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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월경 페스티벌 기획단은 월경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터부를 걷어내고 세대·계층·장애·성정체성 및 성적지향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월경 경험을 드러내고자 연속 기고를 준비했다. -기자말

티저 영상 '어떤 피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촬영현장 한 여성이, 피를 흘리는 보지를 그리는 여성을 연기했다.
▲ 티저 영상 '어떤 피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촬영현장 한 여성이, 피를 흘리는 보지를 그리는 여성을 연기했다.
ⓒ 위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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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하나가 바꿀 수 있는 것들

월경 페스티벌 티저 영상을 촬영한 5월 5일은 유난히 햇볕이 쨍쨍했다. 땡볕 아래 땀을 흘리며 영상을 촬영하는 동안, 벌써 10년도 넘은 기억이 오버랩 됐다. 지구의 날에 취재를 갔다가 각종 환경단체들 틈에 끼어있는 피자매연대 부스에서 면생리대를 바느질해 만들던 그날이 아직 생생하다.

쨍쨍한 볕 아래서 눈이 부신 줄도 모르고 어느새 일도 잊어버린 채로 돗자리에 앉아 한 땀 한 땀 내가 쓸 생리대를 기우는 동안,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 따위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검은 봉다리'에 담긴 생리대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게 된 최초의 기억이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일회용 생리대가 다인 줄만 알고 살던 한 '가임기' 여성이 더는 생리한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세상에 공표한 날.

돌이켜보면, 나는 첫 월경에 대해 엄마에게 터놓고 말하지 못했다. 장롱 깊은 곳에서 생리대를 몰래 꺼내면서 얼마나 떨었나 모른다.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내가 감당해야 할 두려움과 공포가 커진다는 것을 뜻했기 때문이다. 2년 터울이 지는 언니가 성추행을 당한 후 (강간을 당한 것으로 오인한) 가족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것을 봤고, 언니가 말 그대로 미쳐버린 것을 목격한 후였다. 성교육은커녕, 신세 망치지 않으려면 몸조심하라는 엄명을 들었다. 교복치마는 가능한 한 내려입었고 또래 남자애든 성인이든 둘이 있는 곳에 가지 않았으며 모든 섹슈얼하거나 친밀한 관계를 거부하며 살던 내게 일어난 변화였다. 그 시기를 기점으로 모든 게 변하기 시작했다. 관심 가는 이를 만나면 표현하기 시작했고 맞잡은 손으로 온기를 나누는 커플댄스를 추었으며 페미니스트라는 정체성도 찾아입었다.

첫 직장을 그만둔 것은 거래처에서 당한 성추행으로 인해 인권위에 진정을 넣으면서였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따르라는 요구, 노래방에서의 블루스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진 못했다. 회사에 이를 알린 후 사과를 받으려 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고, 가해자 사무실에 직접 찾아가 사과를 요구했지만 돌아온 것은 머리를 툭 밀치는 폭력이었다. 네까짓 게 뭔데 감히 사과를 요구하느냐는 행동에 결국 밥그릇을 제쳐두고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흔하디 흔한 페미니스트의 삶 

싸움과 투쟁의 역사가 시작됐고, 반대 켠으로 공감과 연대로 이어진 네트워크가 생겨났다. 페미니스트의 삶이야 오십 보 백 보 아닌가. 기껏 여성단체를 졸업하고 영화를 하는가 했더니 이제는 성평등한 영화계를 만들겠다며 찍는페미 활동가가 되었다. 여성주의 영화(자기방어훈련을 다룬 <아이 캔 디펜스>) 하나 만들고 악플을 무서워하는 멘탈이지만 맞붙어 싸울 땐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용감하다.

월경페스티벌 기획단에 참여하면서 2018 월경페스티벌의 티저 영상 '어떤 피도 우리를 멈출 수 없다' 작업은 모두의 공감대 아래 수월하게 이뤄졌다. 연대 단위들이 함께 하얀 바지와 티셔츠, 옷들을 모았고 이를 여성환경연대 옥상에 만든 가벽에 설치한 후 여기에 그림 그리는 과정을 촬영했다.



스태프 5명과 화가 역할의 배우, 그리고 실제 페인팅을 맡은 김민성 작가가 인력의 전부. 그 흔한 김밥 한 줄 없이, 비건 쿠키와 커피와 차, 그리고 비건 메뉴를 파는 식당을 어렵게 찾아내며 일하자니 허기가 졌다. 가지각색 피를 흘리는, 어찌보면 지옥에서 온 듯 불타는 보지들을 보면서 월경은 어쩌면 여성에게 형벌이지만 우리를 더욱 강하게 한다는 것을, 결국 흐르는 피는 우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깊숙이 느꼈다.

촬영장의 스태프들 찍는페미 멤버들과 연출가 박혜민씨의 모습.
▲ 촬영장의 스태프들 찍는페미 멤버들과 연출가 박혜민씨의 모습.
ⓒ 위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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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여성의 생리현상인 월경이 섹슈얼티리를 연상시키는 기제이며, 그래서 더 감춰야만 한다는 억압은 도리어 큰 목소리의 외침을 불러왔다. 우리는 대낮에 맨정신으로 피 묻은 월경대를 들고 설치거나 겨털을 드러낸 채 팔을 치켜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10년 만에 개최되는 월경페스티벌인 만큼, 새 세대의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준비했다. 5월 26일 토요일 정오, 하자센터 앞마당으로 나오시라. 우리의 너른 마당이 그곳에 있다. 그늘진 몸과 마음, 생리대를 땡볕에 꺼내어 말리자. 비록 행진은 못하지만 춤추며 소리치며 놀며 각자의 월경을 풀어내자. 

2018 월경페스티벌 포스터 10년 만에 다시 열리는 월경페스티벌은 부스와 공연, 자유발언으로 진행된다.
▲ 2018 월경페스티벌 포스터 10년 만에 다시 열리는 월경페스티벌은 부스와 공연, 자유발언으로 진행된다.
ⓒ 월경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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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 페스티벌 연속 기고]
1편 "왜 하지? 자궁 떼고 싶어" 월경이 미운 이유
2편 대체 어떤 생리대를 만들고 사용해야 하는 걸까
3편 월경을 해야 비로소 '여자'가 된 거라고?
4편 달걀 먹는 당신, 매일매일 월경할 수 있나요?
5편 '생리컵'이란 신세계, 장애여성은 왜 경험하지 못할까
6편 월경하는 남성, 트랜스젠더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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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하셨습니까>를 썼고 인권, 여성 분야와 대중문화 전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