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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나온 새 책(왼쪽)과 앨지상록재단이 펴냈던 <한국의 새>와 '개정증보판'.
 일본에서 나온 새 책(왼쪽)과 앨지상록재단이 펴냈던 <한국의 새>와 '개정증보판'.
ⓒ 최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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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되어 하늘나라로 가신 회장님."

생태사진작가인 최종수 경남도청 주무관이 지난 20일 타계한 고 구본무(1945~2018) 엘지(LG) 회장을 기리며 한 말이다. 최 주무관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고인의 '새 사랑'을 떠올리며 기억하고 있다.

<새와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지혜, 새와 사람> 등을 펴낸 최종수 주무관은 26일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글을 통해 고인의 새 사랑을 소개했다. 구본무 회장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최 주무관은 "나는 30여년을 새와 함께 현장에서 새 사진을 촬영해 왔다"며 "대학시절에는 늘 가지고 다니는 책이 하나 있었다. 지인을 통해 어렵게 구한 <Bird of Japan(버드 오브 재팬)>이라는 일본에서 만든, 원색으로 그려진 현장 가이드 새 도감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탐조가 거듭되면서 우리나라에는 이런 도감을 왜 못 만들까? 우리나라에는 이런 새 도감하나 있었으면 바람이 늘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러던 어느 날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LG상록재단에서 출판기념회에 초대장을 받았다. 2000년 12월11일 서울 한 호텔에서 개최되는 국내 최초의 그림으로 된 조류도감 <한국의 새> 출판기념회에 초대를 받은 것이다"며 "그동안 갈망했던 우리나라 새를 그림으로 그린 도감이 출판되는 자리에 초대를 받고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당시 출판기념회에는 국무총리(이한동), 환경부장관(김명자), 전국경제인연합회회장(김각중), 금호 회장(박정구), 코오롱 회장(이웅렬),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정광모)을 비롯한 정·관계, 재계, 언론계, 조류학계 인사 등 500여명이 참석해 축하했다고 그는 기억했다.

당시 출판된 원색도감 <한국의 새>는 LG상록재단이 4년여에 걸쳐 총 사업비 6억여 원이라는 큰 돈을 들여 제작한 것으로 국내에서 출판된 조류도감 중 가장 많은 450종의 조류를 담은 포켓사이즈의 안내책이었다.

최종수 주무관은 "구 회장은 그 날 어린이들이 새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의식을 높여 주기 위해 어린이 탐조회에 <한국의 새> 책 전달식도 가졌다"고 했다.

고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 고 구본무 LG회장 발인 엄수 고 구본무 LG 회장의 발인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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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원색도감 <한국의 새>가 탄생한 지 14년 만인 2014년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발간되었다. 이 개정증보판에는 세계적인 희귀종은 물론 남북한 조류를 총망라했다. 국내 현존하는 조류도감 중에 최다종인 21목 80과 541종을 수록했고, 개정증보판은 그간 탐조활동의 성과로 새롭게 관찰된 새 96종이 추가되었다.

개정증보판을 펴내면서 구본무 회장은 "이 도감이 단순한 책이 아니라 새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새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건강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그려보는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종수 주무관은 "새를 사랑하신 회장님 수많은 새들이 오작교를 만들어 하늘나라로 인도하시어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병우 에코버드투어 대표는 <한겨레>에 실린 글에서 <야외 원색도감 한국의 새> 등에 대해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구 전 회장은 오랜 취미로 새를 관찰해온 탐조가로 알려져 있다"며 "많은 사람이 이 책의 발간으로 학자들의 조류 연구 수준의 새 보기 활동에서 보통의 탐조 문화 시대로 접어든 것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그는 "엘지상록재단 도감도 시장에서 수익성은 없을 것"이라며 "한 재벌의 지혜로운 결단으로 매우 훌륭한 도감을 갖게 되었지만, 실상 자연과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 결단은 결코 재벌이라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태그:#구본무, #엘지, #최종수, #한국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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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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