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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쓰레기 대란 이후 '제로 웨이스트'가 새로운 라이프 트렌드로 떠올랐습니다. 입고 먹고 살면서 나오는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고 재활용하자는 운동입니다.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 버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쓰레기를 유발하는 현대사회에 감히 도전장을 내민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눈물겨운 체험기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이른바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터졌다. 언젠가 한 번은 터질 문제였다. 사태를 지켜보며 지난해 떠났던 여행이 떠올랐다. 나는 그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슈퍼마켓을 가보고, 1주일 동안 배출한 쓰레기를 기록하고, 제로 웨이스트 블로거를 만나 인터뷰한 경험을 <오마이뉴스>에 올렸다.

[관련 기사] 쓰레기 없는 삶, '뽁뽁이'가 발목 잡다
2년 동안 모은 쓰레기, 손바닥만 한 유리병 하나

긴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지 5개월째. <오마이뉴스>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한국에서도 일주일 동안 '쓰레기 없이 살기'에 도전한 다음 샌프란시스코에서의 경험과 비교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한국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말도 안 되라고 생각했지만, 뭐 또 못할 이유는 뭔가 싶었다. 화장실에서 쓴 휴지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는 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물론 진짜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이 쓰레기마저 없지만, 현재 내가 사는 집은 유기물 쓰레기를 썩힐 공간이 없어 음식물 쓰레기까지 없애기는 쉽지 않다. 화장실 휴지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천 조각을 쓰는 것까지는 아무래도 하고 싶지 않았다.

쓰레기 일기 1일 차

 쓰레기
 쓰레기
ⓒ 조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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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이라 영화관에 갔다. 요즘 모바일티켓이 발행된다고 해서 방법을 찾아봤지만, 방법을 몰라 결국 종이 티켓을 발권했다. 집에서 텀블러에 물을 담아서 갔고, 덕분에 영화관 스낵코너에서 아무것도 사 먹지 않아 추가 쓰레기 발생을 막았다.

저녁에는 어버이날 기념으로 가족끼리 식당에 갔다. 테이블 위에는 떡 하니 종이컵이 올려져 있었다. 식당에 가니까 하며 텀블러를 챙기지 않은 탓에 어쩔 수 없이 종이컵을 썼다. 컵 설거지가 귀찮은 식당 종업원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물티슈도 쓰지 않으려 했지만 이날 먹은 메뉴는 해물찜. 손으로 게살을 발라내고 입가에는 양념이 묻었다. 결국 물티슈를 사용했다. 물티슈 포장지, 물티슈 쓰레기가 발생했다. 물티슈 한 장으로는 부족해서 휴지를 사용했다.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면 휴지 대신 쓸 수 있었을 텐데. 결국 종이컵, 물티슈, 물티슈 봉지, 휴지, 영화관 티켓을 버리게 됐다.

쓰레기 일기 2일 차

출근하기 전, 반려견의 텅 빈 밥그릇을 채웠다. 반려견을 위해 주기적으로 구입하는 사료는 이중으로 포장돼 있다. 7kg의 커다란 비닐 포장 안에 또 소포장으로 반려견 사료를 소분해 담아 놨다. 왜 상품을 이렇게 만든 걸까? 샌프란시스코에서 방문한 제로 웨이스트 샵 레인보우 그로서리는 반려견 사료도 소비자가 개별용기를 가지고 와 용기에 퍼담게 진열해 놨었다.

아침에 잉글리쉬 블랙 퍼스트 티백을 뜯었다. 영국 여행 후, 차 마시는 습관이 몸에 익어서 얼그레이나 잉글리쉬 블랙 퍼스트를 자주 마신다. 마실 때마다, 티백과 티백 봉지 쓰레기가 나온다. 앞으로는 티백 대신에 찻잎을 사서 직접 우려마셔야겠다. 물론 찻잎도 포장 용기에 담겨 있겠지만, 마실 때마다 쓰레기를 만드는 티백보다는 쓰레기가 적게 나오니까.

업무 중 다량의 포스트잇 쓰레기를 무의식적으로 만들었다. 컴퓨터에 내장된 포스트잇 프로그램을 쓰면 되는데... 이건 정말 실수다.

