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리산 자락에 들어앉은 옛집 쌍산재. 운조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옛집의 분위기 고즈넉하다. 옛집을 둘러싸고 있는 정원도 아름답고 소담스럽다.
 지리산 자락에 들어앉은 옛집 쌍산재. 운조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옛집의 분위기 고즈넉하다. 옛집을 둘러싸고 있는 정원도 아름답고 소담스럽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신록이 푸르름을 더해가는 계절이다. 노동절로 시작된 기념일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처님오신날로 이어졌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도 있었다. 북·미 정상회담 연기 논란에 2차 남북정상회담도 뒤따랐다. 어느 때보다 부산하고 긴박하게 달려온 5월이다.

5월의 끄트머리에서 조금 차분한 곳으로 가본다.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지리산의 푸르름을 호흡하고, 섬진강의 맑은 물을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청량한 새소리가 귀를 즐겁게 하고, 풀 내음까지도 향기로운 운치 있는 옛집이다. 구례 쌍산재다.

구례의 옛집을 생각하면 운조루가 먼저 떠오른다. 그 앞에 곡전재도 연상된다. 쌍산재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가서 보면 고즈넉한 옛집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옛집을 둘러싸고 있는 정원도 아름답고 소담스럽다. 시크릿가든, 비밀의정원을 연상케 하는 멋진 집이다.

쌍산재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구례 문척교와 지리산 풍경. 하얀 구름바다와 섬진강물, 신록이 한데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다.
 쌍산재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구례 문척교와 지리산 풍경. 하얀 구름바다와 섬진강물, 신록이 한데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 같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쌍산재가 자리하고 있는 상사마을의 차밭 풍경. 지리산 자락은 우리나라에서 차나무를 일찍 재배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쌍산재가 자리하고 있는 상사마을의 차밭 풍경. 지리산 자락은 우리나라에서 차나무를 일찍 재배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쌍산재는 구례읍에서 하동 방면으로 화엄사 입구 삼거리를 지나서 왼편,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에 자리하고 있다. 사도리가 위아래로 상사마을과 하사마을로 나뉘는데, 위쪽 상사마을에 있다.

풍수지리의 대가로 알려진 신라 말기의 승려 도선국사가 머물며 삼국통일의 징조를 깨달았다는 고장이다. 도선국사는 훗날 고려 개국에 큰 공을 세웠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수마을이 지리산 자락 구례이다. 구례에서도 대표적인 장수마을인 상사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의 장수 비결은?

쌍산재 대문과 어우러진 당몰샘. 당몰샘은 7년 가뭄, 석 달 장마에도 쉬지 않고 물이 흘렀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물을 받아간다.
 쌍산재 대문과 어우러진 당몰샘. 당몰샘은 7년 가뭄, 석 달 장마에도 쉬지 않고 물이 흘렀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물을 받아간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상사마을에서도 장수마을의 진원지로 알려진 곳이 당몰샘이다. 당몰샘은 7년 가뭄, 석 달 장마에도 쉬지 않고 물이 흘렀다고 전해진다. 당몰샘이 만들어진 게 1000년 전이다. 긴 세월 동안 수량이 일정했고, 맛도 좋기로 소문난 샘물이다.

이 마을 사람들의 장수 비결이 지리산 자락의 약초 뿌리가 녹아 흘러드는 이 물에 있다고 알려지면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부러 찾아와 물을 받아가는 샘물이다. 마을 주민은 물론 인근 지역 주민들까지도 찾아온다.

