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까지는 단순한 우연, 세 번까지도 조금 유별난 인연이라 했다. 하지만 4년 연속은 '운명'이란 말 밖에 어울리는 단어가 없다.

스티브 커 감독이 이끄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타이론 루 감독이 지도하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오는 6월 1일부터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2017-2018 NBA 파이널에서 '또' 격돌한다. NBA는 매 시즌 30개 구단이 팀당 82경기를 치르며 경쟁하는데 르브론 제임스가 클리블랜드로 돌아온 2014-2015 시즌부터 최근 4년 동안 파이널 매치업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꽤 많은 NBA팬들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 매치업에 피로감을 호소하지만 골든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는 이번 시즌에도 양 컨퍼런스의 험난한 플레이오프 일정을 이겨냈다. 양 팀 선수들은 대다수의 NBA 선수들이 올림픽 금메달 이상으로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NBA 우승반지에 도전할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농구팬들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칠 수준 높은 시리즈를 즐길 시간이 왔다.

[골든스테이트] 공포의 스몰라인업으로 백투백 우승 노린다

 이번 파이널은 제임스(왼쪽)와 듀란트의 대결로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파이널은 제임스(왼쪽)와 듀란트의 대결로도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NBA.com 화면캡처


2005-2006 시즌을 끝으로 12년 동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한 새크라멘토 킹스 같은 팀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겠지만 골든스테이트는 파이널에 오른 지난 4번의 시즌 동안 가장 힘든 시즌을 보냈다. 실제로 골든스테이트는 정규리그 58승에 그치며(?) 4시즌 연속 NBA 승률 1위를 차지하는데 실패했다(서부 2위, 전체 3위). 31경기에 결장한 스테판 커리를 비롯해 주력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서부컨퍼런스의 오랜 지배자답게 뉴올리언스 펠리컨스와의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부터 커리가 합류하며 '완전체' 전력을 구축했다. 커리와 케빈 듀란트, 클레이 탐슨으로 이어지는 무지막지한 득점 기계들을 동시에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만능 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의 공격조립 능력 역시 어지간한 일류 가드들의 그것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골든스테이트는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정규리그 승률 1위 휴스턴 로키츠를 만나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골든스테이트는 안드레 이궈달라가 무릎 부상으로 4차전부터 출전하지 못하며 고전했지만 휴스턴 역시 포인트가드 크리스 폴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6, 7차전에 결장했다. 결국 백코트에서의 우위를 유지한 골든스테이트가 4년 연속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커 감독이 팀을 맡은 후 골든스테이트는 한 번도 파이널 무대를 밟지 못한 적이 없다.

골든스테이트가 가지고 있는 최대 장점은 역시 '공포의 스몰 라인업'이다. 팀 내에 조엘 엠비드(필라델피아 76ers)나 앤서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 같은 존재감 강한 엘리트 빅맨이 없는 골든스테이트는 승부처에서 그린을 센터로 세우고 외곽 공격이 가능한 4명의 선수를 한꺼번에 뛰게 한다. 스몰 라인업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높이를 풍부한 활동량과 폭발적인 외곽슛으로 메우며 지난 세 시즌 동안 상대팀을 압도했던 골든스테이트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변수는 역시 스몰 라인업 공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이궈달라의 출전여부. 닉 영은 공격력은 좋지만 수비에서 이궈달라에 비할 선수가 아니고 장신가드 숀 리빙스턴은 외곽슛을 거의 기대할 수 없다. 물론 전력이 앞서고 홈 어드벤티지까지 가진 골든스테이트가 이번 파이널에서 더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2년 전 3승1패의 우위에서 3연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는 만큼 '황금전사'들에게 방심이란 있을 수 없다.

[클리블랜드] 플레이오프 '괴물모드' 제임스 앞세워 이변 노린다

NBA 15년 차의 만 33세 노장. 이미 전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르브론 제임스는 이제 조금씩 기량이 하락해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킹'은 자신의 15번째 시즌에 데뷔 후 처음으로 전 경기에 출전하며 30개 구단 모든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36.9분을 소화했다. 27.5득점은 클리블랜드 1기 시절이던 2009-2010 시즌(29.7점) 이후 가장 높았고 9.1어시스트는 커리어 하이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제임스가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야생마처럼 코트를 휘저어야 했던 이유는 '2옵션'  카이리 어빙(보스턴 셀틱스)의 이적과 대체 선수 아이재아 토마스(LA레이커스)의 부진 때문이었다. 실제로 클리블랜드는 시즌 중반 선수단을 대거 교체하면서 제임스 재합류 후 가장 적은 50승에 머물며 4번 시드까지 떨어졌다(클리블랜드는 '제임스 2기'가 열린 후 세 시즌 동안 한 번도 2번 시드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제임스는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무서운 '괴물'로 변하며 팀을 파이널로 이끌었다. 제임스는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18경기에 모두 출전해 경기당 평균 41.3분을 소화하며 34득점 9.2리바운드 8.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8년 연속 파이널 진출을 달성했다. 8년 연속 파이널 진출은 50~60년대를 지배했던 보스턴의 전설들을 제외하면 제임스가 유일하다. 특히 지난 28일 보스턴과의 컨퍼런스 파이널 7차전에서는 1초도 쉬지 않고 48분을 모두 소화했다.

지난 3번의 파이널에서 골든스테이트에게 1승2패로 뒤졌던 클리블랜드는 이번에도 객관적인 전력에서 골든스테이트에게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컨퍼런스 파이널 6차전에서 뇌진탕 증세를 보이며 7차전에 결장했던 빅맨 케빈 러브의 파이널 1차전 출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카일 코버, J.R.스미스, 조지 힐, 제프 그린 등 제임스를 보좌해야 할 조력자들이 대부분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는 30대 선수들이라는 점도 불안요소다.

이미 플레이오프에서 743분을 소화한 제임스의 체력이 걱정스럽지만 현존하는 NBA 최고의 선수는 파이널에서도 분명 제 몫을 해줄 것이다. 트리스탄 탐슨, 래리 낸스 주니어 같은 클리블랜드의 젊은 빅맨들이 그린, 케본 루니, 조던 벨 등과의 골밑 대결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제임스의 부담은 한결 줄어들 것이다. 환경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클리블랜드는 이번 파이널에서도 '킹'을 앞세워 2년 전에 보여준 기적을 재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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