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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2018년 1월 강동원"

영화 <1987>에 출연한 강동원은 이한열 열사가 입었던 마지막 유품에 이렇게 썼다. 내가 이렇게 자유롭고 행복한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만들어 주셔서 정말 고맙고 또 고마웠다고...

망월동 구묘역 입구에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이 민박'이라 새겨진 비석을 밟고 지나가는 참배객들. 이 비석을 밟고 지나가야 5.18 영령들에게 위로가 된단다
 망월동 구묘역 입구에 '전두환 대통령 각하 내외분이 민박'이라 새겨진 비석을 밟고 지나가는 참배객들. 이 비석을 밟고 지나가야 5.18 영령들에게 위로가 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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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문 당한 박종철 열사와 최루탄에 산화해간 이한열 열사의 죽음으로 민주화의 열망이 들불처럼 번져 대한민국 모두가 뜨거웠던 1987년. 이후 20년 만에 촛불 집회로 정권교체를 이룬 2017년을 맞은 지 딱 1년이 흘렀다.

5.18 해설사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오월길 역사기행’자들의 모습
 5.18 해설사에게 설명을 듣고 있는 ‘오월길 역사기행’자들의 모습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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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주말을 맞아 전남 여수시청에서 출발한 50여 명이 광주 5.18 망월동 묘역을 참배했다. 주말이지만 망월동은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줄을 이었다. 이번 행사는 언론 문화 창달과 시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지역 언론 <여수넷통뉴스>와 <여수뉴스타임즈>가 '5·18역사길을 걷다'는 주제로 독자와 함께한 '오월길 역사기행'이다. 이날 묘역 참배에는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함께 했다.

최루탄 관통한 이한열 열사의 죽음 그 후

망월동에 안치된 이한열 열사 묘역
 망월동에 안치된 이한열 열사 묘역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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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열 열사는 1966년 전남 화순 능주면 잠정리에서 이병섭 배은심의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광주시민 학살에 대한 사진 전시회, 비디오를 보며 학교 집회에 참석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열사 이한열. 그리고 87년 6월 9일 6.10대회 출정을 위한 연세대 결의대회에 참석해 시위 도중 연세대 정문 앞에서 경찰이 쏜 SY44 최루탄이 이한열의 머리를 관통했다.

민주주의를 부르짖고 독재타도를 외친 열사의 마지막 사진 한장은 오랫동안 각인됐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빠져나오던 한 학생이 얼굴에 피범벅이 된 열사를 부축해 일으켜 세운 장면은 전국민적 분노로 번져 전국을 뒤흔들었다.

이후 27일간 세브란스 병원에서 투병하다 7월 5일 새벽 운명한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은 '애국학생 고 이한열 열사 민주국민장'으로 치러졌으며 시민과 학생 100만 명이 운집했고, 이후 망월동에 안장됐다. 그의 죽음은 호헌철폐와 독재타도로 직선제를 이끈 도화선이 됐다.

이한열 열사의 묘역 앞 유리 상자에는 누군가 신문을 꽂아 두었다. 신문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다룬 내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치적 동반자- 수 靑 입성'이라는 두 대통령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또 비석 뒷면에 새겨진 이한열 열사의 유고시는 참가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대 가는가
어딜 가는가
그대 등 뒤에
내리 깔린 쇠사슬

그대 가는가
그대 끌려간
그 자리 위에
4천만 민중의 웃음을 드리우자

5월 광주, 정의를 바로 세우는 '오월길 역사기행'

5.18 38주년을 맞아 <여수넷통뉴스>와 <여수뉴스타임즈>가 주관한 역사기행에 함께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모습
 5.18 38주년을 맞아 <여수넷통뉴스>와 <여수뉴스타임즈>가 주관한 역사기행에 함께한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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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월길 역사기행'에 참석한 배은심 여사는 38주년을 맞은 5.18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5.18이 38주기가 됐는데도 지금까지 공개되지 못한 많은 새로운 그때 당시의 사진들이 나오고 하니까 가슴은 참 아프네요. 그렇지만 모든 행사에 참여하신 분들도 촛불로 민주주의를 여기까지 왔으니까 민주주의만 가지고 좋아할 것도 아니고 촛불로 인해 통일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고 싶은 사람, 만져도 보고 맘껏 볼 수 있는 그런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바로 그겁니다. 보고 싶은 사람 볼 수 있는 세상 이것이 통일 아닙니까?"

