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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구 인문학박물관
 양구 인문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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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박물관은 어떤 곳인가?

양구에는 인문학박물관이 있다. 양구 인문학박물관은 2012년 '시와 철학이 살아 숨쉬는 공간'을 지향하며 개관했다. 이 고장 출신 이해인 수녀의 시에 담긴 아름다운 문학정신과 철학자 안병욱, 김형석 교수의 철학적 사고를 기리고 또 전하고자 생겨난 것이다. 박수근 화백의 예술에 이해인 수녀의 문학 그리고 안병욱, 김형석 교수의 철학을 더해 진정한 인문학의 가치를 구현해 보려는 생각에서 만들어졌다.

1층은 시가 있는 공간, 2층은 철학이 있는 공간, 3층은 휴식이 있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 앞에는 이해인 시문학 공간, 김형석 안병욱 철학의 집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로비에서 조각작품을 볼 수 있다. 박수근 화백의 '아이 업은 소녀'를 조소로 만든 것인데, 각각의 면에 박수근 화백의 대표작을 선각으로 표현했다. 로댕의 '칼레의 시민'을 연상시키는 조각작품도 있다.
 
시가 있는 공간

 한국의 현대시인
 한국의 현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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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시가 있는 공간에는 한국의 현대시 초창기의 대표작가 10인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한용운, 김소월, 정지용, 김영랑, 백석, 윤동주, 서정주,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이 그들이다.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 10명을 뽑아 전시관을 마련했다고 한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할 수 있었던 이들의 대표시와 시집을 패널과 디지털 자료,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 김소월의 '진달래꽃', 서정주의 '국화옆에서', 조지훈의 '승무' 등이 보인다. <님의 침묵>과 <진달래꽃>은 시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정지용의 시집으로는 <백록담> 등이 전시되어 있다. 김영랑의 대표시는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다. 교과서에 실린 백석의 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인데 이곳에는 소개되고 있지 않다. 백석 자료가 가장 적은 편이다. 그것은 그가 해방 후 북쪽 신의주, 정주에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소월시집
 소월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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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서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가 되었다. 그의 시집으로는 유고집으로 1948년에 나온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유일하다. 교과서에 실린 박목월의 "시로는 구름에 달 가듯이"로 시작하는 '나그네'가 있다. 박두진은 종교적인 사유가 담긴 시가 많다. 그래선지 시집의 제목도 <거미와 성좌(星座)><인간밀림(人間密林> 등이다.

이곳에는 또한 노래로 작곡되어 불린 시들이 악보와 함께 전시되어 있다. 정지용의 '향수'에 김희갑이 곡을 붙인 노래로, 이동원과 박인수가 불렀다. 1989년 가수와 성악가가 함께 불러 크게 히트했으며, 그 후 정지용의 고향인 옥천군에서는 군의 간판을 육영수에서 정지용으로 바꿔 달았다. 박두진 작사, 이흥렬 작곡의 '꽃구름 속에'도 악보가 있다. 이 노래는 조수미가 부른 것으로 되어 있다. 이처럼 시는 노래로 불려질 때 대중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법정스님 글과 글씨
 법정스님 글과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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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이해인 시인의 시집이 전시되어 있고, 법정 스님의 친필이 걸려 있다. 법정 스님이 번역한 <숫타니파타>의 한 구절이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런데 이 글씨는 스님이 거처하던 불일암에서 붓장난을 한 것으로 되어있다.

철학이 있는 공간 1: 네 영혼이 고독하거든

 김형석 안병욱 교수 사진과 유품
 김형석 안병욱 교수 사진과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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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올라가면 철학이 있는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에는 안병욱 교수 방과 김형석 교수 방이 있다. 이들 두 철학자는 1920년 생으로 동갑이다. 같은 해 이웃 고장에서 태어난 두 사람은 구십 평생을 철학이라는 같은 길을 걸었다고 한다. 그런데 안병욱 선생이 2013년 먼저 세상을 떠났고, 김형석 선생은 아직도 철학과 인생의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둘의 관계를 김형석 선생은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안병욱 선생과 나는 같은 해, 같은 고장에서, 같은 일로 90평생을 함께 보냈습니다. 겨레의 앞날을 생각하면서 제자들을 키웠습니다. 빈 마음들을 채워주기 위해 많은 글을 썼습니다. 강연과 방송을 통해 반세기 동안 여러분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길은 끝났습니다. 우정을 나누면서 뒤 따라오는 이들을 위해 한 알의 밀이 되면 좋겠습니다."