쌍산재의 보석, 비밀의 정원으로 가는 길. 대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진 길을 따라 난 돌계단을 한단 한단 걸어가서 만난다. 비밀의정원은 대문 안에서도 존재를 짐작할 수 없다.
 쌍산재의 보석, 비밀의 정원으로 가는 길. 대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진 길을 따라 난 돌계단을 한단 한단 걸어가서 만난다. 비밀의정원은 대문 안에서도 존재를 짐작할 수 없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대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진 길, 길지 않은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서 만나는 풍경. 비밀의정원 잔디밭에 봄햇살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다.
 대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진 길, 길지 않은 동백나무 터널을 지나서 만나는 풍경. 비밀의정원 잔디밭에 봄햇살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이 당몰샘과 맞닿아 있는 집이 쌍산재다. 당몰샘 앞에서 쌍산재 대문과 연결된다. 양반집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소박한 대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다. 오른쪽으로 아담한 마당을 둘러싸고 사랑채와 안채, 바깥채, 사당, 그리고 장독대가 올망졸망 자리하고 있다. 왼편으로는 관리동과 별채, 호서정이 배치돼 있다.

쌍산재의 보석, 꼭꼭 숨겨둔 비밀의 정원은 대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진 길을 따라 들어가서 따로 만난다.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고, 대문 안에서도 짐작할 수 없는 비밀의 정원이다. 안채와 별채 사이로 소담스러운 돌계단이 놓여 있다. 돌계단 양쪽으로 쭉쭉 뻗은 대나무(왕대)가 일렁인다. 대나무 아래에는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길이 길지 않은 동백나무 터널과 연결된다.

쌍산재 앞 고목에서 자라고 있는 목이버섯. 뒤쪽으로 쌍산재 편액과 어우러져 한껏 멋을 뽐내고 있다.
 쌍산재 앞 고목에서 자라고 있는 목이버섯. 뒤쪽으로 쌍산재 편액과 어우러져 한껏 멋을 뽐내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작약꽃과 어우러진 쌍산재의 잔디밭. 쌍산재의 서당채와 경암당, 연못이 이 잔디밭과 어우러져 있다. 쌍산재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크게 감탄하는 공간이다.
 작약꽃과 어우러진 쌍산재의 잔디밭. 쌍산재의 서당채와 경암당, 연못이 이 잔디밭과 어우러져 있다. 쌍산재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크게 감탄하는 공간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대숲과 동백숲으로 한낮에도 어둑어둑한 좁은 이 돌계단 길을 따라 한단 한단 오르면, 가운데와 가장자리로 작약꽃이 줄지어서 탐스럽게 피어 있다. 봄 햇살이 양탄자처럼 깔린 넓은 잔디밭도 펼쳐진다. 예전 텃밭을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잔디밭으로 바꾼 것이다.

잔디밭은 죽순이 한창 올라오고 있는 대숲이 한쪽을 둘러싸고 있다. 대숲 그늘에 돗자리 펴고 누워서 쉬고 싶은 공간이다. 서당채와 경암당, 연못이 이 잔디밭과 어우러져 있다. 쌍산재를 찾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크게 감탄하는 공간이다.

경암당 옆 영벽문을 열면 지리산이 품은 사도저수지가 다소곳이 들어앉아 있다. 이 저수지까지도 품에 안을 수 있는 게 쌍산재의 큰 장점이고 즐거움이다. 사도저수지를 빼고, 쌍산재 면적만 1만6500㎡에 이른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옛집과 정원

경암당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영벽문으로 간다. 이 문을 열면 지리산이 품은 사도저수지가 다소곳이 들어앉아 있다.
 경암당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영벽문으로 간다. 이 문을 열면 지리산이 품은 사도저수지가 다소곳이 들어앉아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지리산이 품은 사도저수지 풍경. 이 저수지까지 품에 안을 수 있는 게 쌍산재의 큰 장점이고 즐거움이다.
 지리산이 품은 사도저수지 풍경. 이 저수지까지 품에 안을 수 있는 게 쌍산재의 큰 장점이고 즐거움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쌍산재는 크게 두 영역으로 나뉜다. 대문에서 오른편 안채와 바깥채, 사랑채를 중심으로 한 여성의 영역이다. 잔디밭을 지나서 만나는 서당채인 쌍산재 주변 공간이 남성 영역이다. 두 영역이 완전히 다른 풍광으로 펼쳐지는 게 특징이다. 그 경계를 호서정 옆 동백나무 터널이 짓고 있다.