간식으로 음료수를 마셨다. 1분도 안 돼 캔 쓰레기 하나가 탄생했다. 이런 쓰레기는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어쩔 수 없었다. 세계 어디든 자본주의 사회 속 대부분 상품은 썩지 않는 용기에 담겨있다.

저녁에 노점에서 김밥을 먹었다. 노점은 설거지할 공간도, 시간도, 인력도 없으니 그릇에 비닐봉지를 입혀서 그 위에 음식을 담아 준다. 사정 뻔히 알면서 왜 비닐봉지를 쓰냐고 노점 주인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전 세계 어딜 가나 푸드트럭이나 노점에서 파는 음식은 일회용 용기에 담아 나온다. 푸드트럭과 노점에서 파는 음식 용기만 재사용 용기나 생분해 용기로 바꿔도 전 세계 쓰레기 배출량이 상당히 줄지 않을까.

쓰레기 일기 3일 차

 쓰레기
 쓰레기
ⓒ 조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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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사과즙을 마셨다. 사과즙이 담겼던 팩은 당연히 쓰레기통으로 직행했다. 점심 먹고 휴지로 입가를 닦았다. 손수건을 챙긴다고 기억만 하고 실제로 챙기질 않았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는 작은 생활습관에서 시작한다는 걸 알면서도, 습관이 들지 않아 실천하지 못했다.

간식으로 단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 고민 끝에 카페에 들렸다. 텀블러에는 물이 담겨있는데, 그럼 애써 챙긴 물을 텀블러에서 쏟아내고 음료수를 받아야 하나? 텀블러를 평소에 두 개 가지고 다녀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플라스틱 컵에 받았다.

그래도 빨대만큼은 평소 가지고 다니는 스테인리스 빨대를 써야지 하며 빨대를 꽂으려는 데, 점원이 먼저 플라스틱 빨대를 꽂아버렸다. 이런 일은 사실 비일비재하다. 여태 빨대 필요하시냐고 묻는 점원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빨대 필요 없다고 내가 먼저 말을 해야 하는데 종종 잊어버린다.

내가 먼저 빨대가 필요 없다고 말을 해도, 정말 괜찮겠냐고, 빨대 없이 어떻게 음료수를 마시냐고 당황해하며 말리는 점원들도 여럿 있었다. 정말 우리는 빨 때 없이는 음료수를 못 마시나? 빨대가 필요한 이유는 테이크아웃 잔의 뚜껑 때문이다. 물론 뚜껑이 있으면 음료수가 넘쳐서 흘러내릴 염려도 없어 편하긴 하지만, 뚜껑을 매번 써야만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테이크아웃 음료를 시키며 영수증 쓰레기도 발생했다. 모바일 영수증이 보편화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동네 작은 커피숍에서도 모바일 영수증을 쓰곤 했다. 포스기에 이메일이나 휴대폰 전화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모바일 영수증이 발행됐다.

모바일 영수증은 현재 한국에서 CJ와 신세계에서 실시하고 있다. 물론 대기업의 모바일 영수증 발급방식은 어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회원가입을 하고 모바일 영수증을 발행할 때마다 애플리케이션을 켜야 하는 아주 복잡한 방식이다.

쓰레기 일기 4일 차

사과 팩, 음료수 캔, 조미김 용기 쓰레기가 나왔다. 이런 쓰레기는 안 먹는 거 말고는 답이 없다.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를 100% 실천하면 생활비가 준다는데 그 말이 진짜 맞다.

요즘 의외의 쓰레기 복병이 하나 있다. 선거 홍보 명함, 선거 홍보 전단이다. 이번 선거에 관심이 많아 길거리에서 주는 후보자 명함을 거의 받는 편이다. 쓰레기 일기 4일 차 저녁에 지하철역에서 선거명함을 받았다. '**대학원 동물자원학과 졸업'이라는 이력이 적혀 있었다. 동물을 자원으로 생각하는 해당 후보가 미워서 명함을 받자마자 쫙쫙 찢어버렸다. 찢어버리고 나서 머릿속에 스친 생각. '앗, 또 쓰레기가 생겼어'

쓰레기 일기 5일 차

 지렁이를 담았던 플라스틱 통
 지렁이를 담았던 플라스틱 통
ⓒ 조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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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티백, 사과 팩, 간식용 떡꼬치 막대기, 영수증 등 음식과 관련된 쓰레기를 잔뜩 만들었다.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의 경우는 쓰레기가 필수로 같이 나오니 더욱 없애기 어렵다.

