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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즈키 바이올린 교본 1과 2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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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스즈키1권 끝났다. 와, 3년 만에 겨우 1권을 떼다니."
"언니 포기하지 않고 한권을 떼었다는 것이 어디에요. 책걸이 해요."
"그렇지, 그래도 책걸이는 해야지."
"그럼요. 해야지요."

그리곤 한바탕 웃었다.

바이올린 배운 지 3년 만에 스즈키 교본 1권을 겨우 뗐다. 그동안 집안에 일이 생기면 쉬고 또 쉬고를 반복했다. 연습을 해야 레슨을 받을 수 있는데 연습을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쉬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해 집에 일이 생기면 쉬었던 것이다. 연습을 못해가면 강사한테 미안하고 나는 나대로 스트레스를 받아 바이올린 배우는 의미가 없었다.

그동안 아들 결혼, 이사, 여행, 손목아픔 등으로 여러 차례 쉬었다. 나이가 들어 무언가를 배우고 익힌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었다. 나보다는 가정과 가족이 우선이다 보니 그러다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낯선 바이올린이란 새로운 악기를 처음 배워 다루기란 더더욱 그러하다. 악보도 봐야 하고, 박자도 맞추어야 하고 한손엔 바이올린 활을 다른 한손은 네 현을 수시로 옮기며 음을 다루어야 하니 헷갈리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도 연습해간 곡이 레슨에 무사히 통과하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이다.

한 곡을 끝내려면 젊은 사람들의 몇 배 아니 그 이상으로 노력을 해야만이 뒤꿈치라도 따라갈 수 있는 형편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이랴. 일단은 서서 바이올린을 목에 고정을 시켜야 하고 활도 방향을 잘 잡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활을 잘 못 잡으면 원하는 음이 나오지 않고 엉뚱한 음이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앉아서 하는 것도 괜찮지만 나같이 아주 초짜들은 서서 연습해야 좋다고 한다. 그러니 서서 그런 상태에서 10분 이상 연습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바이올린을 오래 한 사람들은  몸이 약간 뒤틀려 있을 정도라고 강사도 말을 한다. 바이올린을 배우는 회원들 중에서도 목이 아프고 팔과 손목이 아프다는 사람도 있다. 나 역시도 그런 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쉬는 동안에는 그런 것까지도 그리워지기도 했었다.

쉬기 시작하면서 1주~2주까지는 괜찮고 오히려 편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한 달 정도 되면 그동안 애쓰며 배운 것이 아까운 생각에 '내가 나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좀더 부지런히 배워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무리해서 시간을 내 다음 학기에 등록하곤 했었다. 그럴 땐 마음만큼 현실이 따라주지 못했었다. 그리곤 1권이라도 끝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이젠 2권에 도전하니 뛸 듯이 기분이 좋다.

책도 1권 끝내기 3주 전부터 2권을 미리 사놓기도 했었다. 바이올린 강사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연세가 되면 음표를 보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활도 써야하고 현도 봐야하고 박자도 맞추어야 하는데 아무튼 대단하세요"한다. 격려의 말이 큰 힘이 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배울 수 있을 런지는 모르지만 좀더 배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열심히 성실히 배워야겠다는 다짐도 가져본다.


태그:#바이올린 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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