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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인 나는 민주시민이 될 수 없습니다"라는 인터넷 뉴스를 읽었습니다. 전직이 중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학교 시민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 학생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받는 차별의 많은 사례를 들며 우리 사회의 차별은 여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학교는 청소년이 겪는 차별에 대해 당연한 것이라 느끼도록, 그리고 모든 것에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길들이는 교육을 한다"고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18세라고 밝힌 이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외부 상담 교사가 학교에 왔을 때 "담임선생님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있으니 도와주세요."라고 부탁드렸지만 "선생님이 설마 그러시겠어."라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체육교사와 학생지도부 부장교사에게서 생활지도라는 명분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학교, 교사는 이야기한다, 교육의 한 과정이라고,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이러한 교육 과정을 거쳐 청소년이 민주시민으로 자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라는 대목에서는 무어라 답할 수 있을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학교 내의 차별은 물론이고 가정, 길거리, 정부기관, 금융기관, 집회 장소 등에서 차별은 일상적으로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로 기사를 마무리하였습니다.

"나도 스스로의 삶을 대변하는 시민으로 살고 싶다. 이러한 사회가 보장된다는 것은 분명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닌 사회에서 소외 받아온 자,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자들 모두가 소외받지 않는 세상, 시민으로 인정받는 세상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차별이 없는 세상은 청소년의 존재를 인정하며 함께 저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 것이다."

학교는 어떻게 민주시민교육을 하고 있나?

"차별이 없는 세상은 청소년의 존재를 인정하며 함께 저항하는 것을 시작으로 올 것이다."라는 외침은 반가우면서도 기성세대인 저를 참 면목 없게 만듭니다. 지난 20여 년간 여러 권위 있는 연구기관이 발간한 보고서에서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보고합니다.

◯ 학교에서의 불일치의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학교의 문화는 비민주적이며, 민주시민교육 내용이 국가교육 이념이나 목적과 일치하지 않으며, 교수 학습에 있어 교육내용과 방식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지와 정의 사이의 불일치가 심각하고, 비판적 시민을 육성하기 보다는 순응적 시민을 만들고 있다.
◯ 사회과 도덕과의 교과내용은 실제 생활세계와 일치하지 않으며, 교과 지식과 태도의 불일치, 심지어는 체제 유지의 도구화로 이용되기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 분과 학문 교육과정에서 담당하지 못하는 사회적 문제 해결에 학생들이 시민으로서 주체적으로 인식하거나 참여하는 태도를 갖지 못한다.


위와 같은 지속적인 비판에도 우리는 "부자되세요", "가만히 있으라"라는 구호로 학교 시민들을 무능력자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난리입니다. 그러는 동안 우리 청소년들은 다음과 같은 상태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시민들의 실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발표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삶의 모습은 전직 사회과교사를 더욱 부끄럽게 만듭니다.

◯ OECD 국가 가운데 주관적 행복지수에서 최하위
◯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36개국 중 최하위
◯ '관계 지향성'과 '사회적 협력' 부문 점수가 모두 0점으로 36개국 중 최하위
◯ '더불어 사는 능력'은 0.31점으로 조사대상 36개국 중 35위,
  정부를 신뢰하는 학생의 비율은 20%(조사대상국 평균은 62%),
  학교를 믿는다는 학생의 비율은 45%(조사대상국 평균은 75%)
◯ 정당에 대한 믿음은 18%, 학교와 미디어에 대해서는 각각 45%, 51%로
  공공기관에 대한 청소년들의 신뢰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
◯ 민주시민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지만(조사대상국중 2위)
  실제 시민으로서 사회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음
◯ 학교 안팎의 시민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은 전 영역에서 최하위 수준
◯ 한국 청소년들은 시민활동에 대한 지식과 능력, 태도, 행동 등 모든 역량이 떨어지는
  '총체적 불만자' 유형이 25.2%로 세계 평균(13.8%)의 2배임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나 학교폭력 비율이 높은 이유가 짐작이 갑니다. 그러면서 안타깝습니다. 대부분의 조사대상국이 OECD에 가입한 36개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늘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OECD에서 우리나라가 탈퇴했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에서 60~70위가 차라리 'OECD 가입국 중 꼴찌'보다 훨씬 나아 보입니다. 그런데 60~70위가 될 거라고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청소년의 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해 주는 정도를 나이 기준으로 따지면 세계에서 200위 정도가 될 것입니다. 우리 청소년들의 총체적인 삶의 수준은 몇 위쯤으로 생각하시나요?