 안병욱 교수 서재
 안병욱 교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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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안병욱 교수의 방이, 왼쪽으로 가면 김형석 교수의 방이 있다. 이 두 방은 끝에 서재로 연결되어 있다. 나는 안병욱 교수의 방으로 들어가 김형석 교수의 방으로 나오기로 한다. 입구에 있는 두 분의 사진이 대조적이다. 안병욱 교수는 고뇌로 가득한 사색의 표정이다. 김형석 교수는 자연을 완상하는 관조의 표정이다. 그러한 모습은 두 분의 대표저서 제목에 잘 나타나 있다.

안 교수의 대표작은 <네 영혼이 고독하거든>이고 김 교수의 대표작은 <영원과 사랑의 대화>다. 안 교수의 표정에 고뇌와 고독이 들어있다면, 김 교수의 표정에는 사색과 사랑이 들어있다. 안병욱 선생은 붓글씨를 즐겨 썼던 것 같다. 이곳에 그의 필묵과 붓글씨가 여러 점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붓글씨는 인생에서 닦아야(修)할 세 가지 덕목으로 수학(修學), 수업(修業), 수덕(修德)을 강조했다. 학문을 닦고, 직업을 연마하고, 덕을 쌓으라는 뜻이다. 그는 또 인생시를 쓰고 인생론을 이야기했다.

 안병욱 친필
 안병욱 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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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바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무엇을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무엇을 행하는 가가 중요하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얼마나 보람 있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그의 서예작품은 나무에 서각이 되거나 도자기로 구워져 전시되고 있다. 한자로 쓰여 있는데, 혼(魂), 청무성(聽無聲), 청정심(淸淨心), 청심부한복유권명(淸心富閑福遊權名)이다. 이들은 그의 책에 나오는 중요한 개념들이다. 이 중 청무성이 가장 철학적이다. 들리지 않는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라는 뜻이다. 여기서 들리지 않는 소리가 역사의 소리, 양심의 소리, 영혼의 소리, 우주의 소리다.

 안병욱의 사람들
 안병욱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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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욱 선생은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다섯 사람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이 윤동주, 장준하, 함석헌, 이광수, 안창호다. 춘원 이광수는 안병욱 선생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이다. 그의 소설 <무정>을 읽고 인생과 문학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민족개조론>을 읽고 자신이 민족주의자가 되었다고 말한다. 장준하와 함석헌은 <사상계>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윤동주는 일본 유학시절인 1942년 만나 밤새도록 문학과 철학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경도에 있는 시인 윤동주 군이 겨울방학이 되자 동경으로 왔다. (1942) 우리는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고 밤새도록 문학을 얘기하고 철학을 논했다. 무엇보다 민족의 장래와 우리들의 행동자세에 대해서 더 많이 얘기했다. 동주는 자기가 죽는 날까지 시를 쓰겠다고 했다. 며칠 후 동주는 교토로 돌아갔다. 얼마 후에 놀라운 소식이 왔다. 동주와 몽규는 1943년 7월 일본경찰에 검거되어 2년 언도받고 후쿠오카형무소에 투옥되었다. 그는 해방되기 6개월 전에 감옥에서 요절하였다." 

철학이 있는 공간 2: 영원과 사랑의 대화

 김형석의 저서들
 김형석의 저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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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선생은 자신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친 선배와 친구로 다섯 명을 이야기한다. 선배로 정석해, 조기준 선생이 있고, 친구로 안병욱, 김태길, 김수환이 있다. 안병욱과 김태길은 동갑일 뿐 아니라 철학이라는 같은 길을 걸어간 사람이다. 김수환 추기경은 일본 상지대(上智大) 철학과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먼저 세상을 떠나고 없음을 김형석 선생은 안타까워 한다.

김형석 교수는 정말 꼼꼼한 사람이다. 매일의 일과 생각을 적은 일기장이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자료와 원고지, 출간한 책도 잘 정리되어 있다. 이곳에 전시된 책이 무려 41권이나 된다. 1년에 한두 권 정도의 책이 나왔으니, 한마디로 책 공장이다. 보통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김형석 선생에게 깊은 영향을 끼친 존경하는 인물로는 도스토예프스키, 키에르케고르, 간디, 톨스토이가 있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
 영원과 사랑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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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고등학교 때 톨스토이를 읽으면서 문학에 눈뜨게 되었다. 간디를 접하면서 인생의 의미를 묻기 시작했다. 철없는 이상주의 소년으로 자랐다. 20대 초반기 도스토예프스키와 키에르케고르에 심취하면서 인간의 본질과 운명을 알고 싶었다. 비참과 절망을 외면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형석 선생은 진리에 대한 그리움과 겨레를 위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그러한 무거운 짐을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썼다. 2012년 가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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