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리빌딩에 사실상 실패한 FC서울

올시즌 리빌딩에 사실상 실패한 FC서울 ⓒ FC서울 공식 홈페이지


FC서울이 올시즌 전반기 보여준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슬로우 스타터 기질이 있었다곤 하지만 팀 전력은 과거에 비해 약해진 모습이었고 여러 잡음으로 팀 내 분위기가 안 좋아진 데다 감독교체까지 이어지는 등 바람 잘 날 없었던 서울의 전반기였다.

올시즌을 앞둔 서울의 키워드는 '리빌딩'이었다. 전력이 좋은 건 분명하지만 주전선수들의 고령화가 이어지면서 전임 감독이었던 황선홍 감독이 추구하는 '많이 뛰면서 콤팩트한 축구'를 펼치기엔 기동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황선홍 감독 축구에 있어서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중원과 측면, 그리고 포워드까지 새 판짜기에 돌입했다.

팀 주전 선수들이 대거 이적하며 생긴 공백

스타트는 팀의 레전드 용병이었던 데얀의 수원 삼성 이적이었다. 데얀은 30대 후반이 된 나이임에도 지난 시즌 리그 19골을 터뜨리는 등 득점력은 녹슬지 않았다. 하지만 기동력을 비롯한 신체적인 능력에 있어선 이제 전성기에서 내려온 데얀은 지난 시즌 출전시간 문제로 인해 황선홍 감독과 불편한 관계가 감지되는 등의 잡음이 있었다. 결국 계약만료와 함께 라이벌 팀인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팬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 시즌 K리그 도움 2위였던 윤일록까지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로 이적했다. 또한 서울에서만 10년간 활약한 김치우도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했고, 이규로, 주세종, 이명주는 군 입대로 팀을 떠났다. 또한 서울에서 4시즌간 활약하며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보호와 빌드업의 시발점 역할을 해줬던 오스마르마저 J리그 세레소 오사카로 임대이적하며 핵심멤버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이들의 이탈 속에 서울이 영입한 선수는 '슈퍼루키' 조영욱을 비롯해 정현철, 김성준, 박동진, 에반드로, 안델손 등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팀을 떠난 선수들의 대체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점이며 기존에 있던 팀 내 어린 선수들의 기량도 이들을 대체하기엔 한계가 명확했다.

먼저 데얀과 윤일록이 떠난 공격진은 그 타격이 지난 겨울 프리시즌부터 이어져 지금까지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나마 조영욱이 지난달 대구와 전남전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 프로 1년차인 신예가 팀을 이끌기엔 너무 부담이 크다. 데얀이 떠난 센터 포워드 자리에는 타격이 크다. 경기당 평균 1골에도 미치지 못하는 빈약한 공격력에 주전 공격수인 박주영은 홈 개막전인 강원전 득점 외엔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백업요원이 대체해야 하겠지만 박주영의 백업은 박희성, 윤승원과 같은 선수들이 전부인데 이들에게 뭔가를 기대하기엔 그 기량이 전혀 기대에 미치지못한다.

아직 주전으로 뛰기엔 기량 부족해보이는 선수들

이명주, 주세종의 이탈과 함께 정현철, 김성준이 보강된 미드필드 라인도 마찬가지다. 김성준은 서울로 이적해 와서 전북전 프리킥골 이외엔 전혀 영향가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활동량을 비롯해 볼키핑, 경기템포에서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던 김성준은 결국 지난달 대구와의 홈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입으며 한 달째 팀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상황이다. 정현철 또한 뛰어난 제공권과 커팅 능력을 통해 중원에서 오스마르의 대체자 역할을 수행했으나 황선홍 감독 사임과 함께 최근에는 황기욱에게 주전자리를 내준 상황이다.

여기에 하대성과 송진형, 이석현은 부상으로 전반기를 날렸고 이 3선수의 올시즌 출전경기수를 합하면 단 2경기에 불과하다(이석현 올시즌 리그 2경기 출전). 이러다 보니 제대로 된 미드필드 구성을 할 수 없었던 서울은 고요한과 이상호와 같은 선수들을 중앙 미드필더에 배치하면서 황선홍, 이을용 감독(대행)이 추구하고자 하는 축구를 도저히 할 수 없게 됐다.

김치우가 떠난 왼쪽 측면수비에도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는 오른쪽 풀백이었던 이규로가 왼쪽 풀백에서 활약하며 김치우의 출전시간이 줄어드는 흐름도 보였으나 이규로가 군 입대로 이탈하면서 이 자리에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시즌 이 자리에서 활약한 선수는 박동진과 심상민이었는데 여전히 이 선수다 싶은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심상민의 활약이 아쉬움이 남는 것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멤버로서 기대감을 갖게 만들어줬으나 전혀 성장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이란 팀에서 뛰기엔 아직 기량이 너무 뒤처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데얀과 오스마르가 떠나며 그 무게감이 확연하게 떨어진 용병선수들의 활약도 마찬가지다. 부상으로 시즌 초반을 날린 에반드로는 지난달 복귀해서 빠른 순간 스피드를 바탕으로 서울공격에 속도를 불어넣고 있지만 아주 인상적이라고 느끼기엔 거리가 멀다. 안델손 역시 지난 수원과의 슈퍼매치에서 2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알렸으나 이 외에는 공격의 맥을 끊는 플레이가 자주 발생하면서 공격템포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코바 역시 벤치에는 이름을 올리지만 출전기회를 잡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 FC서울에게 중요한 이유

슈퍼매치 이번엔 우리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 열린 프로축구 FC 서울-수원 삼성의 '슈퍼매치' 미디어데이에서 이을용 FC서울 감독대행과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5.3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 열린 프로축구 FC 서울-수원 삼성의 '슈퍼매치' 미디어데이에서 이을용 FC서울 감독대행과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핵심선수를 다 내보내며 결과로 증명하고자 했던 황선홍 감독은 전혀 손발이 맞지 않는 모래알 조직력만을 남겼다. 성적까지 나오지 않으며 팬들이 발길을 끊는 상황까지 이어지자 지난달 28일 상주전을 끝으로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자진사퇴했다. 황선홍 감독의 사퇴는 올시즌 서울의 리빌딩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그 짐을 후임으로 부임한 이을용 감독대행이 모두 짊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 출신 코치들을 영입하면서 황선홍 감독 시절 좋지 않았던 팀 분위기를 다잡는 데는 어느정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곤 해도 3일에서 1주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현 시점에서 이을용 감독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이을용 감독대행은 이번 월드컵 휴식기를 통해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전술을 가다듬는 것과 동시에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원톱 포지션의 보강을 예고하면서 외국인 선수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교체가 유력한 선수는 출전기회 잡기가 쉽지 않은 데다 계약만료가 임박한 코바와 경기에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안델손이 유력한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누구를 영입할지 이을용 감독대행의 결정에 관심이 모인다.

언젠가 해야 했던 서울의 리빌딩 작업이었지만 그 리빌딩은 불과 10경기만에 실패로 귀결됐다. 다만 문제는 이 리빌딩 실패가 최소 올시즌 길게는 다음 시즌까지도 이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월드컵 휴식기와 여름 이적시장을 알차게 보내야 하기에 이을용 감독대행에게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은 상당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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