앞서 18일 열린 제38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오월광주, 정의를 세우다'라는 주제로 추진되었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를 비롯 여야 대표 그리고 정치인들이 참배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어느 해보다 5월 광주가 더 큰 조명을 받았다.

5.18 망월동 참배중인 외국인들의 모습
 5.18 망월동 참배중인 외국인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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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망월동 묘역 참배한 심진혁 학생
 5.18 망월동 묘역 참배한 심진혁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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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보수정권에서 자행되었던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5.18 당시 계엄군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진상을 철저히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이명박근혜 보수정권시절 5.18 희생자의 관을 '홍어 택배'에 빗대 반인륜적 명예훼손을 저지르며 활개 치던 일베. 이들은 5.18의 역사적 의미를 왜곡하고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욕해 광주시민들에게 큰 상처를 안겼다. 망월동 묘역입구에 누군가 쓴 '일베회원 입장불가'란 푯말이 눈길을 끈다.

참가자들은 5.18 신구 망월동 묘역을 참배했다. 또 옛 전남도청과 자유공원 등을 순례하면서 5·18 민주화운동의 배경과 전개과정, 5·18 정신의 의미를 되새겼다.

한 참가자는 동행한 해설사에게 망월동에 있는 구묘역과 신묘역은 어떤 부분이 다르냐고 묻자 "구묘역은 대부분 가묘인데 진짜 시신은 신묘역으로 옮겨갔다"면서 "이곳은 95년 성역화 확장 작업을 통해 옮겨갔고 2002년에 민주묘지가 되면서 2006년 국립 5.18민주묘역으로 이름이 바뀌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광주에 묻힌 푸른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

1980년 5.18민주화운동 영상을 전 세계에 처음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그는 2016년 광주명예시민이 됐다. 평소 유언대로 “죽으면 망월동에 묻어 달라”고 밝히 고인의 뜻에 따라 이곳 망월동에 유품이 안장됐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영상을 전 세계에 처음 알린 위르겐 힌츠페터. 그는 2016년 광주명예시민이 됐다. 평소 유언대로 “죽으면 망월동에 묻어 달라”고 밝히 고인의 뜻에 따라 이곳 망월동에 유품이 안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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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시회에서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 김사복씨와 위르겐 힌츠페터와 함께찍던 사진도 관람했다. 독일 공영방송 DNR기자인 그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 영상을 전 세계에 처음 알린 '푸른 눈의 목격자'로 기록됐다. 2016년 광주명예시민이 됐다. 평소 유언대로 "죽으면 망월동에 묻어 달라"고 밝힌 고인의 뜻에 따라 이곳 망월동에 유품이 안장됐다.

일행들은 이어 여수 구봉중학교에서 근무를 하며 아이들에게 참교육과 정의에 대한 열정을 가르쳤던 참교사 엄익돈 선생을 참배했다. 경남 밀양 출신인 엄 교사는 89년 전교조 투쟁과 교사운동 과정에서 정부와 교육부로부터 강제 해직을 당한 교사들의 원직복직을 위한 전국교사추진위 전남추진위원장을 맡아 활동하던 중 92년 해임된다.

이후 전교조 전남지부에서 열정을 바쳐 교육운동에 헌신하다 재판에 계류 중이라는 이유로 복직에서 제외되었으나 부당한 교육부의 복직조처에 맞서 재판을 취하하지 않고 의연하게 원직복직투쟁을 전개하다 안타깝게 35세에 심장마비로 운명했다고 기록됐다.

여수 구봉중학교에서 근무를 하며 아이들에게 참교육과 정의에 대한 열정을 가르쳤던 참교사 엄익돈 선생 묘역
 여수 구봉중학교에서 근무를 하며 아이들에게 참교육과 정의에 대한 열정을 가르쳤던 참교사 엄익돈 선생 묘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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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넷통 엄길수 이사장은 "5.18 민주항쟁 38주년을 맞아 최근 잇따라 밝혀지는 계엄군의 성폭행, 성고문 만행에 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이제 시작이다. 진실을 밝힐 마지막 기회다"라고 말했다.

엄 이사장은 이어 "오늘 10월 여순항쟁 70주년을 맞아 우리 여수 시민들은 아픈 역사를 재조명하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국가폭력에 희생된 시민의 넋을 위로하는 일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라고 믿는다"면서 "범시민, 범도민, 범국가적인 여순70주년을 기리는 일들이 펼쳐지길 바란다"라고 여순항쟁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5.18 38주년, #광주 망월동, #위르겐 힌츠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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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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