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전날의 대패를 깔끔한 영봉승으로 설욕하며 4위로 올라섰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LG트윈스는 2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9안타를 터트리며 5-0으로 승리를 거뒀다. LG는 이날 NC다이노스에게 0-5로 무너진 KIA타이거즈를 5위로 끌어 내리고 하루 만에 4위 자리를 되찾았다(27승26패).

이제 'LG의 4번타자'라는 호칭이 제법 잘 어울리는 '타격기계' 김현수가 솔로 홈런을 포함해 2안타1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했고 채은성과 정상호도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여러 선수의 활약이 필요하지 않았다. LG의 토종 에이스 차우찬이 8이닝 무실점이라는 올 시즌 최고의 투구로 KT타선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 버렸기 때문이다.

삼성 마운드의 전천후 좌완, LG 이적 후에도 토종 에이스로 맹활약

차우찬 LG트윈스가 2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9안타를 터트리며 5-0으로 승리를 거뒀다.

▲ 차우찬 LG트윈스가 2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한 방을 포함해 9안타를 터트리며 5-0으로 승리를 거뒀다. ⓒ LG트윈스 홈페이지 캡처


LG는 지난 2016년 71승2무71패, 정확히 5할의 성적으로 정규리그 4위를 차지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13 시즌부터 4년 동안 세 번의 가을야구 진출.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의 암흑기를 보낸 것을 돌아보면 격세지감을 느낄 만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LG팬들이 기쁜 마음으로 옷장에서 유광점퍼를 꺼내는 횟수가 점점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LG는 한국이 월드컵을 개최했던 2002년을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데이비드 허프(야쿠르트 스왈로즈)와 헨리 소사라는 좋은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했지만 확실한 토종 에이스의 존재가 늘 아쉬웠다. 이에 LG에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다음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통 큰 투자'를 하기로 결심했다. FA시장 투수 최대어로 꼽히던 차우찬을 4년95억 원에 영입한 것이다.

삼성 라이온즈 통합 4연패의 주역이기도 한 차우찬은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KBO리그를 대표하는 전천후 좌완 투수다. 2011년과 2013년에는 주로 선발 투수로 활약해 두 자리 승수를 올렸고 2014년에는 불펜에서 활약하며 21개의 홀드를 기록했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와 더불어 뛰어난 탈삼진 능력, 여기에 좀처럼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을 갖춘 투수로 기록에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가진 삼성의 보물이었다.

하지만 2016년 안지만,임창용(KIA타이거즈) 등 주축 투수들이 팀을 떠나고 2015년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이 2016년 9위로 추락하자 차우찬 역시 이적을 선택했다. 2015~16 시즌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차우찬은 LG 이적 후에도 불펜 외도를 하지 않고 선발 투수로만 활약했다. 그리고 차우찬은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17년 28경기에 등판해 데뷔 후 가장 많은 175.2이닝을 소화하며 10승7패 평균자책점 3.43의 호성적을 거뒀다.

차우찬은 LG가 그토록 찾았던 토종에이스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쳤지만 LG는 작년 시즌 6위에 머물며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외국인 에이스 허프는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렸고 2016년 28세이브를 기록했던 마무리 임정우는 17경기에 등판해 세이브 없이 1홀드에 그쳤다. 홈구장이 잠실야구장으로 바뀌었을 뿐 2016년과 마찬가지로 차우찬의 팀 내 위치가 '외로운 에이스'라는 사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5월 말이면 100%로 돌아온다던 차우찬의 자신감은 허풍이 아니었다

2016년에 비해 두 계단이나 순위가 하락했음에도 LG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LG는 삼성의 통합4연패를 이끌었던 '야통' 류중일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임명하고 FA시장에서 빅리그를 경험한 '타격기계' 김현수를 4년 115억 원에 영입했다. 류중일 감독은 차우찬이 리그 최고의 전천후 좌완으로 명성을 날리던 시절 삼성을 이끌었던 사령탑으로 가장 확실한 '차우찬 사용법'을 알고 있는 지도자다.

하지만 차우찬은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에 통증을 느껴 시범경기 막판에야 실전에 나섰고 3월31일 KIA를 상대로 5이닝4실점의 평범한 성적으로 시즌을 출발했다. 차우찬은 경기 감각이 완전히 회복되기 까지는 최대 두 달 정도가 소요될 거 같다고 자체 진단했고 실제로 4월까지 한 경기에 호투하면 다음 경기에 흔들리는 소위 '퐁당퐁당' 행보를 이어갔다. 차우찬은 5월 두 번의 등판에서도 9.1이닝 동안 14점을 허용하며 시즌 평균자책점이 무려 8.42까지 치솟았다.

일부 팬들로부터 '먹튀'라는 비난을 듣기도 했지만 역시 차우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지난 15일 '친정' 삼성을 상대로 7이닝2실점으로 호투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차우찬은 2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1실점으로 시즌4번째 승리를 챙겼다. 삼성전 호투 후 "나의 시즌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라고 외쳤던 차우찬이 드디어 실력 발휘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차우찬은 26일 KT전에서 시즌 첫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차우찬은 8이닝을 던지며 5 피안타와 1볼넷, 그리고 5탈삼진으로 전날 13점을 뽑아내며 기세를 올리던 KT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차우찬은 지난 2015년 8월부터 KT를 상대로 10연승을 질주했고 8.24까지 치솟았던 시즌 평균자책점도 5.81까지 내렸다. 최근 3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차우찬은 21이닝3실점(평균자책점1.29)이라는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생활 7년 차를 맞는 소사가 평균자책점 1위를 질주하고 있고 임찬규가 6승으로 다승 공동3위를 달리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10번의 등판에서 8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있는 타일러 윌슨의 활약도 나무랄 데가 없다. 여기에 차우찬마저 작년 시즌에 보여줬던 토종 에이스의 위용을 회복해 준다면 LG의 선발진은 상위권 팀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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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차우찬 토종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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