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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000만명을 넘어서 1200만 가까이의 관광객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 사진은 패션쇼를 담았다.
▲ 전주 한옥마을 연간 1000만명을 넘어서 1200만 가까이의 관광객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 사진은 패션쇼를 담았다.
ⓒ 전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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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있는 한옥마을을 찾은 사람이 2017년에 1109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찾아드는 관광객을 한옥마을 주변에 다 수용할 수 없어서 전주시는 치명자산 아래에 공영주차장을 운영하고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한옥마을은 700여 채의 한옥이 밀집하였고 전주 자체가 높지 않은 스카이 라인을 가진 도시이다. 여기에 소리와 문화까지 더해지면서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멋과 맛을 찾아 한옥마을을 찾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어떠할까? 다녀간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많은 사람과 꼬치구이, 그리고 한복 입고 다니는 사람들과 초코파이 이상의 어떠한 기억을 담아간 분이라면 한옥마을을 잘 찾은 경우라고 본다.

한옥마을을 제대로 즐기는 법

'한옥마을 여행 이렇게 하면 참 잘한 것이다'라고 느낄 방법을 추천하기 위해 이 기사를 썼다. 주차장에 차를 둔 관광객이라면 치명자산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 전주시 공영자전거를 빌려 타면 된다. 이용시간제한 없이 하루 종일 1천 원의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빌리는 것도 간편하다. 휴대폰을 통해 인증을 받으면 즉석에서 빌릴 수 있다.

휴대폰을 가진분은 누구나(인증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함) 간단한 인증과정을 거쳐 1000원을 내고 공영자전거를 대여할수 있다. 여기서 빌린 자전거는 향교, 오목대, 생태박물관을 포함한 한옥마을 인근 대여소와 자원봉사센터, 덕진공원에 있는 대여소등 총 6곳의 대여소 아무곳에나 반납하면 된다.
▲ 치명자산 공영자전거 대여소 휴대폰을 가진분은 누구나(인증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함) 간단한 인증과정을 거쳐 1000원을 내고 공영자전거를 대여할수 있다. 여기서 빌린 자전거는 향교, 오목대, 생태박물관을 포함한 한옥마을 인근 대여소와 자원봉사센터, 덕진공원에 있는 대여소등 총 6곳의 대여소 아무곳에나 반납하면 된다.
ⓒ 전주시 자전거 정책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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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초입인 오목대 아래의 공영주차장까지 2킬로미터가 채 안 된다. 자전거로 천천히 가면 10분도 안 걸릴 것이다. 천천히 걸어도 40분이면 넉넉하다(셔틀버스는 얼마나 걸릴까? 5분 정도?).

주차장에서 한벽루 아래의 천변 길에는 자전거 도로와 인도도 잘 만들어져 있다. 더구나 이 구간은 나무터널 아래라 시원하고 풍경이 좋다. 한벽루 밑으로 나있는 터널이 왜 있는지 궁금증이 생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 곳에서 여러 사람들의 작품사진이 탄생하기도 한다.

터널을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300여 미터 앞에 육교가 보일 것이다. 길을 따라가다 육교 위를 오르면 그곳이 바로 '이목대'라는 문화사적지다. 그리고 이목대에서 육교를 건너면 그곳이 바로 오목대이다.

오목대에서는 한옥마을의 전경과 그 뒤의 전주의 스카이라인이 조화를 이룬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고도 30여 미터의 오목대 아래로 내려가면 담벼락마다 벽화가 그려져 있는 자만동 마을이다. 자전거는 육교를 건너기 전 오목대 공영자전거 대여소, 또는 향교의 대여소에 해도 된다. 이제부터 한옥마을을 본격적으로 즐기면 된다(전주시 공영자전거에 대해서는 별도의 기사로 다룬다).

전주천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있고 생태박물관부터 색장마을방면으로는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여름철에도 시원하다.
▲ 한벽루 앞 전주천 전주천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있고 생태박물관부터 색장마을방면으로는 가로수가 터널을 이루고 있어 여름철에도 시원하다.
ⓒ 김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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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과 이어진 전주시의 스카이 라인은 높지 않고 낮다.
▲ 오목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한옥마을 한옥마을과 이어진 전주시의 스카이 라인은 높지 않고 낮다.
ⓒ 전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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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간에는 흔적이 있다

공간은 시간을 담고 있다. 또한 역사와 중첩되어 남아있는 사람들의 흔적이 남겨있기 마련이다. 이목대와 오목대가 지금은 육교로 연결되어 있고 그 아래로 편도 3차선의 기린대로가 지나고 있다. 본래 '발산 아래 오목대와 이목대'는 이어져 있는 야트막한 능선의 두 공간이다.

