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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에서 사실상 1면 역할을 하는 '많이 본 뉴스'.
 포털에서 사실상 1면 역할을 하는 '많이 본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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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과 국정원의 댓글 조작 사건은 뉴스 소비자의 군중심리를 파고들어 이용했다. 현재까지 경찰이 수사한 내용에 따르면, 드루킹은 매크로를 이용해 공감 댓글을 조작했다고 알려졌다. 드루킹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도 댓글이나 SNS 등을 통해 여론 조작을 시도한 바 있다.

댓글이 많이 달리거나 공감을 많이 얻은 기사는 네이버의 메인과 '많이 본 뉴스'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뉴스 소비자는 무의식적으로 이런 배치에 영향을 받아 뉴스 밸류를 판단하고 기사의 프레임을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포털은 단순한 뉴스 배급 플랫폼으로 언론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포털사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뉴스 소비자들이 느끼는 공분과 분노는 그동안 중립적이라고 믿어왔던 포털이 여론 조작을 방치하거나 의도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되었다.

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작성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한국은 '검색 및 뉴스 수집 서비스'를 이용해 뉴스를 소비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다. 한국 포털의 뉴스 수집 서비스는 '인링크' 방식을 토대로 발전했다. 언론사 서버가 아닌 포털 서버에서 기사를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네이버, 다음 등이 발달하면서 포털 뉴스 서비스가 확장됐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한 뉴스 접근 방식은 포털의 모바일 버전을 활성화시켰다. 모바일 버전으로 사람들은 포털이 취사선택한 뉴스 헤드라인을 본 뒤 기사를 접한다.

포털이 일반 언론사 기사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많이 본 뉴스'와 댓글이다. 이용자는 대개 기사를 읽다가 자연스럽게 우측에 '많이 본 뉴스' 섹션으로 관심을 이동시킨다. 뉴스 소비자에게 무의식적으로 '많이 본 뉴스'가 가장 중요한 뉴스로 다가온다.

'많이 본 뉴스'는 실질적으로 신문의 1면과 같은 기능을 한다. 그 중 공감을 많이 얻은 댓글은 이용자에게 더욱 강하게 다가오고 이용자는 이를 '여론'과 동일시하게 된다. 뉴스 소비자가 동일시한 여론은 사람들의 군중심리를 자극해 뉴스 소비자는 심리적으로 이에 동조하며 따르게 된다.

언론사는 포털의 아웃링크를 원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는 네이버가 구글과 같은 형태로 뉴스를 클릭할 때 해당 언론사로 페이지가 넘어가는 모습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주선 바른미래당 대표는 4월 24일 "포털 서비스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포털 시스템을 이번 국회에서 꼭 개선하겠다"며 아웃링크제 도입 등에 대해 언급했다. 여론공작에 악용될 수 있는 댓글을 언론사 내부에서 관리하면 조작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논리다. 박성중 한국당 의원은 '아웃링크제법'을 발의한 상태다.

네이버의 댓글 조작 사태를 보며 포탈에서 아웃링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언론계에서도 주를 이뤘다. 주요일간지는 사설을 통해 네이버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5월 10일 "네이버 '인링크' 놔두면 뉴스 장사 계속하겠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사설을 내걸었고, <경향>은 4월 25일과 26일 연속해서 사설로 네이버를 직접 거론하며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네이버가 모든 기사를 아웃링크로 전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경향> 역시 바이두와 구글을 예로 들며 아웃링크로 전환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정작 언론사의 '진짜' 속내는 달라 보인다. 5월 9일 네이버가 공개 기자회견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네이버는 제휴언론사 70개 매체에 의견을 구했고 그 중 70%가 아웃링크안에 대해 회신했다. 답신의 절반 정도는 유보였고 1개 매체는 아웃링크 찬성, 나머지는 모두 인링크를 원했다. 제휴언론사의 대부분은 인링크를 원하고 있는 현실이다.

▲ 네이버 기자회견에 이후 언론사들의 사설
 ▲ 네이버 기자회견에 이후 언론사들의 사설
ⓒ 권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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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실속 없는 대책만 내놓았다

"원칙적으로는 아웃링크에 동의한다. 구독 관련 부분은 유저에게 맡기는 형태다. 모두다 인링크나 아웃링크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

모두 다 인링크 또는 아웃링크를 하지는 않겠다고 한성숙 대표는 밝혔다. 네이버는 아웃링크와 인링크가 혼합된 방식을 추구하겠다는 말이다. 이 경우, 인링크 계약을 맺은 언론사만 살아남게 되는 모순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인링크를 통해서 더 많은 페이지 조회수를 올릴 수 있고 높은 수의 페이지 조회는 광고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인링크 뉴스 서비스에는 네이버와 언론사 사이 전재료가 오고 간다. 재정 구조가 열악한 언론사는 네이버로부터 전재료가 끊기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언론사들이 네이버 뉴스 구조를 비판하지만 아웃링크 찬성이라는 답을 내놓지 못한 이유다.