지금은 여러 차례 고치고, 새로 짓고 해서 고택의 분위기는 덜하다. 10여 년 전부터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추고,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한옥체험장으로 꾸몄다. 외려 누구라도 부담 없이 들어가 호젓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옛집과 정원을 체험할 수 있다.

쌍산재의 옛집에서 한옥체험을 하는 방문객들. 쌍산재는 10여 년 전부터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추고,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한옥체험장으로 꾸몄다.
 쌍산재의 옛집에서 한옥체험을 하는 방문객들. 쌍산재는 10여 년 전부터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추고,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한옥체험장으로 꾸몄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쌍산재는 200여 년 전, 지금 이 집에서 살고 있는 해주 오씨, 오경영씨의 6대조 할아버지가 처음 터를 잡았다. 고조부가 집안에 서당을 짓고, 자신의 호를 빌어 '쌍산재'라 이름 붙였다.

주인장 오경영 씨에 따르면 "선대가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책을 가까이하며 검소하게 살아왔다"고 한다. '집안 화목'을 가훈으로 삼은 가풍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집이 쌍산재라고 했다.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평생 책과 자연을 벗 삼아 살아온 전형적인 유학자였다는 얘기다. 그 때문인지 쌍산재를 돌아보면 소박한 여염집 같다.

쌍산재에도 (운조루처럼) 특별한 뒤주가 있다. 안채의 뒤주다. 옛날 묵은 곡식이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익지 않아서 식량이 부족하던 춘궁기 때 봄에는 보리나 밀을, 가을엔 쌀을 채워뒀다. 어려운 이웃들이 필요한 만큼 가져가도록 했다. 궁할 때 먼저 먹고, 나중에 그만큼 다시 채워두도록 해서 이듬해에 다시 쓰게 했다는, 나눔의 뒤주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후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전라남도는 민간정원을 따로 지정해 오고 있다. 전라남도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담양 죽화경의 장미꽃과 데이지 핀 풍경이다.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후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전라남도는 민간정원을 따로 지정해 오고 있다. 전라남도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담양 죽화경의 장미꽃과 데이지 핀 풍경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전라남도의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고흥 쑥섬(애도) 별정원에서 본 외나로도항 풍경. 별정원은 철따라 아름다운 꽃을 피워 많은 여행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전라남도의 민간정원으로 지정된 고흥 쑥섬(애도) 별정원에서 본 외나로도항 풍경. 별정원은 철따라 아름다운 꽃을 피워 많은 여행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이후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부에 의해 순천만정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전라남도에서도 민간정원을 따로 지정해 오고 있다. 그동안 담양 봉산의 죽화경, 고흥 애도(쑥섬)의 별정원, 보성 득량의 초암정원, 고흥 죽암농장의 금세기정원 등 네 곳이 민간정원으로 지정됐다.

쌍산재가 그 뒤를 이을 전망이다. 민간정원 지정 요건을 다 충족하고 있고, 현재 구례군에서 관련 서류를 갖추고 있다. 올해 안에 지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름다운 마음씨와 옛집이 어우러진 소박한 정원이 아름다운 쌍산재다. 잔잔한 즐거움과 여운을 안겨줄 지리산 자락의 고즈넉한 옛집이다.

쌍산재의 정원과 길은 잔잔한 즐거움과 짙은 여운을 남겨준다. 옛주인의 아름다운 마음씨와 옛집이 어우러진 소박한 정원이다.
 쌍산재의 정원과 길은 잔잔한 즐거움과 짙은 여운을 남겨준다. 옛주인의 아름다운 마음씨와 옛집이 어우러진 소박한 정원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쌍산재, #비밀의정원, #시크릿가든, #오경영, #상사마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