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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두 정상은 '2018 남북정삼회담'을 통해 회담 결과를 포함하는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고 선언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 선언의 결과 일체의 적대행위 금지, 올해 종전 선언 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등의 7가지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중 가장이목이 쏠리는 것은 바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으로, 남북정상회담 이후 핵으로부터 안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기대로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다음은 검색 포탈인 네이버 뉴스로 “한반도 비핵화 평화”라는 키워드를 통한 검색 결과이다.
▲ 포탈 네이버 "한반도 비핵화 평화" 키워드 검색 결과 다음은 검색 포탈인 네이버 뉴스로 “한반도 비핵화 평화”라는 키워드를 통한 검색 결과이다.
ⓒ 김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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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과연 비핵화 실현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의미하는 것일까?

지난 12일 북한 외무성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를 폭발의 방법으로 무너트린 뒤 방사성 물질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콘크리트를 부어 막아버리겠다"고 발표했다. 핵무기의 개발이나 원자력 발전 결과 발생한 핵폐기물은 파급력이 큰 잠재적인 위협을 지니고 있다. 만일 핵폐기물의 적절한 관리 및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비핵화 실현 이후에도 한반도의 평화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핵폐기물의 처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대부분 육상이나 수상에 처분하거나 원전 내에 저장한다. 이 처리 방법은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지만, 온전히 처리하는 것이 아닌 그저 급한 불을 끄는 것과 같다. 처분이나 저장은 자연 재해에 의해서 노출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 원전 내에 저장하는 사용후핵연료(used nuclear fuel)는 포화 직전에 다다랐다.

다음은 검색 포탈인 네이버 뉴스로 “원전 폐기물 보관 포화”라는 키워드를 통한 검색 결과이다.
▲ 포탈 네이버 "원전 폐기물 보관 포화" 키워드 검색 결과 다음은 검색 포탈인 네이버 뉴스로 “원전 폐기물 보관 포화”라는 키워드를 통한 검색 결과이다.
ⓒ 김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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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폐기물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처리되는가?

핵폐기물이란 방사성폐기물의 동의어로 원전 원료로 사용된 핵연료를 비롯하여 원전 내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작업자들이 사용했던 작업복, 장갑, 기기교체 부품 등과 병원, 연구기관, 대학, 산업체 등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동위원소(Radio Isotope) 폐기물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원자력안전법 제2조 제18호에 따라 "방사성물질 또는 그에 따라 오염된 물질로서 폐기의 대상이 되는 물질"로 정의된다.

핵폐기물은 방사능의 준위에 따라 중저준위, 고준위로 나뉘게 된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원자력 발전소의 폐필터, 이온교환수지, 작업자들이 사용한 작업복이나 공구 같은 것을 의미한다. 국내는 원전 임시저장소에서 전수검사 뒤 육·수상을 운반으로 경주 방폐장으로 이동하여 지하처분시설에 동굴 처분된다. 또 고준위 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used nuclear fuel)가 대부분으로 원전 내 수조에 저장한다.

과연 이 방법은 핵폐기물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그렇지 않다. 현재 월성 원전을 포함한 원전들의 포화가 진행되는 중이다. 월성 원전은 포화율은 84.6%로 당장 내년에 포화가 예상되는 시점이고 고리, 한빛은 2024년, 한울, 신월성은 각각 2037년과 2038년으로 포화가 예상된다. 원전 5개 중 4개가 절반 이상 포화된 것이 현실이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산업통사자원부가 제시한 국내 5개의 원전 포화율과 예상 포화연도
▲ 2016년에 제시된 원전 포화관련 표 2016년 말 기준으로 산업통사자원부가 제시한 국내 5개의 원전 포화율과 예상 포화연도
ⓒ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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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보관에 있어 안전성도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5월 미 서부 핵폐기물 터널이 붕괴하여 비상사태가 선포되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월성 원전 주민들은 고준위 폐기물 저장시설의 추가 건설을 반대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결국 원전의 포화가 야기될 가능성이 크게 제기된다. 이렇듯 현재 핵폐기물 처리 방법은 잠재적인 위험을 포함한 임시적인 보관 수준이며 한계에 도달하기가 머지않았다. 즉, 처분과 저장은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무엇이 진정한 해결책인가?

앞에서 보았듯이 핵폐기물을 기존의 방식대로 처리하기엔 저장공간도 부족하고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다. 그렇다면 비핵화 과정에서의 핵폐기물을 어떤 방법으로 처리해야 할까? 현재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리를 위한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핵연료가 타고 나면 핵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used nuclear fuel)가 남는다. 이는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하여 노출 시 인체나 생태계에 치명적인 결과를 나타낸다. 대부분의 사용후핵연료는 반감기(방사선 방출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20년 이상이다. 또 큰 해가 없는 수준으로 방사능이 줄어드는 시간을 반감기의 10배가량이기 때문에 자연상태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약 20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금속을 800°C 이상의 높은 온도로 높여 물리적 혹은 화학적인 성질을 변경시키는 것으로, 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는 금속 연료를 녹여 정제함으로써 핵폐기물을 안전한 형태로 만듦과 동시에 플루토늄 등의 유용한 연료를 추출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한국과 미국 유타주립대 심프슨 교수가 공동으로 개발해 온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를 소듐 등으로 태워서 중저준위로 전환하는 중요한 기술로 반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 작년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자유한국당 정책간담회에서 "미래 세대까지 안전한 사용후 핵연료 처분 시스템 개발 문제는 더 이상 전망이 아닌 실용화가 가능한 기술적 대책"이라며 "우리나라도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을 통해 사용후핵연료(used nuclear fuel)의 안전한 처분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의 말처럼 이는 곧 위에서 언급했던 원전 포화문제에 실질적인 해결책으로 연결될 수 있다.

◆ 미생물을 이용하는 방법

기름을 먹는 미생물로 해양 기름 유출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이 미생물들은 탄화수소인 기름을 섭취하고 물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함으로써 기름 유출로 인한 문제를 해결한다. 이처럼 방사성 원소를 다른 원소로 전환하는 미생물을 이용해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연구가 현재 이루어지고 있다.

돌연변이를 통해 방사선 환경에 적응하는데 걸리는 초기 10일이 지난 후, 방사성 물질인 Ba140과 La140의 세기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 코르닐로바 교수(고체물리), 우크라이나 키에브 국립 쉐브센코 대 돌연변이를 통해 방사선 환경에 적응하는데 걸리는 초기 10일이 지난 후, 방사성 물질인 Ba140과 La140의 세기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 녹색삶지식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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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자료를 보면 돌연변이를 통해 방사성 물질에 적응시킨 미생물로 인해 방사성 원소가 점점 감소함을 알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연구가 더 이루어지면 추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핵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8일에는 녹색삶지식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과 국내외 관련 과학자들이 '복합 미생물을 이용한 방사성 물질 자연화처리기술'을 주제로 국제학술행사를 개최하기도 하였는데, 이상희(전 과학기술부 장관) 이사장은 "국내 미생물학자들도 방사성 폐기물 처리기술 개발 분야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등 기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핵폐기물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 상태에서의 비핵화가 진정한 평화로 이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비핵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핵폐기물에 대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그렇기에 비핵화 뒤에 가려진 핵폐기물에 대해 다양한 시선과 적극적인 태도로 둘러보아야 한다. 이를 해결하려는 방법에 대해 활발한 연구개발과 논의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태그:#비핵화, #핵폐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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