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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지 하루 만에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서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쇼에 불과한 회담을 원하지 않는다. 만일 북한이 실질적이고 실제적인 핵 문제 해결을 할 준비가 돼 있으면 우리는 그런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6월12일 열리면 미국은 준비돼 있고 7월12일 열려도 우리는 준비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에 대해 트위터에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며 "아주 좋은 뉴스를 받았다"고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우리는 이것이 어디로 이르게 될지 곧 알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번영과 평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단지 시간 (그리고 수완)이 말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발표한 지 약 7시간 만에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의 '위임' 담화를 발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계속 추진 의사를 전달했다. 김계관 제1부상은 위임 담화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트럼프 방식'에 대해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 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4일 발표한 공개서한에서도 대화가 재개될 여지를 충분히 암시했다. 그는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밝혀 재추진 의사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북한도 김계관의 위임담화로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정상회담 추진의 불씨가 되살려졌다.

그간 미 정부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역사적 성과에 고무돼 지나치게 이를 열망하는 모습을 보여 북한에 협상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 1987)에 따르면 그는 힘든 협상이 예상되면 테이블에서 기꺼이 퇴장하는 전술을 사용해왔다.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는 한편, 북한에 대한 '벌주기' 혹은 '길들이기'로 해석될 수 있다.

<거래의 기술>(살림· 2016, 김영사· 2004)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상대를 긴장시키기를 즐긴다. 블러핑(허세·엄포)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건전한 과장으로 약간의 자극을 주고 싶을 뿐이다"라고 썼다. 이어 그는 "거래를 할 때 가장 나쁜 자세는 미리 절망하는 것"이라며 "상대에게 기운을 불어넣게 해선 안 된다. 절대로 시작 전부터 지고 들어가는 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 게임은 기세가 전부다"라고 밝혔다. 

그는 같은 책에서 "나는 뭔가 거래를 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큰 거래일수록 좋다"며 "나는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 거래는 내게 하나의 예술이다"라고도 언급했다.

이런 식의 기싸움 혹은 줄다리기가 '사업가' 트럼프가 자주 구사해온 전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태도를 두고 지난 24일 봅 메넨데스 상원의원(민주·뉴저지)은 "외교의 기술은 거래의 기술보다 훨씬 더 어렵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도 25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외교정책을 두고 "사전 상의 없는 독단적 형태"라며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국제사회에 미국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동맹국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을 극찬했다가 갑자기 정상회담을 취소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 이를 공식화한 지 불과 하루 만에 다시 "정상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고 언급,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한국 등 동맹국과 상의를 하지 않았다. 공개서한 발표 직후 일방적으로 주미 한국대사관에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미국이 똑같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양측을 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한층 불안해지고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이 종종 북한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해왔지만 북한 역시 미국을 믿기 어려워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25일 언론에 논평자료를 내고 "김 위원장이 김계관의 담화 형태로 정상회담 계속 추진 의사를 밝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두 차례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특사로 파견해 김 위원장과 진지하게 논의한 만큼 북한도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중앙위 부위원장 등으로 구성된 고위급 대표단을 미국에 파견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에게 전달하고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긴밀하게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정성장 실장은 한국정부에도 "한국의 판문점이나 제주도에서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미국과 북한에 제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김 위원장을 청와대로 비공식 초청해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북한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덧붙이는 글 | 없음.



태그:#트럼프, #김정은, #백악관, #기싸움,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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