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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원주민 농민끼리 추진하는 농촌관광사업 또는 농촌지역개발사업은 성공하기 어렵다."

이른바 마을만들기, 사회적경제 등 농촌지역의 공동체사업(Community Business)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래서 실수나 실패로 귀결되기 쉽다. 사업환경이나 기반이 구조적으로 불안하고 위험하다. 원인은 분명하다. 법적, 도덕적 책임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의 역량과 진정성을 갖춘 명확한 사업주체가 농촌지역에는 부재, 부족, 부실하다. 현대 농촌사회의 발전과 진화를 가로막고 있는 구조악이다.

따라서 실수와 실패가 예정된 기왕의 토건, 관광 중심의 전시형, 과시형 농촌지역개발사업은 전면 재검토돼야 마땅하다. 그 같은 전근대적인 사업판의 관성과 관행을 이쯤에서 단호히 중단할 필요가 있다. 대신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사업주체 정립의 방법론 및 운영모델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지자체소멸위험지수 1위의 벼랑끝으로 내몰린 의성군에서 절박하고 절실하게 25가구의 귀농인을 찾고 있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다. 귀농인과 원주민이 협업·공생하는 협동조합에서부터 새로 사업판을 그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바로'사람과 조직'이 없으면 실패하고 만다는 농촌지역개발 사업판의 수많은 선례에서 값진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의성군 활기찬 농촌프로젝트 시범사업' 계획 수립 및 사업추진 과정에서, 마을·지역공동체사업의 책임주체로서 협동조합과 중간지원조직을 설정하는 과제를 최우선 사업목표로 삼은 이유다.

마늘과 고추의 고장, 의성 단촌면 어귀
▲ 의성 단촌면 마늘과 고추의 고장, 의성 단촌면 어귀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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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마을경제'로 먹고살 정예귀농인 25가구

그래서 의성군은 요즘 한창 새로운 사람을 찾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있다. 의성군 단촌면에 곧 들어설 체류형 농장에 입주, 새로운 의성군민으로 살아갈 25가구의 귀농인을 모집하고 있다. 이는 곧 25가구의 협동조합 조합원을 모집한다는 말과 같다. 농장 입주민은 곧 협동조합 조합원이기도 한 것이다.

농장은 단촌면 구계리에 소재한 7210㎡의 부지에 조성된다. 25가구의 귀농인이 생활할 25세대의 단독주택이 신축된다. 임대보증금은 3백만 원, 월임대료는 20만 원 수준이다. 창고, 텃밭은 주택마다 따로 제공되고, 공동으로 야외 체육시설을 공유한다. 의성군에 고향 등 연고가 있거나 사회적경제 등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재능과 자격을 보유하거나 교육, 관광, 관리, 마케팅, 협동조합 등 사업과 유관한 경험과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귀농인은 입주민 선발시 우대한다.

25가구의 농장 입주민 또는 협동조합 조합원은 체류형 농장을 중심으로 방문형 농장, 생태캠핑장, 커뮤니티센터(교육장, 가공장, 직판장 등), 야외 체험장 등의 시설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협동해서 운영한다. 이같은 기반시설을 활용해 마을캠프, 마을생활기술학교, 지역문화복지프로그램, 지역관광네트워크, 지역도농상생 사회적 경제포럼, 마을축제, 마을잡지 등의 사업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게 된다.

이 사업의 핵심전략은 결국 '마을기업(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조직)형 민간자조·자치 중간지원조직'을 마을·지역공동체사업의 기반이자 중심에 세우자는 것이다. 이른바 '도농이 협동하고 공생하는 지역사회공동체 융합플랫폼' 모델 및 3단계 추진전략이다. 만일 그 방법론의 효과와 효용이 지자체소멸위험지수 전국1위의 의성군 사업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실증된다면 전국 농촌의 표준모델로 적용할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다.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등 농촌재생 사업이 한창인 단촌면 5일장터
▲ 단촌 장터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 등 농촌재생 사업이 한창인 단촌면 5일장터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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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패는 25인의 협동조합원에 달렸다

아마도 이 사업의 성패는 25가구의 체류형 농장 입주민 선발과 협동조합 조합원 구성이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에 판가름 날 것이다. 사업추진 기간은 내년까지이지만 더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기존 마을공동체사업의 운영주체이나 실무집행조직으로서 부적절하거나 부족했을 '마을회' 등 전통적 농촌공동체조직이나 사업추진·운영위원회' 등 작위적인 조직의 역할과 책임을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가 25가구의 면면을 보면 결정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존 지역 원주민 중심의 '추진·운영위원회'와 입주 귀농인 주도의 '활기찬의성협동조합' 사이의 일반적인 역할분담 및 적재적소의 업무분장 방안이 세부경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가령 사회적경제협의회 이장협의회, 농민회, 농업경영인회, 부녀회, 노인회, 청년회, 상가번영회 등 기존 전통공동체 구성원인 원주민 중심의 '추진·운영위원회'는 마을주택(귀농인 임대주택 등), 마을펜션, 마을식당 등 생활마을 사업, 마을체험 및 답사 등 생태마을 사업분야 위주로 가동하면 적합할 것이다.

귀농인이 주도하는 사업공동체 중심의 '협동조합'은 마을농장, 마을가게, 마을공장 등 경제마을 사업, 마을학교 등 문화마을 사업 분야 위주로 활동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의성군 단촌면의 중요 역사문화자산 '고운사'
▲ 고운사 의성군 단촌면의 중요 역사문화자산 '고운사'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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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권역을 넘어 지역사회를 책임지다

이때 협동조합은 마을이나 권역 안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적정한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의성군 전 지역으로 사업의 지평을 확장해야 한다. 의성군 지자체단위의 '공동체사업 협동경영체' 네트워크(network) 및 허브(hub) 모델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의성군 지자체 고유 농업·농촌자원의 상품화 및 판로확보를 통한 소득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일종의 마케팅에이전시 역할에 집중, 특화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경제적 목적 외에 농업·농촌 정주여건 기반 강화를 위해 문화, 교육, 의료, 복지, 여성,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대한 사회적서비스도 병행한다.  

의성군뿐 아니라 우리 농촌사회는 인적 자본 못지 않게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도 쇠퇴해 부족하고 부실하다. 관련 법, 정책, 제도의 지원 이전에 마을과 지역사회 공동체 안에 내재·축적된 고유 사회적 자본을 발굴하고 생산하고 축정하는 작업이 선행 또는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활기찬의성협동조합', 그리고 '의성군 지역사회공동체지원센터'는 성공적 공동체사업을 위한 '사회적 자본 발전소'로서 사회적 의미와 책무가 있다. 의성군의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서로를 위해, 농촌마을공동체를 위해 더불어 함께 먹고 사는 공동운명체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곧 의성군 단촌면 청년회에도 25명의 청년들이 새로 합류할 수 있을 터.
▲ 단촌면 청년회 곧 의성군 단촌면 청년회에도 25명의 청년들이 새로 합류할 수 있을 터.
ⓒ 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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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의성군, #협동조합 , #귀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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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연구소(Commune Lab) 소장, 詩人(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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