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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인사하고 있다.
▲ 인사하는 염동열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 처리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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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홍문종·염동열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자 비난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방탄국회라는 비난은 피해 갔지만 표결을 통해서 부결시킴으로써 국회가 불체포특권을 악용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거나, 쓸데없는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문종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총 275표 중 찬성 129표, 반대 141표, 기권 2표, 무효 3표를 얻었고, 염 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총 275표 중 찬성 98표, 반대 172표, 기권 1표, 무효 4표를 받았다. 자유한국당 소속의원 수인 113명을 훨씬 뛰어넘은 것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상당수의 국회의원이 체포동의안 부결에 동참한 셈이어서 그 비난을 피해 갈 수 없게 되었다.

급기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홍영표 의원은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이끌어가야 할 국회가 제 식구 감싸기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자가당착이며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 "민주당 내에서 일부 이탈표가 나온 것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그에 반해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 의원은 "존경하는 동료의원의 결과에 대해 겸허히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 "무죄추정의 원칙, 불구속 수사 원칙에 어긋나는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은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고 검찰을 비난하고 나선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회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져 올라왔으며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더해지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특권으로 주어진 불체포특권은 언제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며, 의회권력이 공고화되고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금에 와서는 이를 폐지하는 것은 어떠한지 제도적 취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 헌법 제44조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하고, 국회의원이 회기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중 석방된다'고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규정한다. 헌법 제4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회의원의 발언·표결에 관한 면책특권과 함께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특권이다.

위와 같은 특권은 국회가 헌법에서 주어진 권한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고, 행정부에 대한 견제의 기능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미 영국의 권리장정(Bill of Right, 1689)에서 도입되었으며, 미국 헌법(1787)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미국 헌법의 경우 반역죄(Treason), 중죄(Felony) 및 치안방해죄(Breach of the Peace)를 범한 경우에는 위 특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미국 헌법 제1조 제6항 참조).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범죄행위를 위해 불체포특권을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한계가 있다. 현행범인과 회기중이 아닌 경우에는 불체포특권이 인정되지 않는 이유다. 또한 국회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는 형사절차상의 체포·구금만이 아니라 행정절차상의 신체구속 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

결국은 행정부가 자신에 대한 견제기능을 약화시키고자 국회의원의 활동을 억압하는 것을 방어하는 목적에서만 불체포특권이 행사되야 한다. 국회의원이 개인비리를 저질렀는데도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거나 회기를 열지 않는 방법으로 동료의원을 보호하는 것(이른바 '방탄국회'라 함)은 헌법에서 불체포특권을 규정한 취지를 망각한 것이다. 그러므로 국회가 체포동의안을 의결함에 있어서는 수사의 목적이 무엇인지, 보통사람들에 대한 범죄와 비교했을 때 구속영장의 청구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 해당 국회의원이 정부에 대하여 어떤 비판을 가해왔는지와 정부가 어떠한 태도를 보여 왔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었다고 해서 검찰수사가 편파적으로 이루어졌다거나, 증거도 없는데 구속하려 한다거나, 국회의 기능을 약화시키려 한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할 때 모든 증거서류를 올리는 것은 아니고, 국회 입장에서는 구금하려는 목적이 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약화시키려는 것인지를 검토하면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개인적인 범죄를 저지르고, 국회의 기능 약화시키려는 의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다보니 국민여론은 체포동의안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국회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특권 내려놓기'를 반복해서 메뉴에 올린다. 그리고 그 메뉴의 중심에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이 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여론이 잠잠해지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를 반복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특권은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개정이 아닌 일반 법률로 이를 폐지하거나 국회나 국회의원이 포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의회권력이 강화되고 민주주의가 정착된 오늘날에 있어서도 국회의원의 특권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행정부와 사법부를 감시하는 국회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특권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러한 특권을 남용해서 사적으로 행사하는 것일 뿐 특권 자체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국회의원의 특권이 없어진다면 행정부의 권력이 더욱 비대해지고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 지경에 이를 위험성도 여전히 상존한다. 더욱이 검찰 권력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권이 자의적이고 편파적으로 행사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문제가 있다고 해서 특권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특권을 남용하는 경우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헌법을 개정하면서 불체포특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그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하는 방식, 또는 체포동의안이 부결되었을 때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등을 허용해서 그 당부에 관한 판단을 받도록 하는 방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특권은 오로지 공적인 목적으로 행사돼야 하는 것이지 동업자를 보호하려는 방편으로 악용되서는 안된다는 제도적 취지를 국회의원들이 가슴에 새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정범씨는 변호사입니다.



태그:#국회의원특권,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방탄국회, #국회의원체포동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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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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