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유니폼 선물받은 배현진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배현진 자유한국당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청년들에게 야구 유니폼을 선물받고 있다.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배현진 자유한국당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청년들에게 야구 유니폼을 선물받고 있다. ⓒ 남소연


3391만원, 그리고 더하기 1000원.

지난 주말 배현진 자유한국당 송파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의 재산이 화제를 모았다. 지난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각 후보자들의 재산 신고사항을 공개하면서다. 여기까진 일반적이었다. 헌데, 배 후보가 누리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연유가 조금 남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배현진 후보는 재산으로 총 3391만 1000원을 신고했다. 반면 송파을 후보로 경쟁 중인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는 4억 214만 5000만 원을, 박종진 바른미래당 후보는 9억 9554만 원을 신고했다.

배 후보의 재산 목록 중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다. 예금과 적금, 신탁 등 예금액은  4900만 여원이었다. 한편 채무는 은행 대출금과 전세 보증금, 자동차 리스 잔여금을 포함 1억 8167만 여원이었다. 이중 본인 명으로 신고한 오피스텔의 실거래가가 1억 900만원으로 신고 됐다. 자동차 리스 잔여금도 3300여만 원에 달했다.

공직자나 선거 후보자의 재산 목록이 화제가 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다만 배 후보의 경우, MBC <뉴스데스크> 최장수 앵커 출신인 데다 단 두 곳 뿐인 이번 지방선거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자이다 보니 이목이 쏠린 측면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논란을 키운 주체가 누구이고, 그 불똥이 어디로 튀었는지는 주목해 볼 만하다.

< TV조선 >과 <중앙일보>로부터 '흙수저' 취급 받은 배현진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역시나 '언론'이었다. 26일 오후 < TV조선 >에 이어 <중앙일보>가 앞 다퉈 <배현진 재산 공개 후 '흙수저' 화제>, <배현진 재산 공개 후 '흙수저' 화제…부모 재산 합쳐도 3391만원>과 같이 '흙수저'를 내세운 제목으로 배 후보의 재산을 보도했고, 여타 매체 역시 이를 따라 쓰기에 바빴다.

배 후보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각각 500만원과 4107만 여원의 전세권을 보유했다고 신고 됐고, <중앙일보>가 배 후보 아버지 소유의 2001년식 1톤 트럭 36만 원 등을 언급하면서 논란을 키운 측면이 다분해 보인다.

송파을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배현진 후보를 '흙수저'로 변모시키고자 하는 '헤드라인'이 문제였을까. 포털 사이트에 전송된 이 <중앙일보>의 기사에 달린 댓글만 1만7000여개다. 그 중 추천 상위만 보면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다. "수저가 정치랑 무슨 상관?"이라는 비판부터 "채무는 자동차 리스 잔여 대금 3306만3000원을 포함한 1억8167만5000원이다. 자산 관리는 어떻게 하는 거냐", "공영방송 메인앵커 자리를 몇 년이나 꽤 차고 있었는데 부모 재산 빼면 마이너스란 소린데 비싼 자동차 리스에 저래서 나라살림 제대로 하겠나 어디"와 같은 비판이 주를 이뤘다.

MBC 노조의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파업에 불참했다거나 '부역자' 딱지, 극우 방송의 스피커 노릇을 한 배 후보의 아나운서 시절 이력은 부차적인 문제로 보일 정도였다. 요컨대, '흙수저' 운운하는 헤드라인 자체가 화를 키웠다. 공영방송의 아나운서 연봉을 잣대 삼은 반발이 일파만파로 커졌고, 오피스텔 소유나 리스 승용차까지도 불씨를 키우는 증거로 작용한 셈이다.

보수언론이 '흙수저' 포장하려던 '선의'가 오히려 배현진 후보의 이미지만 갉아 먹는 긁어 부스럼이 된 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배 후보의 정체성 찾아주기에 가까운 논란은 사실 본인 스스로가 자처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굳이 배 후보의 개인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 자격으로 나선 자유한국당 정강정책 방송 연설만 봐도 금방 드러난다. 지난 22일 KBS에서 방송된 22분여에 달하는 그 연설은 진짜 '흙수저' 출신 유권자들이 듣는다면 귀를 의심할 내용으로 점철돼 있었다.

송파을 출마 선언하는 배현진 배현진 전 MBC 앵커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 신청을 한 뒤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송파을 출마 선언하는 배현진 ⓒ 남소연


"서민과 중산층 위한 정당" 운운한 자유한국당과 배현진

"문재인 정부는 최악의 경제 무능 정권."

자유한국당이 노상 소리를 높이는 현 정부 비판의 열쇠 말이다. 연설에 나선 배 후보 역시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기조를 이어갔다.

배 후보는 "지금 문재인 정권의 무책임한 정책 실험과 일방적 폭주로 나라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며 "지난 1년 이 정권의 성적표는 참으로 참담하기만 하다"고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고 고용정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으나 각종 고용지표는 매번 최악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며 "한마디로 최악의 경제 무능 정권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이어진 한마디.

"한국당은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으로 완전히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살려달라"며 절을 하던 자유한국당 수뇌부와 그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의 행태가 떠오르는 발언이 아닐 수 없다. 국회 파행의 주범인 자유한국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인 배 후보의 이 결정적이고도 식상한 멘트는 "현 정권의 경제 실정을 막아야 한다", " 경제는 한국당이 훨씬 더 잘한다"는 발언과 더불어 후안무치에 가까운 정치로 일관 중인 자유한국당의 정체성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굳이 한국의 2018년 1분기 경제성장률이 OECD 회원국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연설 도중 배 후보는 "처음 정치를 하겠다 결심하고 한국당을 선택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면서도 "하지만 건강한 자유 시민들과 함께 개인과 공동체의 자유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바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는 제 신념은 분명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정당이 국가 경제를 어떻게 파탄냈는지, 또 그 정권의 수장들이 사적 이익을 취득하기 위해 국가 경제를 어떻게 유린했는지, 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는지를 찬찬히 따져보는 게 먼저 아닐까. 그 두 정권 하에서 집권 여당의 지위를 맘껏 누렸던 자유한국당이 과연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으로 완전히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본인의 발언을 과연 책임질 수 있는지와 함께 말이다.

아마도 본인은 억울할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흙수저' 출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체성을 뒤로 한 채 "저도 그러한 (자유한국당의)노력에 힘껏 힘을 보태고 있다"는 배 후보에 쏟아진 비판은 본인이 감당할 몫이다. 보수언론으로부터 '흙수저' 취급을 받든, 흙수저 출신의 자수성가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든 말이다.

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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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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