민주진보교육감 3기 후보들의 공약

최근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이 한창 발표되고 있습니다. 민주진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교육감 후보들의 기사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23일에는 평화교육을 위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공동선언 기자회견도 있었습니다.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해서는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의 내용 중 평화교육 부분을 보완하고, '평화·통일교육 교과서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밝히셨더군요.

지난 5월 10일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7명이 공동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예비후보 8명도 뜻을 같이 하며 공동기자 회견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발표된 공동 공약에는 "민주주의를 감행하자!"라는 취지의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평화통일교육이 있었지만 민주시민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여러 가지 사안들 중에 한 가지에 불과하다. 50년 전 독일 수상 빌리 브란트의 절반만 따라했으면 좋겠다. 아니 시늉이라도 보고 싶다.
▲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공동공약 발표 기자회견 지난 5월 10일 민주진보교육감 후보 7명이 공동기자회견장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예비후보 8명도 뜻을 같이 하며 공동기자 회견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발표된 공동 공약에는 "민주주의를 감행하자!"라는 취지의 공약을 찾아보기 어렵다. 평화통일교육이 있었지만 민주시민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여러 가지 사안들 중에 한 가지에 불과하다. 50년 전 독일 수상 빌리 브란트의 절반만 따라했으면 좋겠다. 아니 시늉이라도 보고 싶다.
ⓒ 시민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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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오전에는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시경쟁교육 해소 ▲학교 민주화와 교육자치 활성화 ▲교육복지와 학생 안전 강화 ▲평화교육과 성평등 교육 강화 등을 담은 4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학교 민주화와 교육자치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교장공모제 확대와 교직원·학부모·학생이 선출하는 교장선출보직제 시범 도입과 더불어, 교육주체의 기본권 강화를 위해 교원의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 보장, 학생 청소년 인권법-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예비후보들은 "무상교육, 혁신학교, 인권조례, 고교평준화에서 시작된 교육복지와 교육민주화를 한 차원 더 발전시켜야 할 때"라며 "그동안의 성과를 토대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모든 아이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교육체제를 수립하겠다"고도 밝혔다는 기사를 읽고 왠지 말의 성찬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각 후보별 구체적인 공약집을 아직 보지 못한 상태이지만 이번 진보교육감 선거도 학교시민교육에 대한 뚜렷한 비전이 없이 지나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게 됩니다.

진보교육감 2기와 3기의 민주시민교육 공약의 차이점

2014년 공동공약을 발표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들은 △무상급식 실시 △혁신학교 확대 △고교평준화 확대를 진보교육감 1기의 성과로 평가하면서, 2014년 진보교육감 2기에는 △교육복지 강화 △혁신학교 성과 확대·학교혁신 보편화 △친일독재 교과서 반대·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등을 주요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약 중 민주시민교육을 중심으로 위에서 소개된 진보교육감 3기의 공약과 비교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진보교육감 2기와 3기 공동공약 비교]


진보교육감 1기 성과
진보교육감 2기 3대 공약
진보교육감 3기 4대 공약
성과

공약
내용
◯ 무상급식 실시
◯ 혁신학교 확대
◯ 고교평준화 확대
◯ 교육복지 강화
◯ 혁신학교 성과 확대 및
   학교혁신 보편화
◯ 친일독재교과서반대 및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 입시경쟁교육 해소
◯ 학교 민주화와
   교육자치 활성화
◯ 교육복지와
   학생 안전 강화
◯ 평화교육과
   성평등 교육 강화
민주
시민교육 관련 내용

체험중심의 민주시민교육강화
생태·인권·노동·평화·통일교육 강화
학생자치활동 활성화
- 학교 구성원이 함께 선출 하는 교장선출보직제의 시범 도입
- 학생 청소년 인권법 및
  인권 조례 제정
- 평화교육과
  성평등교육 강화

