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레알 마드리드(아래 레알)의 '챔스 DNA' 속에 반란을 꿈꿨던 리버풀의 희망은 아쉽게 접히게 됐다.

레알은 27일 오전(한국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NSC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아래 UCL) 결승전에서 리버풀을 3-1로 물리치고 통산 13번째 우승과 함께 UCL 3연패의 대기록을 이뤘다.

전반전 초반까지만 해도 리버풀의 우세속에 알 수 없는 경기가 이어졌으나 작은 변수에서 승패가 갈리며 경기는 레알쪽으로 기울었고, 레알은 이 우세를 살리면서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었다.

벤치싸움에서 갈린 승부

레알 마드리드 CF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27일 오전 3시 45분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 FC를 3-1로 물리치고 3년 연속 우승을 거뒀다.

▲ 레알 마드리드 CF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27일 오전 3시 45분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 FC를 3-1로 물리치고 3년 연속 우승을 거뒀다. ⓒ 레알마드리드CF 홈페이지 캡처


첫 번째 변수는 전반 25분에 발생했다. 리버풀의 에이스인 모하메드 살라가 레알의 센터백 세르히오 라모스와 볼 경합과정에서 넘어졌다. 어깨 부상이 의심됬던 살라는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다시 경기를 뛰었으나 불과 3분만에 더 이상 뛰기 무리라는 신호를 보냈고, 살라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 부상이후 분위기는 급격히 레알쪽으로 기울었다. 경기초반만해도 리버풀의 강력한 전방압박속에 빌드업에 애를 먹으며 공격전개에서 잦은 패스미스로 흐름이 끊겼던 레알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상대진영에서 활동하는 움직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물론 레알도 라이트백인 다니엘 카르바할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위기가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여기서 벤치싸움이 흐름을 갈랐다. 리버풀은 살라가 부상으로 빠지자 아담 랄라나를 투입했는데 랄라나는 폭넓은 활동량과 기술을 좋을지언정 살라만큼 폭발적인 득점을 터뜨려줄 선수는 아니었다. 결국 살라가 빠진 리버풀은 날개하나가 꺾인 듯한 느낌을 줬고, 마네와 피르미누중 마네는 후반전 득점을 터뜨렸지만 전체적인 파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레알은 지단 감독이 선택한 이스코가 뚜렷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데다 마네의 동점골이 터지면서 1-1로 균형이 맞춰지자 한 방 능력이 있는 가레스 베일을 투입해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이 교체는 베일의 투입 3분만에 그 효과를 보게 된다. 후반 19분 마르셀로가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베일이 왼발 오버헤드 킥으로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마치 지난 유벤투스와의 UCL 1차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터뜨린 그 오버헤드킥 득점의 데자뷰와 같았던 이 득점은 결승골로 연결됬고, 베일은 이후 한 골을 더 추가해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1-2로 뒤진 리버풀은 경기흐름에 변화를 줘야했지만 벤치에 있는 선수들은 한계가 명확했다. 이날 리버풀의 벤치는 시몽 미뇰레(GK), 나다니엘 클라인, 라그나르 클라반, 알베르토 모레노, 엠레 찬, 아담 랄라나, 도미닉 솔랑케가 있었는데 이러한 결승전과 같은 큰 무대에서 경기흐름에 변화를 줄만한 카드들인지 여부에 있어서는 물음표가 가득하다. 결국 리버풀의 벤치는 클롭 감독이 4-3-3 외에 다른 전술적인 변화를 주는데 있어서도 제약이 따를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지단 감독은 전반전 이스코 시프트를 활용한 다이아몬드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지만 이스코가 상대의 압박속에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는 등 경기의 영향력이 떨어지자 후반전 가레스 베일과의 교체를 통해 4-3-3으로 전술적인 변화를 가져가면서 승리를 가져갔다. UCL에서 오늘과 같이 이스코 시프트를 통한 다이아몬드 4-4-2와 플랫형 4-4-2, 또는 4-3-3등 다양한 전술변화로 재미를 본 지단 감독의 전술적 대처가 승리를 가져갈수 있었던 경기였다.

또한 벤치자원도 탁월했다. 카르바할이 부상으로 빠지자 수비의 모든위치를 소화할수 있는 나초 페르난데스를 기용해 그 공백을 메웠고, 서두에 언급한 베일을 비롯해 벤치에는 프린시스코 카시야(GK), 테오 에르난데스, 루카스 바스케스, 마테오 코바치치, 그리고 경기막판 투입된 마르코 아센시오까지 경험적인 측면이나 경기흐름 변화에 있어서 리버풀의 벤치보다 영향력이 큰 선수들이 포진하면서 언제든 투입되도 영향력을 끼칠수 있는 선수들이 풍부했던 레알이 벤치싸움에서 승리한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카리우스의 실수

사실 살라의 부상이후 흐름이 레알쪽으로 기울어가긴했지만 후반전 급격하게 기운데에는 리버풀의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의 실수가 너무 뼈아펐다.

