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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2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오체투지
 4월2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오체투지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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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만든 38번째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19일. 70여 명의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자신의 신체 일부와 같은 휠체어에서 내려와 아스팔트 위를 기어가기 시작했다. "온몸을 땅으로 던져 기원함"의 뜻을 가진 이른바 '오체투지'.

우리 사회에서 온전하지 못한 '신체성'을 가진 집단으로 구분되는 이들의 오체투지는 무려 3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3시간 동안 기어간 거리는 고작 200m 남짓, 비장애인 걸음으로는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비정상'으로 표상되는 날것 그대로 자신의 신체를 세상에 보여주면서까지 장애인들이 기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1842일의 농성, 그리고 혁명의 시작

탄핵되고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이었던 2012년 8월 21일,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은 자신들의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바로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 그리고 '장애인수용시설'이 그것이었다.

장애와 가난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만 떠넘기는 나쁜 제도로 인해 장애인과 그 가족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농성 이후에도 3대 적폐로 인해 죽어간 이들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났고, 농성장 한 복판에 영정사진을 두면서 그 죽음의 사회적 의미를 계속해서 알려나갔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리고 2016년과 2017년 연인원 1천만여 명이 모인 광장촛불의 한가운데에서,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시급히 청산해야 할 적폐로서 우리는 3대 적폐 폐지를 요구했다. "박근혜 퇴진이 복지다!"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으며, 박근혜와 국정농단 세력이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사회보장제도를 파괴했던 죄를 우리는 이야기했다.

그리고 현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대선 주자들에게 3대 적폐 폐지를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공약으로 약속했고,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정책 기조를 '장애인의 지역사회 완전한 통합과 참여'라고 이야기하며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촛불을 '혁명'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한국 사회가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집단적 체험을 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이는 장애인도 마찬가지다. 차별의 낙인인 '장애등급제'와 빈곤의 책임을 굴레지우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요구했던 것은 더 이상 그런 존재로 살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사회로부터 완전히 배제되어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보호'라는 미명 아래 인격을 착취당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야만 한다는 선언이었다. 1842일간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마음으로 촛불광장 지하도에서 농성했던 시간들은 어찌 보면 그 자체로 '혁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부양의무자 기준'의 단계적 완화 계획이 발표되었다. 장애계가 원하는 '완전 폐지' 계획과는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민관이 상호 신뢰 속에서 완전 폐지를 향한 로드맵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취지를 받아들이며, 3대 적폐 각각의 민관협의체를 구성하면서 1842일 간의 농성은 일단락됐다.

예산 탓하며 장애인의 권리는 '폐지(廢紙)' 취급?
 
문재인 정부의 장애인 정책 기조인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동권과 노동권, 문화예술권리, 사회보장권리 등이 보장돼야 한다. 전체 장애인 3명 중 1명꼴로 일주일에 3번 이상을 외출하지 못 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지난해 추석 연휴에 농성을 했다.

자본주의적 이윤을 위한 '생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최저임금에서 적용 제외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를 85일간 점거농성하고 고용노동부 김영주 장관 면담을 요구하였다. 문화예술 및 체육을 향유할 권리뿐만이 아니라 창조적 활동의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 면담을 요구하였다.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각 정부 부처 장관들을 차례로 만나고 면담을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장애인의 현실을 잘 알겠다", "하지만 정부 예산은 한정되어 있어서 요구하는 것 모두를 받아들일 수는 없다", "노력하겠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장애인들의 생존권 요구에 돌아오는 답은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4주기였던 지난 4월 16일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는 그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의 권리를 '폐지(廢紙)' 취급하고 있는 정부의 무책임을 스스로 인정한다는 것인가?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지난 3월 26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각 정부 부처 장관들이 기획재정부 탓하며 구체적 예산확대로 답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장애등급제 폐지'와 관련하여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기에 추진되었던 '장애등급제 개편'을 사실상 그대로 이어감으로서 그 한계를 답습하고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기준을 무엇으로 바꾸느냐'가 아니라 '필요한 서비스(제도)가 필요한 사람에게 권리로서 보장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예산 확대가 전제조건이자 필수요소다. 예산은 그대로 한정 지은채 '숫자 등급'을 '장애 정도'로 껍데기만 바꾸는 것(지난해 12월 문재인 정부는 「장애인복지법」을 개정하여 '등급'을 '정도'로 바꾸었다)은 결코 '장애등급제 폐지'가 아니다.

또한 현행 '장애 등급'을 대신하는 기준 마련 및 도입 시기와 관련하여, 장애인이 가장 필요로 하는 복지제도 1위인 '소득보장' 영역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현재 계획은 현행 1,2급과 중복3급의 장애인연금 대상 기준을 2022년까지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다.

법정 용어로서 '등급'을 '정도'로 개정해 마치 장애등급제가 폐지되는 것처럼 발표하면서 어째서 장애인연금의 대상 기준은 바꾸지 못 하고 그대로 두는가? 최소한 '장애 정도'라는 용어에 부합되게 중증도(1~3급)까지 단계적 확대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2019년 7월부터 장애인연금의 대상 확대를 요구하니 복지부는 기획재정부 반대 때문에 못 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초기에도 못 하겠다는데 과연 대통령 임기 말에 지금보다 더 많은 장애인에게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장애인연금 예산 확대가 가능하겠는가? 이는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3대 적폐 완전 폐지를 위해서는 결국 '지금'이 아니고서는 바꿔낼 수 없다고 보았다. 그리고 남북대화 등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던 그 가운데 우리는 조선시대 나랏님에게 상소를 올렸던 마음으로 광화문 앞에서 상소를 올리고 구호를 외치며 온몸을 던져 기원하였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하여

'장애인의 지역사회 완전한 통합과 참여'는 장애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꿔낼 수 있는 정책과 예산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거의 모든 지표에서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차별받고 있고 빈곤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꿔내는 목표치는 최소한 비장애인과의 삶의 격차를 완화하고 불평등을 해소하는 수준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수준은 국제사회의 평균은 되어야 할 것이다.

2008년에 한국정부도 비준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철학과 가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심지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정책 기조도 협약에 부합되는 언어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장애인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도 장애인의 현실을 바꿔내지 못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는 한낱 공허한 말로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또 다시 기다려달라는 말로 장애인의 삶을 '폐지(廢紙)' 취급하지 마시라. 2015년 국제사회가 약속한 최우선 가치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하여, 3대 적폐 완전 폐지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청와대 앞 농성(5월 24일 기준 농성 60일째)은 계속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이 글을 쓴 조현수씨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조직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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