2기와 3기의 민주시민교육 관련 공동 공약을 비교해 보면 별반 눈에 띄는 내용이 없습니다. 3기의 교장선출보직제 시범 도입은 도입 지역에만 해당할 것 같고, 학생 청소년 인권법 제정은 입법권자의 영역 같습니다. 평화교육은 2기 공약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며 성평등 교육 강화 하나 정도가 두드려져 보입니다. 2기의 민주시민교육 활성화에 대한 세부 공약 이행 정도는 평가해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공동공약이기 때문에 이 정도이고 각 지역별 공약은 좀 더 구체적일 것이라 기대해 보지만 지금까지의 공표된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혹시 받으실 수 있는 표를 계산하느라 진짜 주요한 정책은 발표하지 않았기 바랍니다. 그러나 명확하게 공약을 하고 당선되더라도 관료제 속의 이행과정에서 이행 계획의 강도가 약해지고 공약 이행률 평가 때에는 더 약해지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기에 걱정이 됩니다. 최근에 문재인 대선 공약인 '초·중등학교 민주시민교육 확대'가 국정 과제에는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보셨나요? 그리고 대통령 취임 1년이 넘도록 확대할 것인지, 한다면 어떻게 확대할 지에 대한 기본 계획조차 오리무중입니다.

지역 교육청별 민주시민교육의 실태는?

지역 교육청별로 정치·경제·문화 차이가 커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셨으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교사들의 눈에는 2기의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공약 이행 정도에 점수를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3기의 공약에는 민주시민교육 활성화에 대한 계속적인 혹은 새로운 시도들이라고 평가할 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물론 그전에 비한다면 2기 시대에 민주시민교육의 시도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파편화되어 있는 사안별 사업들이 민주시민교육이라는 미명하에 '또 하나의 깃발 날리기'에 그친 것은 아닌지요?

2014년 학교 시민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하던 교사들이 2기 진보교육감들께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서("교육감님, 민주시민교육 계획안 들고 뵙겠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5332 참조)를 13개 민주진보교육감 인수위원회에 제출하였습니다. 정책제안서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 학교시민 역량 강화,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 민주시민교육 지원체제 구축이었습니다. 2년 후에 각 시도교육청별로 민주시민교육 공약 이행도를 확인해 보려는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공약 이행도를 측정할 만한 사업이나 업적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민주시민교육과를 만들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교육청도 있었으나 그 속내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기존의 인성교육, 통일교육, 다문화교육, 독서교육, 평화교육, 안전교육, 인권교육, 독도교육, 경제·금융교육, 환경교육, 지속발전가능교육, 학생자치교육, 준법교육, 나라사랑교육, 노동인권교육, 양성평등교육, 선거교육, 미디어교육 등이 민주시민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큰 변화 없이 사안별·개별 사업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교육청의 경우 자체 개발한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도 원하는 학교에 보급은 되었을지언정 어떻게 교육현장에서 활용되고 평가되는지 정확한 평가도 없이 매년 보급되었습니다. 누가 어느 시간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의 자율적 의지를 바라고 활용되기만을 기다리는 형편이었습니다.

교사의 역량 강화 연수 또한 각 교육청별로 년 1회 진행하면 잘했다고 기뻐해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어떤 교육감께서는 2015년 신년사에서 올해를 "민주시민교육 원년의 해"로 삼겠다고 각오를 다지셨지만 뚜렷한 특징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경기도교육청 인정교과서인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를 10개 교육청이 공동 인정교과서로 사용한다는 MOU(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MOU 체결 자체가 해당 교육청의 민주시민교육의 실적이 되어 버리는 모양새였습니다.

