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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에서 교수형 당하신 후 시신은 등촌동에 있는 국군통합병원으로 옮겨졌다. 3일장을 지내는 둥 마는 둥 치르고 모셔 온 곳이 이곳이다."

38년 전 오늘을 증언하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비서관이었던 최종대씨의 말이었다. 5월 24일 오늘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하면서 내란목적 살인, 내란미수죄 등으로 사형이 확정된 후 서대문형무소에서 교수형 당한 김재규 박흥주 박선호 유성옥 이기주 김태원 등 여섯 사람의 38주기다.

김재규 전 중정부장이 안식을 취하고 있는 광주 오포 삼성묘역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
 김재규 전 중정부장이 안식을 취하고 있는 광주 오포 삼성묘역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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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의인들 38주기 합동 추모식' 열려

10.26 재평가와 김재규장군 명예회복 추진위원회는 24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10.26 의인들 38주기 합동추모식'을 가졌다. 이철 이부영 전 의원, 강신욱 변호사, 함세웅 신부 등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추모곡 연주, 경과보고, 추모사, 추모시 낭송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10.26 재평가와 김재규장군 명예회복추진위원회'(공동대표 강신옥, 김상근, 안동일, 청화, 함세웅)는 김재규 장군의 유언이라면서 "76년 3.1 민주구국선언에서는 민주주의를 '국민을 위한다는 생각만으로 민주주의는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면서 "그것으로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명령과 복종을 민주주의라고 착각하는 일이다. 국민은 복종을 원하지 않고 구체적인 참여를 원한다'고 정의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민주주의를 만끽하고 있습니까?"라고 따져 물은 후 "38년 전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바치신 김재규, 박흥주, 박선호, 유성옥, 이기주, 김태원 여섯 분의 의인들을 기억하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이날 행사의 의미를 말했다.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추모행사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열린 추모행사
ⓒ 인터넷언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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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의인 여섯 분을 한 자리에 모셨으면 한다"

10.26 직후 김재규 전 중정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옥 변호사는 전두환 회고록을 언급하면서 "역사를 멋대로 보고 있는 것"이라면서 "전두환과 김재규를 계속해 누가 애국자인지 누가 휼륭한지 누가 역사에 남는지를 비교했다. 변호하면서 결론은 전두환이는 애국심에 있어서 발가락에 때만도 못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두환은 나라를 위해서 박정희를 죽였다고 한다면 당신 자결하는 게 옳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김재규에게 그 의사를 전했다. 그때 제가 전두환이가 그렇게 얘기 하는데 어떠냐고 했더니 '내가 살아남아서 영화를 보고 싶었던 생각은 없다', '나는 혁명을 했기 때문에 쓰레기는 내가 처리하고 가겠다. 도덕적으로 권위가 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밖에 없다. 만약에 쓰레기를 다 치운 다음에는 권총으로 자결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김재규 전 중정부장의 말을 전했다.

이철 전 의원은 자신이 주모자로 연루되었던 44년 전 민청학련 사건의 추억을 말한 후 "박정희가 자신의 더러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 없는 사람을 희생시켰다"면서 "그 분들 중에 여덟 명이 인혁당이라는 이름으로 처형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정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느냐"면서 "수 없는 간첩단 사건들을 여러분들은 기억을 할 것이다. 이 엄청난 사건들을 토대로 박정희는 종신 집권을 꾀했다. 이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 10.26 의거였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계속해서 "형집행정지로 나와 있는 가운데 10.26이 일어나기 한두 해 전이었다"면서 "김재규 장군의 선산학교 후배인 저희 학교 선생님이 저희들에게 귓속말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당신들은 굉장히 의로운 일을 했고 절대로 공산주의와는 연관되지 않는다면서 굉장히 분개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귀를 의심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 말을 상당 기간 동안 믿지 않았다"면서 "저희들을 잡아넣고 고문하고 처형하려고 했던 중앙정보부의 수장되는 사람이 민청학련 주범들을 의로운 사람이라고 그럴 수 있을 수 있을까? 아마도 격려하는 차원에서 과장되게 표현했을 거라면서 믿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 같이 말한 후 "나중에 10.26 의거가 일어나고 이 여섯 의사들이 박정희를 쐈을 때 비로소 그 말씀이 진심이었다. 정확하게 전달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김재규 전 중정부장과 얽힌 내용을 말했다.

