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시골에서 태어나 스무 살까지 자랐다. 계절에 따라 자연이 어떻게 변하는지, 계절 마다 어떤 농작물들이 어떤 모습으로 자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지 등, 자연과 농사와 관련된 어지간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며 자랐다. 이렇다보니 아무래도 자연과 가까이 하게 되고, 관심도 많다. 이는 텃밭을 일궈 먹는 것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나이 들어갈수록 내가 자란 그와 같은 환경이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하는 가장 기본적이며 건강한 조건이라는 것, 삶의 가장 큰 축복인 동시에 귀한 혜택이란 걸 절실하게 느끼곤 한다. 그럴수록 한편 아쉽고 안타까운 것은 문화나 경제적으로는 풍족하나 자연과는 거리가 먼 환경에 태어나 자라는 요즘 아이들의 삶이다.

<청소년 농부 하교> 책표지.
 <청소년 농부 하교> 책표지.
ⓒ 창비교육

관련사진보기

이런지라 <청소년 농부학교>(창비교육 펴냄)는 가뭄 속 단비처럼 반갑고 고맙다. 청소년들에게 우리의 먹을거리 그 시작이자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농사와 우리의 먹을거리가 되는 여러 작물들에 대해, 그리고 자연과 생태에 대해 관심 갖게 할 책이란 판단에서다.

세 사람이 썼다. 각자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들이다. 글을 쓰는 한편 텃밭을 일구며 도시농업 관련 활동을 하는 텃밭 전문가들이란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텃밭과 농사가 지닌 교육적 가치'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2015년에 '나를 찾아 떠나는 텃밭 여행'으로 시작하는 '청소년 농부학교'를 개설, 아이들과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청소년 농부학교는 학교 밖 학교다. 그런데, 농부 학교지만 농사만 짓거나, 그에 대해서만 가르치지 않는다. 습지 탐방이나 조류 관찰 등과 같은 생태활동까지 해오고 있다고 한다.

저자들은 지난 몇 년 간 아이들과 농사를 짓거나, 생태활동 등을 해오며 아이들이 자연과 텃밭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느꼈다고 한다. 물론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에 '진짜 교육은 국영수가 아니라 의식주를 가르쳐 주는 것이고, 삶이 직업이 되는 세계를 알려 주는 것'이란 생각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공통적으로 하게 되었다고 한다.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청소년 농부학교 아이들처럼 텃밭 활동을 통해 뭔가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지난 몇 년 동안 아이들과 농사짓고 생태활동 했던 것들을 정리해보자. 누군가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 <청소년 농부학교>는 이렇게 나왔다고 한다.

"식물은 벌레가 자신을 공격할 때 가만히 있지 않아. 뭔가를 하지. 바로 항균물질을 내뿜는 거야. 우린 이걸 피톤치드라고 불러. 식물들은 저마다 다른 향의 항균물질을 내뿜는데 그게 식물고유의 향을 결정하는 거야. 만약 벌레가 공격하지 않는다면 식물은 항균물질을 내뿜을 일이 없고 따라서 향도 나지 않겠지. 그래서 농약으로 키운 채소들은 향이 나지 않는 거야. 그러니까 아무리 천연농약이라도 사용할 땐 신중해야 돼. 자연에는 해충도 있지만 익충도 많아. 천연 농약이든 화학농약이든 농약은 모두에게 영향을 끼쳐. 식물은 항균 물질을 내뿜지 않게 되고, 그건 결국 우리 몸에도 영향을 미치겠지. 그러니까 우리는 농사를 지으면서 무엇이 모두에게 최선인지 항상 고민해야 해." - 50~51p

"제철채소라고 들어봤니? 제철 밥상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몸은 제철채소를 먹도록 진화했어. 동물들도 마찬가지. 겨울철에 닭한테 생채소를 모이로 주면 설사를 해. 자연스럽지 않아서 탈이 나는 거지. 그래서 우리 조상님들은 가을이 되면 다양한 묵나물을 만드느라 분주 하셨어. 묵나물은 제철에 뜯어서 말려 두었다가 이듬해 봄까지 먹는 나물을 말해. 그러니까 너희들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되도록 제철 음식을 먹는 게 좋아." -159p

5년째 텃밭을 일구고 있다. 그동안 직접 기른 채소들이 맛과 향이 강한 것은 '싱싱하기 때문에'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농약이 식물 고유의 향을 만들 필요성을 덜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향이 적을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텃밭에서 바로 뜯어 싱싱하기 때문에 맛도 향도 강한 것이겠지만 주변의 벌레들 덕분이기도 하다?