사문화되어가고 있는「교육기본법」2조의 교육이념과 목적

공교육 제도인 학교가 학생들을 교육시켜야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다르게 교육의 목적을 규정할 수 있겠지만 공교육 아래에서는 법률에 규정된 내용을 준수해야 할 것입니다. 1949년에 만들어진 교육법과 1997년에 제정된 교육기본법의 이념과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육법」 제1조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공민으로서의 자질을 구유하게 하여 민주국가발전에 봉사하며 인류공영의 이상실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기본법」제2조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두 법이 규정하는 교육의 이념이나 목적이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교육법」의 '공민의 자질'이 「교육기본법」에서는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자질'로 좀 더 구체화되었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한다는 내용 정도가 새로 추가 되었다.「교육법」이나 「교육기본법」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우리 교육이 지향하는 바, 다시 말해 이념은 '홍익인간'입니다. '널리 인간을 유익하게 한다'는 그 뜻에 모두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에서 학생들이 이 세 가지를 갖추게 해야 할 책임이 교육(공교육)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 세 가지 책임이 학교의 책무입니다. 교육감의 책무이기도 하고 교육부장관의 책무이기도 합니다. 누구도 이를 부인하거나 거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준법정신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교육기본법」2조는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국가의 교육이념이나 목적과 무관하게 교육하게 되었습니다. "부자되세요"를 강조했던 7차 교육과정에서도,  "가만히 있으라"던 2009개정교육과정에서도 교육의 결과를 평가하는 방법이나 내용들에서 교육기본법 2조의 내용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학입시제도 논쟁에서도 '학교교육의 정상화', '민주시민교육의 실현' 등이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교육의 목적인 '민주시민교육의 자질'이 수학능력시험의 평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기존의 5지선다형 상대평가 방식은 국가교육이념과 목표에 어긋난다고 주장합니다. 국가교육이념과 목표에 적합한 선발 방식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모두 민주시민교육의 적폐 세력

법령위반이 개인 차원뿐 아니라 집단 차원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치열한 생존경쟁, 과도한 교육열이 법령을 무시하게 만들었습니다. 과도한 경쟁과 교육열은 법령을 위반해서라도 사회적 성공을 가져오면 된다는 의식을 낳았고 지금도 끈질기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란 뜻입니다. 1949년 교육법 발효 이래 70년간 흐트러짐 없이 쌓여온 것이 '민주시민교육의 적폐' 입니다. 아니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국가교육이념과 목적의 적폐'라고 할 수 있나요? 교육기본법 2조 위반은 범법 행위입니다. 형법에 따른 범죄는 아니니까 범죄자 혐의는 벗어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처벌을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형법에 '국가교육이념과 목적을 위반한 죄'를 추가해달라는 청와대홈페이지에 입법청원운동이라도 해야 할까 봅니다. 학교민주시민교육 조례가 있음에도 교육청의 민주시민교육 예산을 무지막지하게 삭감해 버리는 지방 의원, '인성교육진흥법'은 만장 일치로 통과시켜 주면서 '학교시민교육촉진법안'은 이런 저런 이유로 발의를 망설이는 국회의원, 과목 이기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사범대·교대 교수과 교사, 분과 학문이 교육 내용의 주요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변하는 교수, 교육과정은 온갖 미사여구로 만들어 놓고 교과서가 교육과정에 정신에 알맞게 쓰여 지고 있는지 에는 관심이 없는 학자, 아직도 민주시민교육은 사회과 도덕과의 전유물처럼 강조하는 교수, 이들 위에 숨어 교육과정을 통제하고 있는 교육부 관료는 모두 적폐 세력입니다.

입시 성적에만 함몰되어 직분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교사, 이를 강조하는 학교 관리자, 민주시민교육을 소홀히 한다는 항의에 사회적 합의가 없다느니 근거 법령이 없다고 이리 저리 회피하는 교육부 관료, 내 자식 수능 시험 성적을 올리라고 학교를 압박하는 학부모, 지방 선거에서 유불리를 따지고 교육부를 압박하고 있는 청와대의 참모, 판사는 판결로 말하고 교수는 논문으로 말한다며 학계의 동종교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학회에서 따돌림 당하기 싫다고 제대로 된 비판의 논문 한편 안 쓰는 교수는 '국가교육이념과 목적'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법상 범죄는 아니더라도 적폐는 맞습니다. 우리는 모두 크든 작든 '민주시민교육의 적폐 세력'임을 고백해야 합니다. 어떤 중등 도덕과 교사는 민주시민교육 확대 관련 간담회에서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적폐 청산 없이는 민주시민교육의 미래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에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들께서 우리 모두의 적폐의 혐의를 벗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더불어민주당은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촛불혁명의 완성으로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이라는 비전 속에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 '공정한 대한민국', '민주·인권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적폐청산'이라는 항목 중에 "초·중등교육에서 민주시민교육 확대"를 약속한 바 있고, 올 1월 교육부에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하였습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흔한 기본계획 하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혹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들은 교육부 특단의 조치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듭니다.