퇴근 후 집에 와보니 며칠 전 인터넷으로 주문한 텃밭용 지렁이 120마리가 든 박스가 있었다. 지렁이 120마리는 하필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다. 친환경 살이 한번 해보겠다고 텃밭 가꾸며 지렁이를 데려온 건데, 예상치 못한 쓰레기가 생겼다.

오늘은 마침내 손수건을 챙겨서 휴지 쓰레기를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화장실 휴지를 다 써서 화장실 휴지심 쓰레기가 나왔다. 참 쓰레기는 끝이 없다.

쓰레기 일기 6일 차

토요일 아침, 엄마가 사 온 유기농 크래커와 지난번에 만들어 놓은 초콜릿 맛 후무스를 먹었다. 유기농 크래커는 어김없이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에 들어 있었다. 크래커에 아몬드 우유를 곁들여 먹었다. 딱 한 컵 따랐는데, 아몬드 우유가 바닥나 재활용도 어려운 우유 팩 쓰레기를 만들어버렸다.

점심을 먹으려는데 밥솥에는 밥이 하나도 없었다. 밥을 해 먹기는 귀찮아 햇반을 먹을까 오래 고민했다. 하지만 점심에 또 쓰레기를 만들 수 없어서 참고, 옥상 텃밭에서 딴 쌈 채소와 슈퍼에서 사 온 아보카도로 샐러드를 해 먹었다. 점심때 나온 쓰레기는 아보카도 껍질에 붙어 있던 스티커가 전부였다.

예상치 못한 쓰레기가 이날 역시 나왔다. 카메라 렌즈 보호용으로 달아준 UV 필터가 깨져 조각나 버렸다.

오후에는 한국에 딱 하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식료품 가게, 성수동의 더피커를 방문했다. 더피커는 샌프란시스코의 대형 제로웨이스트 식료품 가게인 '레인보우 그로서리'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더피커에서 파는 식료품은 곡류와 과일 정도였다. 제로웨이스트를 위한 필수품인 스테인리스 빨대와 유리 용기를 판매하는 건 돋보였다. 더피커는 현재 건강한 브런치 메뉴를 파는 곳으로 더 유명했다. 한국에서 제로웨이스트샵을 열려는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였다. 더피커에서 음료에 스테인리스 빨대를 꽂아줘서 좋았지만, 더피커에서도 영수증과 냅킨 쓰레기는 피할 수 없었다.

이날 저녁에 양말을 사서 또 영수증이 나왔고, 저녁에 지인을 만나 식당에 가서 또 영수증이 나왔다. 정말 전자 영수증 도입이 시급하다. 가는 곳마다 영수증 쓰레기가 나온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

캐서린 캘로그, 쓰레기 제로 라이프 스타일 블로거 캐서린 캘로그, 쓰레기 제로 라이프 스타일 블로거
▲ 캐서린 캘로그, 쓰레기 제로 라이프 스타일 블로거 캐서린 캘로그, 쓰레기 제로 라이프 스타일 블로거
ⓒ 조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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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간의 쓰레기 일기를 기록하며, 역시 쓰레기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걸 다시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소소하게 노력해도, 음식 포장 용기나 영수증같이 기업에서 환경에 대한 아무 고려 없이 만든 썩지 않는 재질의 포장 쓰레기를 피하기는 어려웠다.

현재 서울의 상황에서는 그냥 안 쓰고, 안 사는 게 정답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쓰레기 줄이기는 어려웠지만, 그래도 거긴 모바일 영수증이 보편화 돼 있고, 웬만한 생필품을 포장 용기없이 구입할 수 있는 친환경 대형 슈퍼마켓, '레인보우 그로서리'가 있었다.   

쓰레기 대란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아서 몰랐던 문제일 뿐, 예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지속될 문제일 가능성이 99.9%다. 이번 쓰레기 대란으로 정부에서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50%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과연, 2030년쯤 되면 서울에도 샌프란시스코의 레인보우 그로서리 같은 곳이 탄생하고,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가 유행하려나? 꼭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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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