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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월경 페스티벌 기획단은 월경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터부를 걷어내고 세대·계층·장애·성정체성 및 성적지향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월경 경험을 드러내고자 연속 기고를 준비했다. -기자말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글을 묶은 책,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글을 묶은 책,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 현실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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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어떨까? 월경을 감춰야 하는 일, 부끄러운 일로 여기는게 아니라 좀 더 다르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해 본 상상일 것이다. 미국의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도 1980년에 비슷한 이야기를 한 바 있다.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만약 그랬다면 월경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랑스럽게 여겨졌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는 다르게, 텔레비전 토크쇼 같은 곳에서도 월경을 공공연하게 다루면서 월경하는 몸에 대한 긍정적인 찬사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라고.

월경은 '여성의 신체'에서 일어나는 여자의 일로 간주되었기에 오랜 세월동안 터부시되어왔다. 구약성서 레위기 15장에서는 월경하는 여자와 그 여자가 닿은 물건을 어떻게 정화시켜야 하는지를 가르쳤고, 지하철 의자 시트에 월경혈이 묻은 사진이 '공공장소에 피 묻히고 도망가는 민폐녀'라는 코멘트와 함께 인터넷에 올라온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모두의 상상에서도 제외된 존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월경하는 남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월경하는 남성으로 살아가기

이것은 10여 년 전 내 이야기다. 학원에 다니고 있던 나는 시험기간 특강을 듣기 위해 원래 다니던 시간대가 아니라 다른 시간대에 다른 건물에서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는 곧 깨달았다. 여기에는 내 지정성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사람도 없었고, 나를 알고 있는 학원 친구들도 없었다.

'그러면 남자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또래 남자아이들보다 짧은 머리를 하고 두툼한 겨울옷이 체형을 가려주어 그랬는지는 몰라도, 남자 화장실을 이용해도 아무도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그래서 다들 자연스럽게 나를 남자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혹시나 누군가와 가까워지기라도 하면 '원래 지정받은 성별'이 들킬까봐, 말도 거의 하지 않고 친구 하나 없이 학원에 다녔지만 주변 사람들이 나를 남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만이라도 편한 나날은 오래 가지 않았다. 월경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남자화장실에 생리대를 담은 파우치를 가지고 들어가는 일은 굉장히 어색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거진 하루 종일 학원에 있어야 했기에 바지 주머니에 월경용품을 미리 넣어놓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덧붙여서, '여성용 바지'의 주머니에는 생리대가 많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생리대를 한두 개밖에 넣지 않았음에도 행여나 빠져나오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파우치를 가지고 들어가는건 더 어색하고 이상했다. 그래서 나는 쉬는 시간마다 외투를 껴입고 가방을 다 챙겨서 화장실에 갔다가, 괜스레 학원 밖에 나가보았다가 들어오고는 했다. 쉬는 시간마다 완전군장을 하듯 짐을 다 짊어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역시 어색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월경은 나에게도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일이었기에.

월경하는 남성, 혹은 월경하는 비(非)여성도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 누구도 '여성이 아니지만 월경을 하는' 사람을 생각해보지 않는다. 공중화장실법이 개정되고 휴지통이 없어졌을 때, 남자화장실에도 위생용품 수거함이 필요하다는 점은 아무도 고려하지 않는다. 개정된 지침에도 '여성화장실에 위생용품 수거함 비치'라고만 명시되었을 뿐이다. 성중립 화장실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렇듯 월경하는 남성은 월경의 가장 기본적인 단계인 월경용품 처리에 있어서도 고충을 겪는다.

트랜스젠더가 몸을 긍정할 권리

법과 제도는 월경하는 남성을 고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존재치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법적으로 남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 정정을 위한 현행 예규에서는, '현재 생식능력이 없고, 향후에도 생식능력이 발생하거나 회복될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는 전문의사 명의의 진단서나 감정서'를 요구하고 있다. 성기 재건수술 없이도 성별정정이 통과되는 판례는 존재하지만 생식 능력 제거 없이 통과된 경우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트랜스남성이 법적으로도 남성이 되려면 '생식 능력을 제거'해야 하기에 자궁 적출을 받고 이를 증명하는 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트랜스남성 커뮤니티에서도 월경은 '의료적 트랜지션을 시작하면 지나갈 일' 또는 '있어서는 안될 일'로 간주된다. 트랜스남성이면서 월경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곧 남성성이 결여된 것, 수치스럽고 숨겨야 할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법률상으로도 '남성이 되려면 생식 능력을 제거할 것'을 요구하는 마당에, 이러한 현실 속에서 트랜스남성 스스로가 월경을 긍정하기는 어렵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월경이 그렇게 불편하고 힘든 일이면 하루 빨리 호르몬 치료나 자궁 적출 등의 의료적 트랜지션을 받고 더 이상 월경을 '안 하면' 될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반문하고 싶다. '월경하는 남성'이 존재하지 못 할 이유가 있는가?

