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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노출 수준은 소비자들보다 제품 생산 노동자들이 훨씬 심각하다!
 
요즘 한 침대 회사의 라돈 문제로 많은 국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이미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와 두려움을 경험했기 때문에 그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문제에서 노동자들은 항상 뒷전이다. 노동자들의 문제를 염려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으며, 정부에서 발표하는 대책에서도 노동자들은 소외되어 있다. 라돈에 의한 피해자 수는 일반 시민들이 훨씬 많을 수 있으나 그 피해 정도는 노동자들이 훨씬 심각할 수 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자들은 소비자들보다 훨씬 많은 양의 라돈에 노출된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통해 라돈에 노출되지만, 노동자들은 원료를 통해 노출된다. 제품의 원료인 모나자이트(Monazite)라는 광물질에는 방사능 물질인 우라늄(238U)이 0.2–0.4%, 토륨(232Th)이 4.5–9.5% 정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우라늄과 토륨이 라듐으로 붕괴되면서 라돈가스가 발생하게 되고, 그 가스가 호흡을 통해 폐로 흡입되어 폐암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즉, 모나자이트를 일부 첨가하여 만든 제품에는 그 원료가 희석되어 있기 때문에 원료 자체를 다루는 노동자들이 소비자들보다 훨씬 높은 농도의 라돈 가스에 노출될 수 있다.

둘째, 소비자들은 대부분 고형화된 제품을 사용하지만, 노동자들은 분말 상태의 원료를 직접 다루기 때문에 내부피폭의 위험이 훨씬 높다

방사선 피폭은 병원에서 CT나 엑스레이 촬영처럼 반짝하고 쪼이는 외부피폭과 섭취(음식 등)나 흡입(호흡)을 통해 체내에 방사능 물질이 쌓이는 내부피폭으로 나눌 수 있다. 당연히 외부피폭보다 내부피폭이 더 삼각하다. 왜냐하면 외부피폭은 반짝하고 쪼이는 그 순간에만 방사선에 노출되지만, 내부 피폭은 방사능 물질이 반감기를 거처 체외로 완전히 배출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피폭되기 때문이다.

물론 라돈가스가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는 것은 소비자든 노동자든 관계없이 똑같은 내부피폭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주로 라듐에서 붕괴된 라돈가스에 호흡하는 동안만 노출된다(물론 입자 상태의 분진이 체내로 흡입될 수도 있지만). 이와 반면 노동자들은 분말 상태의 원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토륨이라는 방사능 물질이 입자 상태로 체내로 흡입되고, 이 물질이 붕괴되면서 지속적으로 라돈가스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소비자들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라돈가스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같은 내부피폭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에 비해 노동자들이 더 심각할 수 있다.

셋째, 노동자들은 소비자들보다 오랫동안 노출될 수 있다

라돈가스가 문제되는 생활용품을 사용하는 기간은 길면 십여 년 정도, 짧으면 수년 정도이다. 이와 반면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퇴직할 때까지 길게는 수십 년 이상 라돈가스에 노출될 될 수 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노동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누적된 방사선 피폭량으로 볼 때 더 심각할 수 있다.

라돈으로 인한 건강피해, 어린이가 더 심각하다!

향후 라돈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가습기 살균제 사례를 바탕으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주요 피해 대상은 어린아이들이 될 것이며, 피해자 수는 상상 이상으로 많아 질 수 있다. 왜냐하면, 한참 성장기에 있는 아이일수록 세포 분열이 왕성하고 방사선은 단백질이 합성되는 과정에서 DNA 구조에 영향을 줘 암 등의 발생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 문제되는 라돈은 기체 상태로 호흡기를 통해 폐에 흡입되어 폐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어린 아이는 성인들보다 호흡하는 공기량이 약 3배 정도 많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들은 성인보다 방사선에 의한 건강영향이 20배 정도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잘 알려지다시피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는 어린아이에게 많이 나타났으며, 피해 정도도 성인들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이 라돈에 의한 건강영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피해 대상자를 조사할 때 어린아이에 대한 문제를 좀 더 촘촘하고 폭넓게 파악해야 한다.

라돈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며, 향후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라돈의 주된 건강영향은 폐암이다. 그리고 폐암은 발암물질에 노출된 후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 이후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사회적으로 문제되고 있는 석면에 의한 폐암은 과거 수십 년 전에 노출된 것이 지금에서야 암으로 나타나고 있다. 흡연에 의한 폐암도 마찬가지다. 젊었을 때의 흡연이 나중에 나타나는 것이며, 처음 흡연을 시작한 시기가 빠를수록 폐암이 나타나는 시기도 그만큼 빨라지고 피해 정도도 심각해진다. 라돈 문제도 이러한 동일한 과정을 거쳐 피해자가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향후 수십 년 동안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노출 대상자를 파악한 후 지속적인 조사와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라돈 문제를 지금보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될 수도 있으며, 피해자 수는 상상 이상으로 많아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번에 문제 되는 모나자이트 원료는 침대 매트리스뿐만 아니라 일부 돌침대와 건강 팔지, 목걸이, 벽지, 심지어는 마스크 팩 등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라돈 발생 가능성이 있는 제품 현황과 사용실태, 그리고 그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 현황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조사로만 끝날 게 아니라 향후 수년 후에 나타날 수 있는 건강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계획과 피해자 구제 대책을 지금부터 세워야 한다. 또한, 이러한 대책을 수립할 때는 피해자(노동자 포함)를 포함하여 전문가 그룹과 공익적 그룹이 함께 하는 대책기구가 만들어지고 이들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을 쓴 이윤근 시민기자는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소장입니다.



태그:#라돈침대, #라돈가스, #라돈과 폐암, #라돈과 노동자, #라돈과 어린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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