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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5.30 09:13수정 2018.05.30 12:39
여름과 봄 사이, 5월과 6월 초는 여행 가기 딱 좋은 시기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온에, 산들바람 따라 떠나기에 이보다 좋을 수는 없지만, 가정의 달에 결혼식이나 집안 행사가 많아 주말에 짬 내기가 쉽지 않은 달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출장은 여행 느낌이 그 어느 달보다 물씬 풍긴다. 식품 MD가 충남 부여로 간 까닭은 '표고버섯' 때문이었다. '부여'라고 하면 사비성, 백마강 등 백제 유적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식품 MD에게 부여는 원목 표고버섯의 주산지다.

표고버섯 재배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중국에서는 1300년대에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증보산림경제>(1766년)에 표고버섯 재배 기술이 자세히 적혀 있다. 쫄깃한 식감과 향기로운 향으로 예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 사람들은 표고버섯 향을 시나브로 잃어가고 있다. 무슨 소리인가, 궁금할텐데 우선 표고버섯의 재배 방법을 알면 궁금증이 풀릴 것이다. 표고버섯 재배 방법은 원목과 배지 두 가지가 있다.

원목과 배지,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두 가지 방법

원목 재배는 항공방제를 하지 않은 산에서 참나무 류를 벌목한 다음 절단, 건조 과정을 거치 나무에 표고버섯 균을 접종해 버섯을 얻는다. 11월 전후에 벌목한 것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원목 재배는 항공방제를 하지 않은 산에서 참나무 류를 벌목한 다음 절단, 건조 과정을 거치 나무에 표고버섯 균을 접종해 버섯을 얻는다. 11월 전후에 벌목한 것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 김진영


원목 재배는 항공방제를 하지 않은 산에서 참나무 류를 벌목한 다음 절단, 건조 과정을 거치 나무에 표고버섯 균을 접종해 버섯을 얻는다. 원목으로 사용하는 나무는 갈참, 졸참, 상수리 등이다. 사시사철 벌목을 하지만, 11월 전후에 벌목한 것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버섯 발생(發生)도 잘 되거니와 품질도 좋다.

균을 접종하고 나서 18개월을 잘 관리한 뒤 첫 버섯을 딴다. 봄에 품질 좋은 것들이 난다. 백화고, 흑화고 등의 특등품 버섯들이 대부분 봄에 난다. 적당한 수분과 햇빛, 바람에 버섯의 등이 거북이 등짝처럼 갈라지고 색이 하얘지면 백화고가 된다. 백화고 상태에서 수분을 머금어 까맣게 변한 게 흑화고다. 등이 안 갈라지고 갓이 피면 동고로 하품으로 취급한다. 맛이 다르다고 하지만 일본 만화 <미스터 초밥왕> 쇼타 정도의 절대미각이 아니고서는 구별하기 힘들다.

백화고는 한 해 생산되는 버섯 가운데 약 5% 정도를 차지한다. 백화고 500g을 백화점 가격으로 15만원에 살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 명절 선물용으로 팔린다. 김영란법 이후 백화고 등 고급 버섯의 판매가 부진해졌다. 품질 좋은 것은 건조하고, 나머지는 생버섯으로 유통한다. 국내에서 생버섯은 부여와 천안에서 많이 생산한다.

배지 재배는 원목 대신 나무 칩에 미강 등 영양원을 병이나 봉지에 담아 재배하는 방법이다. 원목보다 재배 기간이 1/3로 단축되어 6개월이면 버섯을 수확할 수 있다. 원목 재배보다 기간도 짧거니와 15kg 되는 원목을 관리할 젊은이도 부족한 게 농촌의 현실이라서 최근에는 배지 재배가 늘어나고 있다. 원목이나 배지에서 버섯이 나오지만, 씹는 질감이나 버섯 향에서 차이가 난다.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은 가격이다. 시장에서 구분돼 유통되지도 않지만 가격도 별 차이 없다.

배지 재배의 장점은 온도와 습도만 적당히 유지해주면 사시사철 버섯이 난다는 것이다. 슈퍼마켓에서 항상 버섯을 살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배지 재배 덕분이다. 항상 살 수 있어 가공식품처럼 매대 위에 있지만, 그래도 나름의 철이 있다. 바로 4월과 5월, 봄이 제철이다. 제철 버섯이더라도 그 버섯이 원목 재배한 버섯이라야 향긋한 향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식당 밥은 왜 항상 '찬밥' 신세일까

육회 비빔밥은 함평과 진주 등이 유명하지만, 도축장이 인근에 있는 지역에는 잘 하는 집들이 꽤 있다.

육회 비빔밥은 함평과 진주 등이 유명하지만, 도축장이 인근에 있는 지역에는 잘 하는 집들이 꽤 있다. ⓒ 김진영


부여의 버섯 농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비가 많이 와서 좋은 버섯이 안 나 걱정이라는, 소비자가 원목 버섯의 가치를 알아주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 10분 거리에 있는 읍내로 갔다. 일 때문에 미뤄두었던 민생고 해결이 목적이다. 부여에 왔으니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육회 비빔밥을 선택했다.

육회 비빔밥은 함평과 진주 등이 유명하지만, 도축장이 인근에 있는 지역에는 잘 하는 집들이 꽤 있다. 숙성육으로 유명한 식당으로 비빔밥 한 그릇을 먹으러 갔다. 혼자라서 고기를 구울 생각은 꿈도 못 꾸고, 육회 비빔밥을 주문했다. 패스트푸드보다 빨리 밥이 나왔다. 몇 가지 채소에 고추장 양념된 고기가 얹어져있다. 바라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였다.

밥을 비빌 요량으로 공깃밥 뚜껑을 열고 나서 아연실색했다. 밥인지 떡인지 분간이 안 갔다. 소위 말하는 '떡밥'이다. 공깃밥을 비빔밥 대접에 부으니 공기 모양 그대로다. 젓가락으로 뭉친 밥알을 하나하나 풀어헤쳤다. 밥알 하나를 떼어낼 때마다 붕어가 된 기분이었다. 숟가락으로 비빌 수는 있지만, 떡밥 상태로는 양념이나 비빔 재료들을 고루 섞는 게 불가능했기에 밥알들을 떼어 낼 수밖에 없었다.

겨우 밥알들을 떼어내 비비기 전에 양념 고기를 맛 봤다. 괜찮다. 나머지 재료들도 맛있었다. 밥을 비비고 한 숟가락 입에 넣으니 밥장고에서 숨 죽어 있던 밥이 비빔밥의 조화를 깼다. 밥을 맛있게 먹자고 맛있는 반찬도 만들지만, 정작 '밥'은 항상 찬밥 신세다. 공깃밥 온장고에 층층이 쌓여 숨이 죽은 채로 끌려나와 손님 상 위에 오른다.

전국을 돌아다니다 밥을 바로 퍼주는 식당을 만나면 오래된 친구를 만날 때처럼 밥상이 즐겁다. 부여는 전국 어느 곳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쌀을 생산하는 곳이고, '미더유'라는 충청남도 농산물 브랜드를 식재료로 쓴다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밥값을 계산하고 나서면서 '뭘 미더유?' 하고 속으로만 구시렁 거렸다. 밥 온장고가 애써 잘 키운 좋은 쌀 맛을 죽인다. 밥 온장고가 식당에서 사라져야 밥맛이 산다. 맛있는 반찬도, 다양한 반찬도 좋지만 맛있는 밥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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