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지배자다웠다. 이재성(25‧전북현대)이 짧은 출전 시간에도 전북의 승리를 견인하며, 부상 병동으로 전락한 신태용호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전북현대는 20일 오후 4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4라운드에서 FC서울을 4-0으로 대파했다.

이로써 전북은 승점 34점으로 2위 수원(승점 25)과의 격차를 9점으로 벌려놓으며 리그 선두를 이어나갔다.

이날 '전설 더비'는 K리그 14라운드 최대의 빅매치로 꼽히며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오히려 관심사는 이 경기가 아닌 부상으로 집중됐다. 유럽파 권창훈이 소속팀 디종 경기 도중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해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것이다.

사실 부상은 전북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놓여있다. 한국 대표팀 수비의 핵이었던 김민재가 끝내 부상으로 러시아월드컵 예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고, 김진수도 월드컵 출전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다.

전북 최강희 감독은 당초 서울전에서 이재성을 선발에 포함시킬 방침이었지만 권창훈 부상 소식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이재성은 선발 대신 벤치에서 대기했다.

전북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이재성의 부재 탓일까. 전북은 기대만큼 경기를 지배하지 못했다. 최전방 원톱 아드리아노가 부진했으며, 2선에서 임선영의 지원 사격도 다소 미흡했다. 왼쪽에서 로페즈가 고군분투했지만 전체적으로 전북의 공격은 활기가 없었다. 좌우 풀백 최철순과 이용은 안델손, 조영욱의 침투를 대비하기 위해 공격 가담 빈도를 줄였다.

전반을 무득점으로 마친 후 후반 초반까지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자 최강희 감독은 후반 13분 첫 번째 교체 카드로 이재성을 꺼내들었다.

이재성의 등장과 함께 전북 공격력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특유의 볼 간수 능력과 연계 플레이는 단연 차원이 달랐다. 상대 골문 방향으로 돌아서며 공간을 확보했고, 예리한 패스를 페널티 박스 안으로 공급했다. 서울의 거친 압박에도 파울을 유도하며 공격권을 유지했다.

팽팽하던 영의 흐름은 이재성에 의해 깨졌다. 후반 16분 세트 피스 상황에서 좋은 위치를 선점한 이재성이 최보경의 패스를 받아 가볍게 선제골로 연결했다.

이후 전북은 곽태휘의 자책골과 임선영, 이동국의 릴레이 골에 힘입어 네 골 차 대승을 거뒀다. 역시 K리그 1강다운 포스였고, 중심에는 단연 이재성이 있었다.

이재성은 신태용호에서도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근성 있는 플레이와 패스 앤 무브, 많은 활동량, 전술 수행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플랜 A라 할 수 있는 4-4-2 포메이션에서 좌우 날개 이재성, 권창훈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는데 한 쪽이 꺾인 상황이다. 그만큼 이재성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이번 서울전은 대표팀 소집훈련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경기였다. 월드컵에 앞서 충분한 예열을 마친 이재성이 남은 기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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