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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폭탄' 재개 등 상호협박은 자제할 전망…"마음바꾸면 연락달라" 여지남겨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세기의 핵 담판'을 돌연 취소하면서 북미 관계의 해빙무드에 급제동이 걸렸다.

정상회담을 불과 20일 남겨놓고 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진 접촉과 고위급 대화까지 앞둔 시점에서 내려진 전격적인 결정이라는 점에서 양국 관계에 순조롭지 못한 신호로 작용할 것임은 분명하다.

다만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회복 불능의 과거로 돌아갈 것으로 속단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일시적으로 '휴지기'에 들어간 양국관계가 다시금 일정시점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일단 북한 비핵화를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역사적인 한 걸음으로 여겨졌던 6·12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북한과 미국 사이의 관계가 일정 부분 냉각 국면으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 핵 포기 강요'라는 북한의 강한 반발에 '리비아 모델'을 사실상 용도폐기하고,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비핵화를 일부 받아들일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취했음에도 물밑조율 과정에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따라서 북미 양국은 당분간 외교라인 간 직접적 접촉을 삼가고 한국이나 중국 쪽 채널을 통해 서로의 분위기를 살펴보면서 조심스러운 탐색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말 폭탄' 대결을 재개해 긴장을 고조시키기보다는 위협적인 언행을 가급적 자제하면서 치열한 수싸움에 골몰할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김 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우리의 것(핵 능력)이 매우 엄청나고 막강하기 때문에 그것들이 절대 사용되지 않기를 신에게 기도 드린다"고 언급하며 간접적인 위협을 가하기는 했지만, "화염과 분노" 또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단추" 등 과거 발언에 비해서는 수위를 조절했다.

오히려 최근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 조치에 감사를 표하는 등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을 보이기도 했다.

향후 북미 관계를 가늠하는 데 있어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회담 재개의 여지를 열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는 나는 당신을 만나기를 고대한다"면서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며 북한의 태도에 따라 언제든 대화 모드로 복귀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도 "북미정상회담의 희망이 여전히 있다"며 양국 사이의 '백 채널'을 열어놨다고 밝혀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특히 핵심 현안인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한 북한의 비난이 회담 취소의 계기가 된 만큼 북한이 이를 사과하고 미국의 체면을 살려준다면 대화모드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공을 넘겨받은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심대로 북한이 최근 김 위원장의 2차 방중 이후 대미 강경모드로 돌변한 것이라면 중국의 배후조종 역할도 북미 관계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또한, 다소 충동적인 성격의 두 지도자가 인내심을 잃고 외교적 해법 대신 다시 무력적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재개하거나 완성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슈퍼매파'들이 득세해 대북 예방타격 또는 선제타격 주장에 힘을 실을 수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해결을 외교적 업적으로 삼아 국내 정치의 난맥을 돌파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이 같은 군사적 충돌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개연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북미정상회담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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