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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개악저지 총파업대회에 참석해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일부를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 “벼랑 끝으로 내모는 최저임금 개악 반대한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개악저지 총파업대회에 참석해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 일부를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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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저는 맥도날드에서 최저임금을 받고 배달 일을 하고 있는 라이더 박정훈이라고 합니다.

미세먼지에 목이 잠기고, 더위에 땀범벅이 되고, 수많은 계단에 다리가 후들거려 하루하루가 힘들고 지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따뜻한 햄버거를 배고픈 손님들에게 배달하다 보면, 제가 하는 일에 보람과 뿌듯함을 느낍니다. 월급이 너무 적어 힘이 빠지기는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조금이나마 올라 희망을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배달 일을 하다 보면 핸드폰을 자주 봐야 합니다. 주소도 검색하고, 연락이 안 되는 손님에게 전화도 걸어야 하지요.

그런데 요 며칠 국회에서 최저임금에 식비와 교통비, 숙박비 등 복리후생비를 포함하는 문제로 시끄럽더니, 오늘 국회의원들이 이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제가 받는 최저임금 7530원, 하루 6만 원 정도의 임금에 뭘 자꾸 넣는다는 것인지요. 지옥 같은 출퇴근길, 지하철과 버스에 짐짝처럼 실리기 위해 1250원씩 하루 2500원을 매일 지출합니다. 밥값도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은 6000원짜리도 찾기 힘듭니다. 매일 1시간 넘는 시간의 임금을 교통비와 식대로 날립니다. 귀신같이 돌아오는 월세를 내고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진 빚을 갚느라 매달 32만 원씩 나갑니다.

네, 교통비와 식대와 숙박비는 이미 최저임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복리후생비고,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입니다. 먹고 자고, 입고 출근하는 데 돈을 쓰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그래서 배달 일을 하다 목이 타거나 배고프더라도 1000원짜리 음료수 하나, 초코바 하나 마음놓고 사 먹지 못합니다. 25분 어치의 땀방울이 사라질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뭘 자꾸 삭감하겠다는 걸까요?

올해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올라서라고 합니다. 한 시간 1060원, 하루 8480원, 한 달 22만 원 1년 264만 원 올랐습니다. 정말 국가 경제가 흔들릴 정도로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번에 최저임금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의 월급은 1149만 원으로, 최저임금의 8배입니다.

식대도 상여금도 없는 알바노동자가 왜 이렇게 난리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알바노동자들은 이미 최저임금에 식대와 교통비 등이 산입되어 왔습니다. 알바노동자들은 식대는커녕 최저임금이나마 지켜 달라고 읍소해왔습니다.

그때마다 사장님들은 자신의 기분에 따라 돼지고기를 사주거나 명절 선물을 준 것, 남은 빵 가져간 것도 체불임금에 포함하려고 합니다. 고시원 총무 알바의 경우는 방을 하나 주고 고시원을 관리하게 하는데, 방값을 최저임금에서 뺍니다. 그러면서 방도 주고 쉬엄쉬엄 일하게 했는데 무슨 최저임금이냐고 역정을 내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이런 와중에 식대와 숙박비가 최저임금에 산입됐다는 소식이 알려졌으니 7%의 조건 조항보다는 식대 포함이라는 말이 통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국회는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현금으로 지급하는 식대·숙박비·교통비 등이 해당연도 월 최저임금액의 각각 25%와 7%를 초과할 때 산입범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기자주)

꼼수도 판칠 것입니다. 주로 현물로 식대를 주는 요식업에서 현금 지급으로 식대를 전환하고 자기 가게에서 구매해서 먹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2014년, 중국집 프랜차이즈에서 알바를 하던 알바노동자가 근로계약서를 달라고 했다가 곤란한 상황을 당했습니다. 늘 점심을 함께 먹던 사장이 갑자기 점심값을 받아야겠다고 한 것입니다. 사장은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알바노동자는 웃으며 짜장면을 먹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알바는 해고됐습니다.

알바노동자들이 노동청에 신고한다 하더라도, 이런 소액사건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근로감독관들이 합의처리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근로감독관의 태도에 실망하고 포기하는 알바 노동자들이 발생합니다. 근로감독관의 수도 적어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곧 선거입니다. 정치인들은 자꾸 국가의 주인이 저라면서 계속 투표해달라고 합니다. 이상합니다. 저를 대표하는 사람은 저의 의사에 반해서 나의 임금을 이렇게 쉽게 가져가면서, 국가의 주인인 저는 저의 대표에게 연락조차 할 수 없는 걸까요.

대통령님.

저는 비록 최저임금 노동자이고, 대통령과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저는 이 나라의 국민이고 제가 하는 일을 사랑합니다. 국회가 저와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저버렸으나 대통령만큼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이번에 통과된 최저임금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 주십시오. 

최저임금 1만원은 지난 총선 당시 국회의 약속이었고 대통령님이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한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대통령님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것뿐 입니다. 국민의 임금삭감을 거부해 주십시오.

덧붙이는 글 | 최저임금 삭감법 거부권 청와대 청원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47288

글쓴이는 맥도날드 라이더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최저임금, #최저임금 삭감법, #알바, #아르바이트,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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