"AI가 단독으로만 제공되는 형식이 아니고 각 사의 다양한 편집 내용에 보완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다양한 편집 중 하나라고 본다. 추천 관련된 부분들은 여러 주제들을 놓고 보면 '나에게 더 많은 콘텐츠가 오면 좋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 (한성숙 대표)

"지금도 에어스는 이용자별로 다른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성숙 대표)

네이버는 인공지능 편집을 강화시키겠다는 개선책을 내놓았다. 인공지능 뉴스스탠드인 AIRS를 확대시켜 사용자마다 다른 맞춤형 뉴스 제공을 원활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것은 필터버블의 다른 모습에 불과하며 사회의 확증편향을 강화시킬 위험이 있다. 뉴스 소비자로 하여금 '봐야할 뉴스'가 아닌 '보고 싶은 뉴스'에만 편중되게 하는 것이다.

이미 개인화된 선호에 따른 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스북'에서 확증편향을 일으킨다는 논란이 네이버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미디어오늘>이 개인화된 알고리즘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질문하자 한 대표는 답을 하지 않았다.

▲ 섹션에서 AIRS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네이버
 ▲ 섹션에서 AIRS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네이버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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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알고리즘 역시 네이버가 만든 결과물이므로 인공지능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네이버는 '담당자가 기준 없이 기사 배열을 하는 것'을 문제로 보았다. 기준화된 인공지능이라는 해결책으로 공정성 논란을 잠재울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알고리즘 역시 네이버가 만든 결과물이다. 네이버는 알고리즘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알고리즘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네이버의 약속을 믿을 수 있을까? 네이버 이해진 총수는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알고리즘 공개 의사가 있다고 말했지만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네이버 담당자가 기준도 없이 최상단에 기사를 올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용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뉴스피드는 보완적 장치라고 생각한다. 구글도 이런 식의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네이버도 경쟁력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봤다. 뉴스 공론화 포럼과 지금도 토론을 진행하고 있으며, 아웃링크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논의에 앞서) 가이드라인을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성숙 대표)

포털의 '언론' 기능에 규제가 필요하다

네이버가 뉴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익성 때문이다. 네이버는 야후코리아, 다음 등에 비해 늦게 출발한 후발 포털이다. 2000년대 초반 야후코리아가 한국 포털 시장에서 가장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야후는 뉴스를 편집해 보여주었다. 최휘영 당시 야후코리아 뉴스 팀장은 "뉴스를 편집해서 보여줬더니, 클릭수가 몇 배씩 뛰어올랐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야후를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최휘영 야후코리아 뉴스 팀장을 기획실장으로 영입하는 등 뉴스 서비스에 힘을 썼던 점이 크다. 이런 변화는 네이버 이용 트래픽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현재의 네이버 위치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언론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아젠다 세팅이다. 포털은 뉴스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뉴스를 재배열한다. 재배열에는 기사 배열 방식도 있고 '많이 본 뉴스', '댓글 많은 뉴스' 형식을 새롭게 선보여 신문의 1면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많이 본 뉴스는 포털이 취사 선택한 기사들 안에서 정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포털은 뉴스 소비자에게 뉴스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언론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검색 및 뉴스 수집 서비스인 포털로 뉴스를 접하는 사람이 77%인 나라에서 언론이 아니라고 잡아떼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대안은 포털이 언론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외부 위원회를 만들어 빠져나갔다.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는 공동으로 2015년부터 뉴스제휴위원회를 만들었고, 네이버의 스포츠 기사 부분에서 프로축구연맹의 청탁을 받아 기사를 재배치한 사안이 문제가 되었을 때는 이용자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런 외부 위원회를 활성화하여 대안을 만드는 기저에는 자신들은 언론이 아니라 '사기업'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뉴스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면서 언론 기능 수행에 따르는 규제는 받지 않겠다는 뜻이다.

언론은 '언론의 자유'가 강조되지만, 공공재로서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기 위한 제반 규제도 받아야 한다. 이는 네이버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 네이버 역시 언론 기능을 수행함을 인정하고 언론으로 정당한 평가와 규제를 받는 것이 현재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다.


태그:#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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