유럽의 학교시민교육 –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

1969년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 빌리 브란트는 "민주주의를 감행하자!"(Demokratie wagen)라는 구호로 승리해 전후 최초로 정권 교체를 이뤘고, 정말로 '민주주의를 감행'했다고 합니다. 민주주의가 과감하게 실험된 곳은 무엇보다도 학교와 일터와 언론이었다고 합니다. 초·중·고 학교에서는 민주주의자를 길러내는 것이 최고의 교육목표가 되었고, 민주주의교육, 반권위주의 교육, 비판 교육, 저항권 교육 등 정치교육이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Tat Sache Politik 은 직역하면 “실제의 정치 행동”이지만 간결하게 “실제 정치”라고도 부른다. 교과서 내용은 독일의 정치적 상황들을 날 것 그대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토론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학교 학생들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면 안 된다고 한다. 심지어 자칭 중도파 교육감 후보라는 국립대 사범대 교수조차도 이런 생각을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고등학교 졸업자격 시험(아비투어)에도 포함되는 과목이다.
▲ 독일 중학교 고학년용 정치교양(Politiche Buildung) 교과서 표지 Tat Sache Politik 은 직역하면 “실제의 정치 행동”이지만 간결하게 “실제 정치”라고도 부른다. 교과서 내용은 독일의 정치적 상황들을 날 것 그대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토론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학교 학생들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정치적 문제에 관여하면 안 된다고 한다. 심지어 자칭 중도파 교육감 후보라는 국립대 사범대 교수조차도 이런 생각을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고등학교 졸업자격 시험(아비투어)에도 포함되는 과목이다.
ⓒ 김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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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독일은 과거청산, 복지국가, 동방정책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나라'가 되었고, 독일인은 성숙한 민주의식을 가진 신독일인으로 거듭났다고 합니다. 브란트의 담대한 민주주의 실험이 서구 민주주의의 모범국 독일을 탄생시킨 것이라고 합니다. 2015년은 엄청난 수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인 대다수 독일인들의 성숙한 정치의식이 더 눈부신 한해였습니다. 즉 민주주의 교육, 이데올로기 비판 교육, 반권위주의 교육, 저항권 교육, 공감 교육, 과거청산 교육 등이 70년대 교육개혁을 통해 독일의 새로운 교육원리로 정착되었고, 이런 비판 교육, 공감 교육을 받고 자란 신독일인이 사회의 중심세력이 되었기에 백만 난민의 기적이 가능했다고 중앙대학교 김누리 교수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삶을 바꾸자" ("Change la vie.")라는 구호로 집권한 사회당의 미테랑은 시민교육의 부활을 요구하는 주장이 정치권, 언론계 일각에서 제기되자 이를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준비에 들어갑니다. 특히 학교 폭력현상이 주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정치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20여년 전에 폐지하였던 시민교육 교과의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20여 년 전 보수 세력은 이 시간이 좌파들의 이념교육 강화를 염려했다고 합니다.