누군가는 건강 문제로 의료적인 조치를 진행하지 못한다. 누군가는 직접 아이를 낳고 싶기에 트랜지션을 미루고자 한다. 누군가는 월경에 관해서는 디스포리아(신체 불쾌감)가 없을 수도 있다. 의료적 트랜지션은 스스로의 신체에 대한 권리이기도 하다. 내가 느끼는 디스포리아와, 신체적·경제적 사정, 그리고 재생산을 포함한 향후 인생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그렇지만 현행 성별정정 예규상으로는 의료적 트랜지션, 특히 생식 능력 제거 없이는 법적 성별정정이 불가능하다. 트랜스젠더는 국가로부터 불임을 강요받는 집단이다. 법적으로 성별에 대한 권리를 찾으려면, 재생산권 등 신체에 대한 권리를 제한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트랜스젠더와 월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몸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예술가 카스 클레머. '월경은 여성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예술가 카스 클레머. '월경은 여성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 Cass Cle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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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논바이너리 등의 비(非)여성과 트랜스남성의 월경에 대한 이야기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다. 2017년,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예술가인 카스 클레머(Cass Clemmer)는 #BleedingWhileTrans(트랜스젠더로서 피를 흘린다는 것)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생리혈이 묻은 바지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 '월경이 여성만의 것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말과 함께. 앞서 이야기했듯이 트랜스남성,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들은 월경으로 인해 '여성'이 겪지 않는 각자의 고충을 겪는다. 여성이지만 월경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핑크 파셀의 월경 긍정하기 캠페인 <I'm On>에 참여한 트랜스남성 케니 존스
 핑크 파셀의 월경 긍정하기 캠페인 <I'm On>에 참여한 트랜스남성 케니 존스
ⓒ Pink Parc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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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용품 브랜드 핑크 파셀(Pink Parcel)은 월경을 긍정하는 "I'm On" 캠페인을 진행하며 트랜스남성 모델을 기용했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트랜스남성 케니 존스(Kenny Jones)는 트랜지션을 진행하면서도 매달 월경을 했고, 그에 딸려오는 부정적인 고정관념도 겪어야 했던 점을 말했다.

월경을 말할 때 여성을 제외할 수는 없다. 월경은 '여성의 일'로 간주되기에 그동안 금기시되어 왔고, 이러한 맥락 없이 월경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월경을 '여성만의 일'로 한정짓는다면, 실제로 존재하는 월경하는 비(非)여성의 이야기를 놓치게 된다. 법률이 어떻게 여성과 남성의 신체를 규정하고, 개인의 재생산권을 탄압하는지. '월경'과 함께 딸려오는 부정적인 고정관념 - 그리고 트랜스남성은 어떻게 월경을 부정해야 하는지. 트랜스젠더 이슈는 많은 부분에서 페미니즘 이슈와 교차된다. 우리는 월경을 경험하는 사람-이라는 틀 아래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트랜스남성의 월경은 '곧 지나갈 일'로 치부될 수 없다. 분명히 존재하고, 또 존재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겪었던 몸의 기억과 경험이 모여 우리를 이루고 있다. 트랜지션을 하기 전에도, 하고 난 후에도 성별정체성은 변하지 않는다. 더 이상 월경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비(非)여성으로서 월경을 했던 경험은 존재한다. 트랜스젠더의 월경이 더 이야기되어야 하고, 긍정되어야 하는 이유다.

월경하는 남성은 어쨌거나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하기에. 그리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기에.

[월경 페스티벌 연속 기고]
1편 "왜 하지? 자궁 떼고 싶어" 월경이 미운 이유
2편 대체 어떤 생리대를 만들고 사용해야 하는 걸까
3편 월경을 해야 비로소 '여자'가 된 거라고?
4편 달걀 먹는 당신, 매일매일 월경할 수 있나요?
5편 '생리컵'이란 신세계, 장애여성은 왜 경험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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