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제임스 클래퍼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뉴욕타임스> 기고문 갈무리.
ⓒ 뉴욕타임스	관련사진보기

미국의 전직 정보 수장이 북미회담을 위해 핵 폐기 압박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낸 제임스 클래퍼는 1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북한과의 막다른 길에서 벗어나는 법'이라는 기고문을 올려 이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젊은 시절 주한미군에서 정보 담당관으로 일했던 클래퍼 국장은 "북한과 미국은 평화협정에 서명한 적은 없지만, 나는 북한 지도자들이 휴전을 깰 의도가 없다고 생각해왔다"라고 강조했다. 

2014년 11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케네스 배와 매튜 토드 밀러의 석방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그는 귀국 후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이 미국을 체제 존립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어 핵 프로그램을 절대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또한 "미국의 대북 정책에 결함이 있다"라며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협상 테이블에서 핵무기를 내려놓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의 최대 강점인 솔직함과 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클래퍼 국장은 "당시 북한 지도부와 직접 만나기 전까지 그들의 포위 심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었다"라며 "북한은 미국이 언제든 그들을 침략할 수 있으며 유일한 생존의 기회는 '핵무기'라는 믿음을 영구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정책적 결정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은 없었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로 결정하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용기 있는 걸음을 내디뎠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반발로 회담 성사가 불투명해진 것을 거론하며 "우리는 그 어떤 협상에 앞서 북한에 대한 무장해제(disarm) 요구를 잠시 미뤄둬야 한다"라며 그 대신 양국 수도에 서로 이익대표부를 설치하는 것을 건의했다.

그는 "북한 정권은 고립주의로 살아남았고, 주민들은 외부 세계에 관심이 크지만 정보에 대한 굶주림을 충족시킬 수단이 제한적"이라며 "그것은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보상이 아니며, 외부 세계로부터 정보의 흐름을 가능케 하는 접근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클래퍼 전 국장은 "우리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해 북한의 요구에 대응하고, 북한 주민과 교류할 수 있도록 평양에 미국인 직원이 상주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북 당시 북한 지도부가 미국을 비난하며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으나 자신이 "미국에게 영원한 적은 없다"라며 독일과 일본은 물론 베트남과의 국교 정상화와 무역 교류 사례를 소개하자 반응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북한의 변화의 여지(poised for change)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궁극적으로 북한이 서울을 겨냥해 배치한 중화기와 로켓포를 줄이고, 우리는 한반도에서 미군 병력의 상당수를 철수시키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 미국은 말(narrative)에 갇혀 있고 더 강한 쪽만이 이를 바꿀 수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나를 놀라게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