반대로 진보 세력들은 국가에 의해 보수적이고 국수적인 시민교육이 이루어 질 것을 염려 했다고 합니다. 두 세력의 합의에 의해 폐기했던 과목을 다시 살려낸 것입니다. 1980년대 전후 분과학문중심의 교과가 담지 못하는 사회적 요구(시민적 권리와 책무, 학교 폭력, 정치적 무관심, 선거 참여율 하락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시민교육 과목을 다시 살려낸 것입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유럽의 시민들이 개별화로 인해 사회적 연대가 약해졌고 이는 자본주의가 작동하는데 필수적인 사회자본의 안정화를 해치기 때문에 '시민교육'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Citoyens aujourd’hi !는 직역하면 “오늘날의 시민”이다. 프랑스는 학생들을 오늘의 시민으로 인정하고 ‘시민되기학습’을 학교에서 한다. 2015년 에브리도 출판사 폭파 사고 이전까지는 주로 ‘시민의 권리와 책임’이 강조되었으나 이후 ‘공감’, ‘권리와 책임’, ‘나 혼자 그리고 타인과 함께 생각하기(판단)’, ‘개인적으로 공동으로 행동하기(참여)’ 등으로 교육과정 내용이 확대되었다. 중학교 졸업자격시험(브헤베),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바깔로레아)에도 포함되는 과목이다.
▲ 프랑스 중학교 3학년 시민교육 교과서 표지 Citoyens aujourd’hi !는 직역하면 “오늘날의 시민”이다. 프랑스는 학생들을 오늘의 시민으로 인정하고 ‘시민되기학습’을 학교에서 한다. 2015년 에브리도 출판사 폭파 사고 이전까지는 주로 ‘시민의 권리와 책임’이 강조되었으나 이후 ‘공감’, ‘권리와 책임’, ‘나 혼자 그리고 타인과 함께 생각하기(판단)’, ‘개인적으로 공동으로 행동하기(참여)’ 등으로 교육과정 내용이 확대되었다. 중학교 졸업자격시험(브헤베), 고등학교 졸업자격시험(바깔로레아)에도 포함되는 과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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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든 사회당 집권 시기에 학생들을 어른과 같은 동료 시민, 동반자 시민으로 인정하고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게 하는 교육을 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는 과목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1985년에는 초·중학교까지 시민교육(Education Civique)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정하였고, 1998년부터는 이 과목이 고등학교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는 교사들의 요구로 고등학교까지 이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확대하였다고 합니다.

민주진보교육감은 국가교육이념의 달성자일 수 있을까?

전통적으로 우리의 사회, 윤리나 도덕교과 교육은 교과 지식 자체가 가치롭고 해당 교과를 잘 배우면 자연스럽게 시민으로서 요구되는 능력도 따라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과중심 학교교육의 결과는 민주시민능력을 길러내는데 결코 성공 못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 구조는 민주주의에 필요한 민주주의자를 길러 내는데 실패하였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군부 통치가 종료되고 사실상 문민정부가 시작되던 1993년 김영삼 정부의 새로운 시대정신에 따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유치원용 시민교육 교재'부터 '성인용 교재'까지 개발할 정도(8종 14책)로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공교육에서 제도화하지 못하는 교육은 성공할 수 없음을 여실히 증명하고야 말았습니다. 제도화시키지 않고 교사에 선의에 호소하는 교육이 성공한 사례는 공교육의 틀 안에서는 존재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촛불항쟁의 구호가 "박근혜 퇴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구호는 "민주주의를 감행하자"가 돼야 합니다. 학교에서, 일터에서 어디까지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볼 수 있도록 민주진보교육감께서 제도화시켜 주셔야 합니다. 학교와 지역사회 현장을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공간으로 학생들이 바꿀 수 있도록 지원해 주셔야 합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얼마나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행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한 민주사회가 될 수 있는지 도전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칼 포퍼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역사는 '열린사회와 닫힌사회의 투쟁과정'으로 파악했다고 합니다. 촛불항쟁으로 우리는 대통령만을 바꾸었을 뿐입니다. 열린사회에서는 적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적들이 나타나거나 기존의 적들이 잠복해 있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나가도 새로운 적폐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켜온 작지만 소중한 민주주의가 적들에 의해 유린되고 전복되는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여야 합니다. 민주주의 교육, 이데올로기 비판 교육, 반권위주의 교육, 저항권 교육, 공감 교육, 과거청산 교육 등이 70년대 독일에서 일어났듯이 민주진보교육감들께서 제도화시켜 주셔야 합니다. 제도화는 공약을 통해서 이루어질 때 힘 있고 빠른 시일 내에 안착될 수 있습니다.

진짜 민주 교육감이 해야 할 일

교육자치의 수장이며 국가교육이념과 목적 달성의 책임자로서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들은 다음 내용들을 공약으로 제시하시고 이행해 주면 고맙겠습니다.

첫째. 교육자치단체 별로 '시민교육(학습)' 시간을 창의적 체험 활동 영역의 자율 활동 영역과 봉사활동 영역 시간을 묶어 주당 1시간씩 매 학년 적용될 수 있도록 공약으로 천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가교육과정에서 이를 적용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3∽4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선 내년부터라도 무질서하고 무책임하게 진행되고 있는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의 30% 정도를 '시민교육(학습)' 시간으로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교사를 정해 준다면 학생들은 자신들이 시민이 되었다는 정체성과 책임 의식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 과목을 책임지는 교사들은 학교 민주주의와 지역사회 민주주의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창의적 체험 활동 교육과정을 확인해 보시면 '시민학습' 시간이 이 영역에서 확보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교육과정의 창의적 체험 활동의 영역별 평가목표 중 자율 활동의 평가 목표는 다음과 같이 같습니다.

