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녕, 나의 소녀' 스틸 이미지.

영화 '안녕, 나의 소녀' 스틸 이미지. ⓒ 오드(AUD)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첫사랑 로맨스 영화인 줄 알았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나 혹은 <안녕, 나의 소녀>의 주연 배우인 송운화가 출연했던 <나의 소녀시대>를 떠올리며 '유사한 영화이겠지' 싶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후 알게 된 점은, 이 영화는 로맨스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며, 따라서 그렇게 달콤하거나 설레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로맨스도 담겨 있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점은 그 시절의 소중한 인연, 친구들과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었다.

영화 <안녕, 나의 소녀>는 올해 5월 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였다. 남자 주인공 정샹(류이호)이 눈 떠보니 1997년 자신의 학창 시절로 돌아가서 고백도 못 하고 짝사랑으로 끝내야 했던 첫사랑 은페이(송운화)를 다시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내용과 결말 자체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꽤 많이 슬픈 영화다. 그런데 슬픔의 감정을 표현해내지 않고, 윤곽만 드러나게 해 놨다. 영화를 계속 보며 과연 바라던 엔딩으로 끝날 것인지 조마조마했는데, 생각했던 것을 뛰어넘는 반전은 없었고 나름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로맨스와 복고의 조합

 영화 '안녕, 나의 소녀' 스틸 이미지.

영화 '안녕, 나의 소녀' 스틸 이미지. ⓒ 오드(AUD)


<안녕, 나의 소녀>는 타임슬립(시간여행)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로맨스와 복고를 엮어냈다. 영화는 남자 주인공 정샹이 출장 간 일본을 배경으로 정샹의 첫사랑이자 일본에서 가수로 데뷔한 은페이를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은페이는 학창 시절에는 스타였지만, 일본에서는 앨범 한 장 내고 끝난 무명 가수이다. 3년이 지난 후, 은페이가 38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되자 정샹은 꿈을 부추겼던 자신을 탓한다. 그리고 길에서 우연히 노파를 만나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얼핏 보면 과거로 돌아가 첫사랑을 이루려는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꿈과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학창 시절에는 꿈을 꾸고 희망을 품지만 이들이 어른이 되어 마주친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셰프를 꿈꿨던 정샹은 평범한 샐러리맨이 되었고, 가수가 되었음에도 성공하지 못한 은페이에게 행복이란 저 머나먼 곳에 있는 것일 뿐이다.

영화 <안녕, 나의 소녀>는 대만 특유의 로맨스라는 안정적인 소재를 버렸다. 과연 연출자가 이러한 내용을 왜 담았을까 생각해보면, 아마 꿈과 희망에 대해 노래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은페이를 구하려던 정샹이 오히려 3일 동안의 과거를 통해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결심하게 되고 자신의 현재를 바꾼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꿈과 희망이 설령 이루기 힘들지라도 그것이 꿈과 희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나 혹은 먹지 못하는 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니까. 영화는 꿈을 이루기 힘들다는 것을 냉정하게 보여주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꿈을 포기하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가라고 말한다.

영화의 백미는 '음악'

 영화 '안녕, 나의 소녀' 스틸 이미지.

영화 '안녕, 나의 소녀' 스틸 이미지. ⓒ 오드(AUD)


영화의 원제인 '대아거월구', 즉 영어로 'Take me to the moon'은 실제 1997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가수 장위셩의 동명 곡 제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영화의 백미는 영화의 노래를 듣는 것인데, 음악이라는 공통 주제로 모인 주인공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는 세대가 달라 장위셩의 노래를 몰랐는데도, 장위셩의 노래들은 주인공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이들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단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극 후반부에 가서 급하게 진행되는 전개로 인한 결말, 그리고 뜬금없이 훅 들어가는 느낌의 타임슬립이 아쉬웠다는 점이다. 결말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급하게 마무리되는 듯한 결말은 아까웠다. 그럼에도 주인공과 그들의 친구, 즉 여러 캐릭터들이 모여 한 때의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니 예전의 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과거의 추억과 친구들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진다.

 영화 '안녕, 나의 소녀' 포스터.

영화 '안녕, 나의 소녀' 포스터. ⓒ 오드(AUD)



덧붙이는 글 본 글은 루나글로벌스타와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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