함세웅 신부는 주최측을 대표해 "김재규 장군의 유언처럼 여섯 분을 한 자리에 모시면 참 좋겠다"면서 "김재규 장군 동상을 세우는 것. 국립묘지 현충원 모시는 것. 그런 큰 꿈을 가지고 순서대로 하나씩 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섯 분은 참으로 비참하고 억울하게 돌아가셨지만 조그만 공동체에서 이렇게 기억을 하고 있다"면서 "때가 되면 언젠가 크게 꽃 필 날이 오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우리 세대에서 못하면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에는 이룩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기도 드린다"고 강조했다.

함 신부는 "38년 동안 어떤 의미에서는 아무것도 이룩하지 못했지만 이 분들을 더 뜻있게 기억할 때가 가까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늘 바치는 기도가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 이렇게 기도를 올린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이 같이 말한 후 "하늘나라에서 또는 영생에 드시면서 편안함 속에 계시면서 저희 모두 그런 평화를 간직했으면 한다"면서 "남북 대화의 물꼬가 터지면서 평화의 사도, 평화의 일꾼, 평화의 증언자로 여섯 분들을 늘 마음속에 기리면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동 시대의 증언자로 그리고 후배들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고 의미를 새겼다.

김재규 전 중정부장 등
 김재규 전 중정부장 등
ⓒ 인터넷언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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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합동추모식을 마친 후 오후에는 김 전 중정부장이 안식을 취하고 있는 경기도 광주시 오포 삼성묘역을 찾아 묘역참배와 함께 추모 기도회를 치렀다.

지난 38년 동안 꾸준하게 묘역 관리를 하고 있다는 김재규 전 중정부장의 비서관 출신의 최종대씨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38주년이 됐다"면서 "항상 아쉽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모습을 묻는 질문에는 "청렴결백하신 것"이라면서 "영전이 됐을 때도 꽃 한송이 못 받게 하셨다. 어느 분이 화환을 놓고 갔을 때 돌려 드렸는데 '이것도 뇌물'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과정이 조금 힘들었다. 청렴결백한 분이셨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김재규 장군의 장조카 김진백씨는 "이렇게 잊어버리지 않고 참배해 주시는 분들께 감동을 받는다"면서 "우리는 잘 모르지만 세월이 흐르면 재 평가받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우리가 앞장설 처지가 못되기 때문에 오시는 분께 감사드린다. 앞으로 좋은 기회가 올 텐데 대한민국이 잘사는 민주주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묘역참배 행사에 함께한 한 참석자는 "김재규 장군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움직임을 전하면서 "박근혜가 탄핵 당한 지난해에는 참석자가 2배 정도로 늘어났다. 또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묘역이 가장 산꼭대기에 조성된 경위에 대해서 "당시 보안사 요원들이 사형당한 의사들을 따로 따로 모시게 했다. 장군님을 당시에는 오지나 다름없던 이곳에 모시라고 강제하면서 사람들이 오기 힘들게 가장 높은 곳에 외따로 모실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묘비의 '의거'와 '장군'이라는 두 글자가 훼손된 경위에 대해서는 "1989년 광주 전남 송죽회를 중심으로 추모비 제막식을 가진 후 수년 전 훼손이 됐었는데 지난해 말경 박근혜를 추종한다는 사람이 더 깊게 훼손했다"고 말했다.

훼손된 묘비
 훼손된 묘비
ⓒ 인터넷언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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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의 '의사', '장군' 네글자가 심하게 훼손 되어 있었다.
 묘비의 '의사', '장군' 네글자가 심하게 훼손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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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인 것은 행사 참석자 대부분이 나이가 많았다는 점과, 행사를 마치고 산비탈을 내려오는 내내 그의 얼굴에 '김재규 전 중정부장의 의거'가 머지않은 시기에 정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확신이 어려 있었다는 점이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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