 슈팅 찬스를 잡았을 때 적극적으로 마킹을 가져가지 않으면서 전반 2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수비수들의 개인 기량은 나쁘지 않다. 센터백 이재익은 올 시즌 강원FC에서 준수한 데뷔를 마치며 대형 수비수 탄생을 예고했고, 우측 풀백 황태현 또한 연령별 국가대표를 모두 거친 유망주다. 다만 본인들의 장점을 살리고, 서로 유기적인 수비를 이어가는 것이 수비 안정감을 높이는 일차적인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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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툴롱컵 대한민국 토고 경기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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