첫째, 민주적 의사 결정의 원리를 이해하고 실천하여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하였는가?
둘째,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자신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다하였는가?
셋째, 성장 및 환경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었는가?


이상입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사회·국가적으로 요구되는 많은 주제들을 '범교과 학습 주제'라는 미명하에 방치한다면 교사의 열정 소진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23일에는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 교과서의 내용 중 평화교육 부분을 보완하고, '평화·통일교육 교과서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5월 10일 밝히신 '평화교육과 성평등교육 강화', '학생 청소년 인권법-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공약들이 각각 분절적으로 학교에 적용될 때 학교는 포기하거나 통계성 보고에 그칠 우려가 큽니다.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 어떤 내용들을, 누가, 언제, 어떻게 책임지고 학교시민들과 학습할 것인지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공약이 필요합니다.

모두의 책임이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모든 교사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모든 교사가 책임질 수 없는 여건임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3기 민주진보교육감 시대에서도 교육기본법 2조의 국가교육 목적이 "또 하나의 깃발 날리기"로 사문화 될까 염려됩니다. 서부 유럽의 국가들이 교과별로 민주시민교육의 요소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시민교육' 교과를 새로 만들어 국가교육과정에서 필수교과화 했는지 고민하셔야 합니다. 아래 사진 설명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아띠에르(Hatier) 출판사가 자유발행제로 펴낸 중학교 3학년(우리나라는 중학교 2학년) 교과서 표지이다. 시민들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집중해서 바라보는 표지 사진이 인상적이다. 프랑스는 이와 같이 시민들이 겪는 주요한 사회문제들에 대해 ‘시민교육’ 교과에 집중적으로 편성하여 유치원 과정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매 학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논쟁하게 한다. 선택과 집중의 측면에서 탁월한 교과목 형태이다.
▲ 프랑스 시민교육(Education civique) 교과서 표지 아띠에르(Hatier) 출판사가 자유발행제로 펴낸 중학교 3학년(우리나라는 중학교 2학년) 교과서 표지이다. 시민들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집중해서 바라보는 표지 사진이 인상적이다. 프랑스는 이와 같이 시민들이 겪는 주요한 사회문제들에 대해 ‘시민교육’ 교과에 집중적으로 편성하여 유치원 과정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매 학년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논쟁하게 한다. 선택과 집중의 측면에서 탁월한 교과목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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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지역 사회의 어린이 청소년 의회를 구성하도록 독려하고 교사들이 헌신할 수 있도록 제도화 주기 바랍니다. 어린이․청소년의회가 지역 사회를 감시하고 기초의회·광역의회를 감시하고 협력하는 역할을 잘 수행한다면 우리 나라의 정치 지형이 바뀌고 지역민주주의를 앞당기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공약으로 약속해 주기 바랍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국회나 지방 의회 의원들이 질문 수준이나 의정 활동을 학교 시민들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기 바랍니다. 선거철에만 학교 시민을 호명하지 마시고, 재임 기간 내내 그들이 이 사회의 주인이고 이 사회를 통제할 수 있다는 시민 의식을 갖도록 그 방법을 제도화시키기 바랍니다.

셋째. 지속적인 교사와 학부모 연수가 필요합니다. 누구는 "교사가 민주적이지 않은 데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합니다. 또 누구는 "학부모가 민주적이지 않은 데 학교에서 민주시민교육 백 날 해보아야 소용없다"고 합니다. 민주주의에 집중된 연수여야 합니다. 의례적으로 1년에 한 번 하는 연수가 아니라 지속적인 프로그램으로 연중 실시되어야 합니다.

예산이 많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지금 민주시민교육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범교과 학습 주제에 해당되는 수많은 교육청 사업을 평가하여 대폭 줄이시고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휘날리는 많은 깃발의 개수를 줄일 때 학교 교사들의 열정은 소진되지 않을 것입니다.

