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교체 3분 만에 믿기 힘든 결승골이 나왔다. 베일의 왼발을 떠난 공이 설마하는 사이에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리버풀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갔다. 축구장에서 가장 흉내내기 힘들다는 가위차기 골이었다. 베일의 이 멋진 골은 2002년 레버쿠젠(독일)과의 이 대회 결승전에서 현 감독 지네딘 지단이 왼발로 기막히게 차 넣은 발리 슛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27일 오전 3시 45분 우크라이나 키에프에 있는 NSC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 FC를 3-1로 물리치고 3년 연속 우승이자 역대 통산 13번째 우승 위업을 이뤘다.

모하메드 살라의 눈물

레알 마드리드 CF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27일 오전 3시 45분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 FC를 3-1로 물리치고 3년 연속 우승을 거뒀다.

▲ 레알 마드리드 CF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27일 오전 3시 45분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 FC를 3-1로 물리치고 3년 연속 우승을 거뒀다. ⓒ 레알마드리드CF 홈페이지 캡처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리버풀 필드 플레이어의 엄청난 압박이 돋보인 전반전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23분에 리버풀의 슛이 연거푸 두 개가 쏟아졌다.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오른발 돌려차기는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의 몸에 맞고 나왔고 곧바로 풀백 알렉산더 아놀드의 오른발 대각선 슛까지 불을 뿜었다. 하지만 그 방향을 예측한 레알 마드리드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가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기막히게 잡아내고 말았다.

이 흐름이 더 이어진다면 리버풀 FC의 기세가 결승전을 뒤덮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뜻밖의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25분에 리버풀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가 쓰러졌다. 레알 마드리드 간판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뒤엉켜 넘어지면서 왼쪽 어깨를 크게 다친 것이다.

세르히오 라모스의 위험한 잡아넘기기 반칙이었지만 미롤라드 마지치(세르비아) 주심은 이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응급 처치를 받고 다시 그라운드에 들어간 모하메드 살라는 결국 3분 뒤에 왼쪽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다시 주저앉았다. 리버풀 에이스의 눈물이 그라운드를 적셨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은 하는 수 없이 살라 대신 애덤 랄라나를 들여보내야 했다. 36분에도 레알 마드리드의 오른쪽 풀백 카르바할이 왼쪽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눈물을 흘리며 라커룸으로 내려갔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전반전은 '눈물'이 앞을 가린 셈이었다.

그 시간 이후 붉은 옷을 입은 리버풀 팬들은 세르히오 라모스가 공을 잡을 때마다 비난의 뜻을 담은 야유를 퍼붓기 시작했다. 몸싸움이 거칠게 나오는 축구장이지만 도를 넘은 반칙은 비난받기에 마땅하는 소리로 들렸다.

가레스 베일의 슈퍼 골

득점 없이 다시 시작된 결승전 후반은 놀라운 일들이 거듭됐다. 48분에 레알 마드리드 공격형 미드필더 이스코의 오른발 로빙 슛이 리버풀 골문 크로스바를 때릴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51분에 믿기 힘든 장면이 나왔다. 분명히 리버풀 골키퍼 카리우스가 공을 잡고 있었지만 곧이어 공이 골문으로 굴러들어간 것이다. 급하게 빌드 업을 시작하려던 카리우스가 동료 수비수에게 손으로 던져준 공이 레알 마드리드 골잡이 카림 벤제마의 오른발 끝에 걸린 것이다. 최고의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상상하기도 힘든 실수였던 것이다.

리버풀이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는 듯 단 4분만에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를 확실하게 살려냈다. 센터백 로브렌의 헤더 패스를 받은 사디오 마네가 절묘하게 빠져들어가며 오른발 밀어넣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정말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 벤치에서 61분에 이스코를 빼고 가레스 베일을 들여보냈다. 그리고 단 3분만에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마르셀루가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려주었을 때 가레스 베일이 날아올랐다. 그는 마치 오늘을 위해 존재한 축구 선수같았다.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물 수 없는 왼발 가위차기가 정확하게 골문 안으로 날아들어간 것이다.