익산에서 전주까지의 경편철도를 조선총독부가 인수한 게 1926년 10월이라고 한다. 이때의 노선 이름은 '경전 북부선'이었다. 이때만 해도 태평동에 있던 전주역은 노송동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기와지붕을 얹은 역사는 1981년까지 활용되었다. 그곳이 지금의 시청사에 해당한다(경전이란 경성과 전주간을 의미한다).

전주까지였던 경전 북부선은 1930년대에 차례로 남원, 곡성, 순천으로 달려 나갔고 비로소 전라선이 되었다. 앞서 설명한 이목대, 오목대, 그리고 한벽루는 이 시기에 철길로 바뀌면서 나뉜 공간이 되었다.

전주 이씨의 후손인 태조 이성계는 조선 왕조 27명의 임금중 유일하게 전주를 찾은 이라고 한다. 강릉과 함경북도에서 살던 이성계가 전주를 찾은 것이 고려시대 왜적을 물리쳤던 황산대첩 후였다. 황산대첩에서 승리를 일군 이성계가 돌아가는 길에 5대조이자 전주 이씨의 창업가인 목조의 고향 전주를 찾은 것이다.

여기가 유지를 초대하고 연회를 한 곳이었고 임금이 된 후 돌아와 정자를 지었다. 이게 바로 오목대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태조의 어진이 모셔있는 공간이 바로 경기전이다. '경사로운 일이 일어난 것'을 기리는 건물인 것이다.

일제가 오목대와 이목대를 갈라 철도를 내고 한벽당 앞을 가로막은데 특별한 의도가 있었을까? 전주 8경으로 꼽히며 옥처럼 항시 맑은 물이 흘러 바윗돌에 부딪히는 정경이 벽옥 한류 같다고 해서 불린 이름의 한벽당(한벽루) 정면을 전라선 철교가 가로막았다.

전라선이 지금의 기린대로를 달려 이 터널을 통해 남원방면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담는 명소이기도 하다.
▲ 한벽루 아래 터널 전라선이 지금의 기린대로를 달려 이 터널을 통해 남원방면으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담는 명소이기도 하다.
ⓒ 전주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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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이 전주가 아닌 익산을 통해 광주로 간 것에 사연이 있다. 전주의 유림들이 '괴물처럼 생긴 흉물이 성스러운 곳을 오는 것'을 반대해서 전주가 아닌 익산을 지나야 했다고 한다. 시절이 지나서 'KTX역은 익산이 아닌 전주 혁신도시를 지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도 하니 역사의 아이러니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길에서 또 하나의 사연을 찾을 수 있다. 오늘날 1000만이 넘게 찾는 명소가 된 이유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옥마을 옆을 지나는 철길이 기린대로다. 박 전 대통령이 기차를 타고 지나가다 우연히 철길 옆에 즐비한 한옥마을을 보고서 '이 공간을 지킬 필요성이 있지 않겠냐'는 말로부터 보존 방침이 시작되었다.

그 공간 속에 살던 이들은 '보존'이 자신들의 삶과 재산 가치에 불편을 끼친다고 느끼며 끊임없이 자신들의 요구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러 한옥마을이 명소가 될지 예측한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전주를 다녀가는 사람들 또는 전주에 사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다. 이 길을 거닐며 역사를 반추해보면 '사람 많고 꼬치 냄새가 진동하는 그냥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다들 가니깐 나도 한 번은 가봐야 할 그런 공간'은 아니라 생각하며 이 코스를 추천하는 것이다.

'한벽루 옆의 기찻길'이 있었는지도 모를 세대에겐 '여기에 이런 역사가 있었다'고 설명해줄 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 설명을 듣고 난 아이들에게서 '전주에 대한 애정'이 한층 커짐을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일제에 의해 반토막 난 오목대와 이목대의 운명을 통해 '전주 이씨 왕조의 몰락과 일제에 의한 훼손'을 중심으로 볼 수도 있겠다. '시대에 뒤쳐진 채 철길을 반대했던 유림들과 우연하게 한옥마을의 가치를 평가한 박정희라는 인물의 혜안'에 대해 어떻게 해석할지는 각자의 몫이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공간을 천천히 걷거나 자전거로 음미할 게 있다는 것이다. 전주의 맛과 멋은 무엇일지, 그 공간이 앞으로 어떻게 운명을 맞을지를 생각해보기 좋은 코스임에 분명한 것이다.

[관련기사] 전주 공영자전거, 1000원 내고 하루종일 타요


태그:#전주 한옥마을 즐기기, #전주 공영자전거, #오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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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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