넷째. 교육청별로 민주주의 교육만을 담당하는 장학사를 두고 이들이 교육부의 간섭이나 통제 없이 전국적으로는 매월, 지역별로는 격주로 협의회를 갖도록 제도화해 주기 바랍니다. 이들은 항상 학교 영역에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감행할' 수 있는지 협의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랍니다.

다른 교육청이 어떤 사업을 하니 우리 교육청은 좀 더 색다른 사업으로 이름을 달리하여 어지러이 깃발을 휘날리지 말기 바랍니다. 이들이 교육 분야에서 '민주주의 감행'의 전령사가 될 수 있도록 힘써 주기 바랍니다. 관료제에 포획되어 있는 교육부의 '민주시민교육 기본계획'만을 고대하고 있나요? 교육부의 '인성교육 5개년 기본계획'처럼 따라 하렵니까?

다섯째. 교육청내의 민주주의를 꼭 이루기 바랍니다. 가장 작은 규모의 팀별로 민주주의 담당관을 업무 외로 두기 바랍니다. 이 담당관들은 매주 담당관 회의에서 자신의 부서의 민주주의 발전에 대해 토론하고 다른 부서의 민주주의 발전 정도를 배우는 기회로 삼게 해 주기 바랍니다. 교육청은 학교 현장에 끊임없이 "교육과정 재구성해라", "융합교육 해라", "통섭교육 해라", "혁신 해라" 지시하면서 정작 그들은 업무 재구성을 꺼리고, 융합을 꺼리고, 통섭과 혁신을 꺼립니다. 교사가 민주적이지 않으면 민주주의 교육이 실패하듯이 교육청이 민주적이지 않은데 학교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이치입니다.

민주진보교육감 후보라면 민주주의에 선택과 집중할 수 있는 공약이 한 범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그럴 형편이 아니시라면 민주를 떼시고 그냥 '진보교육감'으로 만족하시면 어떨까요? 주요 공약 항목 하나로 "민주주의를 감행하자!"를 정하시고 위의 다섯 가지 세부 공약으로 정한다면 교육기본법 2조의 교육이념과 목적을 잘 수행하시는 민주주의 교육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학교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기 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공감과 연대, 포용과 배려의 감성을 지닌 시민(존중)
◯ 평화, 인권, 민주주의에 대한 교양이 있는 시민(존중)
◯ 시민으로서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있는 시민(자율)
◯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책임감 있고 참여적인 시민(연대)
◯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법 등의 분야에 대한 교양(정치적 문해력)이 있는 시민(시민적 소양)
◯ 사회적 가치를 찾아 낼 수 있는 비판적 관점, 문제 제기력을 지닌 시민(시민적 소양)


그리고 우리 학교시민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늠름하게 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누가 이 사회를 통제해야 하는가?
◯ 나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 이 시대의 본질적인 특성은 무엇인가?
◯ 시민으로서 나의 권리와 책임은 무엇인가?
◯ 사회의 시민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우리 사회와 세계 사회의 전체적의 구조적 특징은 무엇인가?
◯ 이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나는 시민으로서 무엇을, 또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다시는 재벌들의 횡포와 국정원의 댓글 조작, 정경유착, 권언유착, 기레기들, 부정부패, 공무원들의 거짓말이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 미안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적폐 척결 없이 미래는 없다"고 합니다. 이 적폐 척결에 우리 학교시민들도 당당히 참여해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교육, 반권위주의 교육, 비판 교육, 저항권 교육이 강조되어야 합니다.

평화·통일 교육, 세계시민교육, 성평등 교육 등은 사안별 교육의 이름에 불과합니다. 어떤 사안이던 어떤 관점에 의한 교육이냐가 중요합니다. 민주주의를 감행하고, 권위주의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비판적으로 우리 일상을 관찰하며, 기득권 세력들에게 끊임없이 저항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꼭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꼭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누리 교수의 칼럼 “민주주의를 감행하자”와 논문 ‘아도르노와 교육혁명’을 참조하였습니다. 기자는 학교시민교육전국네트워크 고문, 교육청 민주시민교육 자문관, 참여연대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학교시민교육, #반권위주의교육, #민주진보교육감후보, #시민교육(학습), #저항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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