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960년 전후로 강원도 속초는 전국 제2위 어획고를 기록하는 수산업도시였다. 대표적인 어획 어종은 명태와 오징어였다. 아직 언론에서 음식에 대한 관심도 부족한 때라 음식 관련 기사는 많지 않지만, 1960년대를 대표해 속초에서는 명란젓, 설악산에서는 머루주가 유명하다고 언급되었다.

1962년 1월 6일 조선일보 3면에 나온 속초 명란젓의 미국 수출 기사.
 1962년 1월 6일 조선일보 3면에 나온 속초 명란젓의 미국 수출 기사.
ⓒ 조선일보

관련사진보기


가장 눈에 띄는 기사가 바로 미국으로 수출하는 속초 명란젓 기사이다. 이미 한일관계가 복원되면서 1959년부터 명란젓과 성게젓이 일본으로 수출되었고, 1962년 처음으로 속초의 명란젓이 미국으로 수출되었다.

미국 가는 명란젓 - 속초의 경사

명란젓이 미국으로 팔려간다. 코드·피쉬·로우(Cod fish Roe)라는 상표를 달고 오는 8일경 부산항을 떠나는 배에 실려 2천5백 파운드가 미국에 첫 수출되는 것이다.… 생산지는 동해바다, 가공업자는 속초읍 5구에 사는 김명탁씨-서울의 태성무역회사의 위탁을 받아 명태에서 알을 뽑아내고 젓을 담가 10파운드 용량의 나무통에 넣어 포장하는 일이 오막살이 공장인 집안에서의 작업과정의 전부다.…
<1962년 1월 6일 조선일보 3면>

속초시 제2회 통계연감을 보면, 196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속초에는 식품가공공장이 4곳에 47명의 종업원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생산품목은 간장과 오징어포, 명란이다. 생산량을 보면 간장은 7백70석, 오징어포는 6만여포(包), 명란은 2천3백55관(貫)이다. 물론 등록하지 않은 소규모 명란젓 공장도 상당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66년 7월 7일자 <중앙일보> 6면 '미각풍류-속초의 명란젓'이라는 기사에는 "현재 속초에만 8개의 전문 제조공장이 있고(기타 영세업자 다수) 여기에서 생산되는 명란젓은 연간 2백2톤(3관들이 1만5천통)에 3천6백만원이나 된다"며, "이중 반이 넘는 1백40톤(약1만2천통)이 일본으로 수출되어 2천35만원을 벌어들이고 나머지가 국내에서 소비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업자들은 덕장(명태말리는 곳)에서 북어를 만들려고 빼낸 명태알을 수집하여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뒤 소금을 섞어 섭씨18도 정도의 온도로 통에 넣어 10여 일을 두면 명란젓이 된다"라고 명란젓 제조과정을 소개했다.

1967년 <경향신문>에 처음으로 '명태순대'가 거론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명태순대는 속초에 정착한 함경도 실향민들이 겨울에 즐겨먹던 음식이다. 신문 지상에 명태순대가 거론된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다. 

겨울 밥상에 제일 구미를 돋우는 것이 명태요리인데 이것은 구워 먹어도 좋고 지져 먹어도 좋고 국을 끓여 먹어도 또한 좋다. 생선 명태는 생선대로, 건명태(乾明太)는 건명태대로 그 맛이 일품이요, 더욱이 좋은 것은 명태알로 만든 명란젓이요 또 더 좋은 것은 생태 뱃속에 순대를 만들어 넣어 얼군 명태순대인데, 이것을 구워서 상에 올려놓으면 식욕이 저절로 솟아나기 마련이다.
<1967년 1월 23일 경향신문 1면 '여적(餘滴)'>

1960년대 속초에는 어떤 식당들이 있었을까? 1965년 4월 13일 <강원일보>에는 속초의 우량업소 상패수여식이 있었는데, 요정부는 '가야다방', 식당부는 '서울집', 주점부는 '이원집', 중국음식부는 '사륙관'이 이름을 올렸다.

1960년대 설악산 개발로 관광객이 늘어났지만 설악산 관광을 대표할 만한 특산음식은 눈에 띄지 않았다. 신문에는 설악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머루주가 거명되었다.

1967년 10월 3일 <매일경제> 5면에는 설악산 소개 기사가 게재되었다. 지금의 소공원에 해당하는 장항리에는 60여 가구가 살고 있는데, 관광객을 상대로 호텔과 여관이 갖춰져 있고, 음식점과 다방, 당구장, 요정, 기념품상, 약방, 파출소가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특히 신문에서는 "여관에서는 이곳 특산의 갖가지 풍미있는 산나물과 속초에서 나온 싱싱한 해산물, 포수들이 잡아온 온갖 산짐승들의 육류까지 맛볼 수 있으며, 보라색의 이곳 머루주는 유명하다"고 보도했다.

1969년 7월 12일자 <동아일보> 7면 전국 피서지 중 설악산 소개 기사 중에서 "고산지대인 이곳에는 산채 등 신선한 부식을 먹을 수 있는 반면, 바다가 멀지 않아 생선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부근에 당귀 등 한국 고유의 약초가 있고 토산 머루주가 유명하며 진짜 토종꿀을 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제휴사인 <설악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속초, #명란젓, #설악신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지역언론연대는 전국 34개 시군구 지역에서 발행되는 풀뿌리 언론 연대모임입니다. 바른 언론을 통한 지방자치, 분권 강화, 지역문화 창달을 목적으로 활동합니다. 소속사 보기 http://www.bjynews.com/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