제철채소에 대한 것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옛날에는 보관시설이 변변치 못했기 때문에 채소가 많은 계절에 말려뒀다가 나물이나 채소가 귀한 겨울에 먹는 정도로 알고 있었던지라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과 친구들에게도 들려줬더니 신기해한다.

책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무렵의 절기인, 그리하여 농부들이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춘분(3월 21일 무렵)을 시작으로 김장때까지의 농사를 절기별로 구분, 때에 맞는 농사 활동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그러며 이처럼 자연생태, 조상들의 지혜, 친환경 먹을거리 등과 연관 지어 들려준다. 아이들의 건강한 생활과 바람직한 생태인식 형성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임은 물론이다.

게다가 ▲음식물 쓰레기로 쉽게 퇴비 만들기 ▲돼지감자, 애기똥풀, 달랼노른자 등으로 천연농약 만들기 ▲가물 때 텃밭에 물 제대로 주는 방법 ▲오렌지, 맥주, 마늘, 페트병 등을 이용해 천연 모기약 만들기 ▲기름진 밭을 위해 필요한 지렁이 키우기 등, 어지간한 경력의 농부들도 (아마도) 잘 모를, 알면 도움 될 정보까지 풍성하게 들려준다.

아울러 텃밭에서 거둔 것들을 이용, 아이들 스스로 해먹을 수 있는 파스타, 피자, 비빔밥, 부침개, 쌈밥 등의 레시피까지 각장마다 실어 건강한 밥상 활동까지 유도하고 있다.

이런 이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들었던 생각은 '아마도 텃밭 활동을 통해서든 이 책을 통해서든 청소년 농부학교를 접한 아이들은 이제까지 무심코 먹어왔던 것들이나 여행지 등에서 스치는 들판의 식물들을 예전처럼 무심하게 흘려 넘기지는 못할 것, 나아가 관심 두게 될 것'이란 기대다.

텃밭에 물 주는 방법

•열매채소 텃밭에는 가급적 자주 물을 주지 않는 게 좋다.
•물을 줄 때는 아침 일찍이나 해가 질 무렵에 준다. 한낮에 물을 주면 잎사귀에 맺힌 물방울들이 볼록렌즈 역할을 해서 작물이 화상을 입을 위험이 크다. •여름 낮 시간에는 작물들이 축축 처져 있는데 이때 사람들은 식물들이 물을 필요로 한다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이건 식물들이 땡볕을 견디기 위해서 체내의 수분을 내보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때 물을 주면 식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니 주의한다.
•가뭄이 심할 때는 두둑에 물을 주지 말고 고랑 양 끝을 막은 뒤에 고랑에 물을 채우는 게 더 좋다. - 107p


5년째 텃밭을 일구고 있다고 하나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을 크게 벗어나지 못해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우리 밭은 1월에도 냉이나 개망초 등이 자랄 정도로 햇빛이 잘 드나 그만큼 가뭄이 심해 봄마다 물을 준다고 고생하곤 했다. 그래서 농사의 기본부터 이처럼 알면 텃밭 일구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이 책을 두고두고 펼쳐보고 참고할 참이다.

농사를 보며 자라지 않다보니 나보다 더 초보 도시농부인 남편은 요즘 이 책을 틈나는 대로 읽는다. 위에 인용한 것들을 비롯해 책에서 읽은 것들을 틈나는 대로 들려줄 때마다 눈을 반짝이며 관심 두더니 붙잡고 읽게 된 것이다.

우린 그동안 퇴비와 EM희석액으로만 텃밭을 일궜다. 남편은 올해부터는 천연모기약과 천연농약을 만들어 써보잖다. 지렁이도 키워보잖다. 지난해만 해도 "비료 안 주면 제대로 자라는 것이 없다"며 우기는 바람에 설득한다고 옥신각신하게까지 했던 남편이 말이다.

시중에서 파는 케첩이나 소스 대신 토마토를 그대로 이용한 책속 스파게티와 피자 레시피를 보더니 꼭 만들어주겠다며 지난해보다 토마토를 더 많이 심기도 했다. 그래서 여러모로 고마운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청소년 농부 학교>(김한수 | 김경윤 | 정화진 씀) | 창비교육 | 2018-03-19 ㅣ정가 13,000원



청소년 농부 학교 - 나를 찾아 떠나는 텃밭 여행

김한수 외 지음, 창비교육(2018)


태그:#텃밭, #도시농부, #제철채소, #친환경 먹을거리, #청소년 농부학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