지난시즌부터 시몽 미뇰레와 치열한 주전경쟁을 펼쳤던 카리우스는 올시즌 중반부터 미뇰레를 밀어내고 주전자리를 꿰차며 리그 19경기에서 10번의 클린시트, UCL에선 13경기 6번의 클린시트를 기록하며 확실한 리버풀의 주전 골키퍼로 발돋움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 새벽 레알과 치룬 결승전에서 카리우스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않은 경기가 됐다. 그 시작은 후반 5분. 토니 크로스의 로빙패스가 너무 길어 카리우스 골키퍼가 잡았고, 이 볼을 손으로 방출하는 과정에서 카림 벤제마가 탈취해 그대로 골로 연결했다. 주심의 판정은 득점인정. 카리우스는 파울이 아니나며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미 볼이 카리우스의 손에서 떠난 상황에서 벤자마가 끊어서 득점으로 연결시킨것으로 주심은 득점을 인정했다.

이 부분은 지난 2006년 대한민국과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비슷한 상황이 생겼다. 이천수의 프리킥이 멕시코 오스왈도 산체스 골키퍼에게 바로 연결됐고, 산체스는 볼을 멀리 던지고 킥을 하려고 하자 이 순간 이동국이 이 볼을 득점으로 연결시켰던 기억이 있다. 당시 주심의 판정도 득점인정. 당시에도 산체스가 볼을 잡은상태에서 차거나 다음 동작을 취하는것이 아닌 산체스의 몸에서 떠난 상황으로 판단하고 득점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오늘 카리우스의 첫번째 실점장면이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카리우스에게 아쉬웠던 점은 왼쪽 풀백인 앤드류 로버트슨에게 상대의 압박이 덜했기에 그쪽으로 볼을 전달해 차근히 빌드업을 이뤘으면 경기흐름이 계속 이어질수 있었지만 상대선수가 앞에 있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데얀 로브렌 쪽으로 볼을 내주다가 화를 자초한 셈이 됐다.

여기서 멘탈이 흔들린 카리우스는 1-2로 뒤진 후반 37분 베일이 오른쪽 페널티 박스 바깥쪽에서 노마크상황에서 시도한 왼발 슈팅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면서 실점을 내줬다. 오늘경기에서만 본인의 실수로 2골을 헌납한 셈이다. 결국 카리우스의 후반전 2차례의 뼈아픈 실수가 바로 실점으로 이어진 리버풀은 후반전 체력저하까지 맞물리면서 경기를 뒤집으려해도 도저히 뒤집을 수가 없었다.

패배의 원흉이 된 카리우스는 경기가 끝난이후 자신의 탓으로 패했다는 생각에 무릎을 꿇고 한참을 고개를 숙였다. 이후 다시 일어선 카리우스는 리버풀 관중석으로 다가가 눈물을 흘리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고, 리버풀 팬들은 그런 카리우스를 따뜻한 박수와 함께 위로해주며 또 한 번의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어쨌거나 카리우스의 이러한 실수는 그동안 계속 언급됬던 리버풀의 불안요소인 골키퍼 자리 보강을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21세기 UCL 새로운 역사를 장식한 레알

유로피언 컵에서 UCL로 개편된 이후 한 클럽이 3시즌 연속 UCL 정상을 이룩하기란 쉽지않았다. 한 팀이 이번시즌에 우승하고 한시즌 거르고 다음시즌에 우승한 사례는 있을지언정 2시즌 연속 UCL 정상을 이룩한 팀 조차도 없다. 그나마 이탈리아 세리에 A AC밀란과 유벤투스가 3시즌 연속 결승에 진출한 적 있는 것이 전부다.

이런 의미에서 레알의 이번 UCL 3연패는 그 의미가 크다. 2001~2002 시즌 9번째 UCL 우승을 거둔 이후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레알은 2010년대 들어 UCL 4강에 꾸준히 안착하는등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더욱 키웠지만 항상 고비를 넘기지 못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부임한 지난 2013~2014시즌 라 데시마 달성이후 UCL 결승전에 14~15시즌을 제외하고 매시즌 결승에 올라 올시즌까지 3번의 결승전을 모두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02년 9번째 우승이후 12년간 UCL 우승횟수가 9번에 머물러있던 레알은 최근 5시즌동안 4번의 빅 이어를 들어올리며 어느덧 우승횟수를 13회까지 늘린 상황이다.

레알의 UCL 3연패가 의미가 큰 것은 92~93시즌 UCL로 개편된 이래 처음인데다 21세기 들어 첫 UCL에서 3연패를 기록한 클럽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UCL의 전신인 유로피언 컵에서도 첫 5시즌을 모두 우승하며 시작한 레알이었기에 유로피언 컵에 이어 UCL에서 또다른 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 의미를 부여할수 있다.

여기에 올시즌 라이벌인 FC바르셀로나(바르사)에게 리그와 코파 델 레이 우승을 모두 내주며 자칫하면 무관으로 올시즌을 마감할 수 있었던 레알은 빅 이어를 들어올리면서 명예회복을 거둘수 있게 됐다. 게다가 자칫 무관으로 시즌을 마감한다면 지단 감독의 거취역시 불투명 해질 수 있었지만 지단 감독은 다음 시즌 구상도 상당히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만약 레알이 다음시즌 UCL에서 우승을 하게 된다면 UCL 4연패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달성하게 되지만 다음시즌에도 우승을 거둘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분명한것을 레알은 이번시즌 UCL 우승으로 UCL에 또다른 역사를 썼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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