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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 의견 나누는 문재인-트럼프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환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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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의 비공개 단독회담, 21분. 40여 분의 즉석 기자회견. 문재인 대통령의 1박 4일 강행군은 남북미의 냉기를 풀었을까.

지난 22일(현지시각) 한미 정상이 마주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에 (북미) 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해 북미 정상회담이 어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체제를 보장하겠다"라는 말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체제보장'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건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2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순항을 위해 문 대통령이 북한의 상황이나 속내를 미국 측에 전달하지 않았겠냐"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안전보장, 종전선언 등도 큰 틀에서 합의하지 않았겠냐는 전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해석하기에 앞서 전문가들이 강조한 것은 '트럼프 스타일'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안 열릴 수도 있다는 북핵 처리에 일괄(all-in-one) 방식을 언급한 것 등을 풀이할 때 평소 트럼프가 말하는 스타일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양의 바둑과 미국의 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두 번째)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문 대통령, 폼페이오-볼턴 접견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영빈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 두 번째)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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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양 정상이 북한의 분위기를 제대로 알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북한의 입장을 설명했을 거로 전망했다.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의 불발 가능성을 언급하고 남북 고위급 회담을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의 진의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가 진정성 있다는 말을 문 대통령이 다시금 설명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수위를 조절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미국이 원하는게 상대방을 제압시키며 일종의 왕이 죽어야 하는 체스게임이라면, 동양은 바둑이다. 우리는 상대방도 어느 정도 살게 하며 게임을 끝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추어올리면서도 북한을 더 밀어붙이면 안 된다는 식의 말을 하지 않았을까? 사실 이 비슷한 메시지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나 왕이 외교부장도 우리 쪽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 결국, 패자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를 미국 쪽에 설명했을 거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문 대통령이 이 국면을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 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불신과 회의론이 있다"라면서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회담이 안정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걸 문 대통령이 직접 미국 사회에 보여주기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과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큰 틀에서 이야기했을 것"이라고 두 정상의 만남을 풀이했다. 그러면서 "아마 문 대통령이 다소 경색된 현 상황을 미국에 설명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도 함께 하지 않았을까 한다"라고 덧붙였다.

"일괄타결은 이행방식 말하는것 아냐"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두고는 여러 해석이 오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체제 안전보장을 직접 언급한 것에 가중치를 두는가 하면, 이전과 크게 다를 게 없는 말이라는 평도 나왔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체제 안전보장은 이전에 없던 워딩"이라며 "지금까지는 북한이 뭘 하면 준다는 식으로 선후를 따졌는데 이제야 동시적인 언급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북한이 선제적 조처를 해왔는데, 미국 역시 (선제적 조치에 응할) 마음이 있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반면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체제보장이라는 단어는 처음 말했지만,  김정은이 지속적으로 북한 정권을 운영하게 될 거라는 말을 계속하지 않았냐"라며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체제 안전보장을 언급한 건 거기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일괄타결방식은 '모든 것이 타결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타결된 것이 아니다. (Nothing is agreed until everything is agreed)'라는 협상 원칙이다. 즉 일괄타결은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package)로 간주한 합의의 방식이지 이행방식이 아니다. 북핵 문제의 일괄타결 역시 비핵화와 이에 상응한 보상조치 모두를 합의서에 담고 (양측이) 어느 것도 예외 없이 모든 것을 수용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 교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일괄 (all-in-one) 방식이 누가 먼저 이행할지 순서를 정하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일괄 방식이 누가 먼저 한꺼번에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트럼프의 일괄타결 발언을 기존의 선 핵포기 후 보상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실제 비핵화 진행은 북한이 주장해온 단계적 동시성과 미국의 순차적 보상이 결합한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부연했다.

"북미회담 안 할 수도 있다? 트럼프 스타일의 어법"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간 단독회담이 22일(현지시각) 낮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렸다.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들의 질문과 응답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유머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다행"이라고 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간 단독회담이 22일(현지시각) 낮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렸다. 이날 예정에 없던 기자들의 질문과 응답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유머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 다행"이라고 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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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안 할 수도 있다는 발언은 전형적인 '트럼프 스타일'의 화법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과장하며 세게 표현하며 말하는 그의 스타일이 포함된 말이라는 뜻이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선제압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홍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트럼프의 기존 화법에 고려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그는 "조건부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여기에 너무 매몰되지 말자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발언을 과도하게 의미를 두며 해석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여유로움을 표현해 협상력을 높이려 한 발언"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걸 왜 없던 것으로 하고 싶겠냐"라며 "다만 연연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그게 그만의 방식"이라고 해석했다.


태그:#한미 정상회담,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국무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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