이 장면을 벤치 앞에서 바라보던 지네딘 지단 감독도 이마를 짚으며 믿기 힘든 슈퍼 골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16년 전 글래스고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흰색 유니폼을 입은 지네딘 지단 선수가 45분에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로빙 크로스를 받아 기막힌 왼발 터닝 발리 슛을 꽂아넣으며 레버쿠젠(독일)을 2-1로 이기고 레알 마드리드 구단 역사상 아홉 번째 우승 위업을 이룬 순간이 스치고 지나갔으리라.

모하메드 살라를 잃은 리버풀 선수들이 사디오 마네의 귀중한 동점골로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가레스 베일에게 얻어맞은 한 방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70분에 사디오 마네의 왼발 슛이 레알 마드리드 골문 왼쪽 기둥 하단에 맞고 나왔기에 그들은 머리를 감싸쥘 수 밖에 없었다.

83분에 가레스 베일의 미소가 또 한 번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가운데 방향으로 공을 접어놓고 왼발 중거리슛을 날린 공이 무회전으로 날아가 리버풀 골문 안에 떨어진 것이다. 골키퍼 카리우스가 자기 얼굴 앞으로 날아오는 공이 약간 흔들리는 바람에 잡지 못하고 뒤로 흘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가 경기 종료 후 팬들에게 다가가 눈물을 흘리며 사과할 때 팬들은 오히려 따뜻한 박수로 카리우스를 격려했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는 2015-2016 시즌 결승전에서 연고지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승부차기 끝에 5-3으로 물리친 이후 이번에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빅 이어'를 또 들어올리는 영광을 누렸다. 해마다 탄탄한 경기력을 갖추고 도전하는 팀들을 모두 물리치고 있기에 레알 마드리드의 3년 연속, 통산 13회 우승 기록들이 놀라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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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과(27일 오전 3시 45분, NSC 올림피스키 스타디움-키에프)

★ 레알 마드리드 CF 3-1 리버풀 FC [득점 : 카림 벤제마(51분), 가레스 베일(64분,도움-마르셀루), 가레스 베일(83분) / 사디오 마네(55분,도움-데얀 로브렌)]

◎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FW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89분↔아센시오)
MF : 토니 크로스, 이스코(61분↔가레스 베일), 카세미루, 루카 모드리치
DF : 마르셀루, 세르히오 라모스, 라파엘 바란, 카르바할(36분↔나초 페르난데스)
GK : 케일러 나바스

◎ 리버풀 선수들
FW : 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30분↔애덤 랄라나)
MF : 바이날덤, 헨더슨, 제임스 밀너(83분↔엠레 잔)
DF : 로버트슨, 판 다이크, 데얀 로브렌, 알렉산더-아놀드
GK : 카리우스

◇ UEFA 챔피언스리그 최근 10시즌 우승 팀
2018년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
2017년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
2016년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
2015년 FC 바르셀로나(스페인)
2014년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
2013년 FC 바이에른 뮌헨(독일)
2012년 첼시 FC(잉글랜드)
2011년 FC 바르셀로나(스페인)
2010년 인테르 밀란(이탈리아)
2009년 FC 바르셀로나(스페인)

◇ 레알 마드리드 CF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13회 기록
2018년 레알 마드리드 CF 3-1 리버풀 FC(잉글랜드)
2017년 레알 마드리드 CF 4-1 유벤투스(이탈리아)
2016년 레알 마드리드 CF 1-1(승부차기 5-3)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2014년 레알 마드리드 CF 4-1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2002년 레알 마드리드 CF 2-1 레버쿠젠(독일)
2000년 레알 마드리드 CF 3-0 발렌시아(스페인)
1998년 레알 마드리드 CF 1-0 유벤투스(이탈리아)
1966년 레알 마드리드 CF 2-1 파르티잔(세르비아)
1960년 레알 마드리드 CF 7-3 프랑크푸르트(독일)
1959년 레알 마드리드 CF 2-1 레임스(프랑스)
1958년 레알 마드리드 CF 3-2 AC 밀란(이탈리아)
1957년 레알 마드리드 CF 2-0 피오렌티나(이탈리아)
1956년 레알 마드리드 CF 4-3 레임스(프랑스)
축구 챔피언스리그 가레스 베일 레알 마드리드 리버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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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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